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키 데스까? 와따시와 오겡키데스.

[박수련]

오겡키 데스까? 와따시와 오겡키데스.(그 동안 잘 있었습니까? 나는 잘 있습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이번 방학에는 러브레터와 관련된 홋가이도를 여행해 보기로 했다. 흥식씨가 홋가이도에 같이 여행할 친구를 모집할 때 나는 속이 불편했다. 날짜가 나랑 안 맞아서이다. 그런데 마침 친구 하나가 홋가이도 여행을 제안해 왔다. 97년에 16일간의 긴 중국여행을 같이 해서 이미 호흡을 맞춰 본 친구다. 망설임 없이 바로 응답했다.

“ok! 내 생일 기념으로 갈거야” 이러면서...

우리나라 비행기 기장들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뽑힌 곳이 바로 홋가이도라고 하며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섬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세계 여러 곳을 누빈 기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일까? 여름의 홋가이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또 한 번의 여행을 시도해 본다.

  8월5일 오후 5시 40분에 인천을 출발하여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니 밤 8시였다.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세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 삿포르에 있는 로이튼 삿포르 호텔에서 묵었다.

<첫째 날>

숙소 근처에 있는 오오도리 공원에 들르는 것으로 관광이 시작되었다. 여름 보다는 겨울에 유끼 마쯔리가 열리는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눈 축제 모습을 TV를 통해 본 기억이 있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리된 공원이다. 저쪽에서 무슨 집회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일본에 원폭이 투하된 날이 11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 그 때를 회상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버스를 타고 Farm 도미타에 갔다. 유명한 라벤더 생산 농장이다. 라벤더 뿐 아니라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줄서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답게 꽃들이 군대식으로 반듯하게 정렬하여 피어 있었다. 보라색의 라벤더 아이스크림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달지도 않고 부드러운 맛이 정말 좋았다. 메론도 사 먹었다. 실크로드의 사막 메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먹으니 달고 시원했다. 이 곳은 우리나라 여름보다 기온이 낮은데 한 낮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웠다.

 후라노 치즈 공방에 가서 여러 종류의 치즈를 보고 맛을 보았다. 카망베르란 이름의 검은색의 오징어 먹물 치즈가 특이했다. 다음에는 닝구르테라스에 갔다. 시원한 숲 속에 요정(닝구르)이 살 것 같은 작은 가게들을 지어 놓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다.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가 허연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물건들은 예쁜데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이탓?

 이어서 간 곳은 비에이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라노 농장보다는 비에이가 더 좋았다. 이 곳은 지형이 완만한 구릉으로 되어 있어 꽃밭들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400Kg이상 되는“시키사이노오카”란 밀짚인형이 우리를 반긴다. 커다란 4개의 롤을 이용하여 만든 인형이다. 추수가 끝나고 논 밭에 만들어 놓은 사료용 롤이다. 5월엔 튜울립, 6월부터 8월까진 라벤더, 7월부터 9월까지는 사루비아가 절정이라고 한다. 해바라기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안 피었는지 안 보였다. 시키사이노 롯코호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도는 이색 체험을 했다. 일본 사람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치밀하게 머리를 짜내어 많은 프로그램을 계발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영화촬영지를 상품화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 않나? 비에이 지역은 켄과 메리 나무, 세븐스타 나무 등의 CF촬영지를 돌아보는 패치워크 길 코스와 동쪽의 다쿠마칸과 목장을 둘러보는 파노라마 로드 코스로 나누어진다. 파노라마 로드의 시작은 산아이노오쿠 전망대이다. 전망대라고 하지만 주변보다 조금 높은 언덕에 있을 뿐인데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올랐다. 홋가이도에도 아사히 맥주 공장이 있어서인지 멀리 누런 보리밭들이 많이 보인다. 초록빛 풀들이 바람에 일렁인다. 우리나라 소지섭이 광고 촬영을 해서 유명해진 철학의 나무가 있던 곳이다. 관광객들의 등쌀에 농작물의 피해가 심하자, 농장주가 그 나무를 베어 버리고 지금은 없다고 한다. 그 보다는 언덕위에 있는 2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멋있게 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다쿠마칸라고 하는 “마에다 신조” 사진 전시관에 갔다. 일본의 최고 풍경 사진작가라고 한다. 원래 이곳은 치요다 소학교 자리였는데 폐교가 되었고 체육관을 개조하여 기념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10년간 비에이의 풍경을 찍어 아름다운 비에이의 풍경을 세상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나는 비에이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첩을 하나 구입했다. 이어서 료칸의 고장으로 이동했다. 소윤쿄 온천마을이다. 지점'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다이세쓰산 중턱에 있으며 이시카리강을 끼고 있다. 호텔에 들어가니 침대와 같이 다다미방도 있었다. 유까다를 입고 온천장에 가서 피곤한 몸을 풀었다. 음식도 아주 잘 나왔다.

