간각하

[갓바위]

간각하 看脚下

선사禪寺에는 흔히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看脚下' 라고 적혀 있는 것도 있다. 쉽게 풀이하면 발밑을

잘 살펴서 벗은 신발을 함부로 놓지 말고 가지런히 놓으라는 뜻이다.

그 참 뜻은 자기를 잃지 말고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확인하며 자기

속의 본성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진실은 먼 곳이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 속에 있늕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발밑을 잘 살펴보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깊이 반성하라는 뜻이다.

어느 날 밤에 법연선사法演禪師가 세 명의 제자를 데리고

길을 가던 중에 바람이 불어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거졌다.

그러자 법연은 제자들에게 문제를 냈다.

"암야행로暗夜行路에는 무엇보다도 등불이 의지가 된다.

그런 등불이 지금 꺼졌다. 이런 때 자네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지체 없이 말해보거라."

암양행로는 인생을 뜻한다. 기둥처럼 의지하고 있던 등불이

꺼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세 제자 가운데 불과원오佛果圓悟(『벽암록』의 완성자)가 말했다.

"간각하看脚下."

이는 발 밑을 잘 보고 걸어가라는 말로, 곧 '나'를 응시하라는 뜻이다.

비슷한 뜻을 지닌 '조고각하照顧脚下'는 각하조고脚下照顧' 라고도 한다.

각하脚下는 발 밑이라는 뜻이지만, 이로부터 본래의 자기를 뜻한게 되었다.

덧없이 걸어가고 있을 때에도 앞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거기에 너무

마음이 팔려서 발밑을 살피지 않으면 돌에 걸려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내면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다른 곳에서

깨달음을 찾고 있는 한 참다운 깨달음에 결코 이를 수 없다.

'발 밑을 잘 비추어 보아라. 부처님의 광명속에 서 있는 것이다.

비록 손에 든 등불이 꺼져도 마음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늘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반성하며 살라는 뜻도 담겨 있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