<둘째날>

 홋가이도의 지붕 다이세쓰산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한 여름인데도 산 꼭대기엔 잔설들이 희끗하게 남아 있었다. 1700ｍ 지점, 구로다케고 고메역에 내려서 잠시 등산을 했다. 이내 리프트 있는 곳 까지 왔는데 우리 계획은 여기까지만이라고 한다. 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버스로 다이세쓰산 계곡을 따라 오며 은하 폭포유성폭포도 보고 흘러가는 강을 보며 천천히 돌아보았다.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수량이 많고 빠르며 물빛이 흙빛이었다. 이곳에선 너무 진행을 빠르게 해서 볼 것을 다 못 본 느낌이 들었다. 자유 여행을 오면 이러지 않을 걸 아쉽다. 다시 오타루지방으로 이동하였다. 과거엔 삿포르 대신 오타루가 홋가이도 최고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하다. 여주인공이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다가 이곳 오타루에서 전 애인과 이별하는 장면이 영화의 휘날레이다.

오겡키 데스까?

와따시와 오겡키데스.

영화의 여 주인공은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이다. 영화에서 1인 2역을 했다.사랑을 하다가 마칠 때도 세상의 다른 일의 끝처럼 이런 마지막 마무리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살아오면서 마무리 못하고 어정쩡 끝난 일들에 대해 부끄럽고 미안하다.

또 하나 배워간다.

오타루에 이 운하가 생긴 건 1923년이라고 한다. 오타루 운하는 굉장히 유명해서 큰 기대를 했었는데 날이 더워 차창으로 보고 말았다. 옛날 청어잡이가 한창일 때 이 곳 창고에 청어를 보관하기 위해 운하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타루 운하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영화 촬영을 했던 곳으로 화가들이 그림을 자주 그리는 곳이라고도 한다. 선선한 가을에 오는 친구들에겐 꼭 걸어 보기를 권한다. 손녀에게 줄 오르골을 사려고 오르골당에 가려고 증기시계가 있는 메르헨 교차로를 건넜다. 이 시계는 15분마다 기적을 울린다고 한다. 시계 바로 앞에 오르골당 이었다. 1층엔 오리지널 오르골, 2층엔 인형 오르골, 3층엔 봉재인형 오르골이 전시 되어 있다. 한참이나 골랐다. 가득 놓인 물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건 어려웠다. 겨우 골라 값을 치르려니 가격도 만만치 않다. 5000엔을 주니까 동전 몇 닢 거슬러 준다. 이곳엔 오르골 뿐 아니라 유리세공품도 많이 있었다.

 마지막 일정인 도야호수로 이동한다. 마지막 숙소인 힐튼 나세코 빌리지에 도착했다. 여기 와 보니 홋가이도는 골프여행을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차창으로 환상적인 골프장을 여러 개 보았고 날씨와 풍광이 기가 막혔다. 노천온천이 이색적인 호텔이었다. 식사 후 역시 온천을 하고 푹 잠이 들었다.

<셋째 날>

 비가 올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청명한 날씨였다. 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다. 호수 전망대를 지나 유람선 타는 곳으로 왔다. 여기에선 요플레가 유명하다고 한다. 290엔을 주고 요플레를 먹어 보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았다. 이 곳에는 곰이 많이 사는가 보다. 가는 곳 마다 커다란 곰 박제를 볼 수 있다. 지나가다 이런 곰을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까? 소름이 돋는다. 도야 호수는 둘레가 431km 가 되는 칼데라 호수라고 한다. 호수 가운데 4개의 섬이 떠 있다. 점심으로 해물 철판구이를 먹고 쇼와신잔에 갔다. 1943년 12월 경에 여기 보리 밭이 갑자기 솟아올라 서서히 산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마을 우체국장이었던 사람이 땅의 지각 변동에 관심을 가지고 매일 변화 모습을 기록했다고 한다. 나중엔 개인의 재산으로 이 땅을 구입했고 지금은 그의 아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402m의 산이 이루어졌는데 지금도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무서워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화산에 지진에 태풍에 갖가지 자연재해를 다 겪어야 하니 말이다. 다시 삿포르로 와서 삿포르 구청사를 견학하였다. 안에 들어가니 어쩐지 딱딱하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일본의 군국주의가 떠 오른다. 하지만 청사 앞에 꾸며진 연못은 한적하니 아름다웠다. 구청사 옆 신청사 앞에선 무슨 일인지 큰 소리로 데모하는 소리도 들린다. 마지막 코스인 아사히 맥주 공장을 견학하여 갓 생산한 시원한 맥주 맛을 보았다. 거품이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맛이 순했다. 맥주 좋아하는 친구 M이 떠 오른다.

공항으로 이동하여 티켓팅하고 짐을 붙인 후 공항식당가를 찾아 스시를 먹었다. 기내식이 없다고 해서다. 이렇게 패키지여행으로 대략 훑어본 후 자유 여행을 와서 보고 싶은 것 맘껏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론 아직 안 가 본 곳도 많은데 두 번씩이나 뭐하러? 하는 생각도 있지만 말이다.

 이 달 30일에 떠나는 친구들아! 사전답사 다녀온 내가 미진했던 것 말해 줄게. 다이세쓰산에 꼭 올라가렴. 로프웨이로 끝내지 말고 리프트를 꼭 타고 정상에 가 봐.

또 하나

오타루에 가서 좀 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해 봐. 나는 이 두 곳에서 너무 짧게 시간을 보내 지금도 못내 아쉽다. 후라노 농장과 비에이는 그 때 가면 꽃들이 시들지도 몰라. 그러니 미리 알고 가렴. 하지만 해바라기가 있다 하니 더 멋진 꽃 풍경을 볼 수도 있겠지. 라벤더 아이스크림 꼭 먹어 보고 요플레도 맛있게 먹어 보렴. 그 곳에서 유명한 것이라고 하면 한 번 먹어 보고 ,사보는 것도 재미야. 마에다 신조 기념관에서 좀 더 오래 머물며 사진을 보렴. 가능하면 작은 걸로 한 권 사오던지 해.

기분 우울할 때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보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음악과 차를 함께하면 금상첨화겠지.친구들아! 그럼 북해도 잘 다녀와. 즐겁고 보람있는 시간이기를 바래.

삿포르에 있는 오오도리 공원

오오도리 공원 지도

닝구르 테라스에서

Farm 도미타

라벤더 꽃밭- 7월 말 까지가 전성기라고 한다.

치즈 공방 입구

비에이에서 - 트렉터 이동이 이색적이었다.

이곳은 지형이 높고 낮은 구릉으로 되어 있어 꽃들이 입체적으로 보여 더 멋있다.

마에다 신조 사진 기념관에서

산아이노오쿠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 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다이세쓰산 아래 계곡에서

북해도 구청사앞 정원에서

1번이 가오리 모양의 홋가이도인데 종이가 좁아 왼쪽 위로 따로 붙여 놓았다 

오따루 시내에서 무슨 경연대회가 열리는 듯 하다(날도 더운데)

오르골당 앞 증기 시계가 보인다.15분 간격으로 기적소리를 낸다

수 많은 오르골들이 전시되어 있는 1층 매장

무슨 산인지 이름은 까먹었는데 후지산을 닮았다 하여 이 지방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야 호수 전망대

도야 호수의 모습

화소신산-지금도 연기가 나고 있다.

산이 붕기되는 모습을 매일 관찰했다는 우체국장의 동상

공항내에 있는 스시 집

[이기희]

수련이 글 읽으니 8월 30일이 빨리 오기를 기대! 미리 안내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손녀가 선물 받고 매우 좋아했겠어. 할머니를 더 좋아 하겠는데...

[peace maker]

잘 다녀왔구나^ 천연색색의 꽃들이 환상이네
또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었구먼

[최인순]

수련아 북해도 다녀왔구나. 예쁜 사진과 자세한 글을 읽으니 몇 년 전 그 곳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일본 사람들도 여행지로 선호하는 곳이라는데 역시 좋다. 제한된 시간에 무한 리필 게찜 먹었던 생각도 난다.

[snow]

참 오랜만에 카페 들어왔네. 정년하고나서 처음이야. 학교에 있을 땐 컴퓨터 사용을 하니까 종종 들렀는데 집에서 사용을 안하다보니 못들렀다. 그동안 수련이가 열심히 소식을 올렸구나. 항상 우아한 모습으로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네가 존경스럽다. 북해도 여행기 참고하여 더 알차게 다녀올 것 같아. 고마워 수련아. 네가 친구라는 게 정말 좋다.

[박수련]

애들아! 올 여름 정말 장난 아니게 덥지? 이 더위에 모두들 건강 하니 얼마나 감사하냐? 홋가이도는 여기보다는 시원하더라.
한 낮엔 거기도 마찬가지로 더워. 좀 시원할 때 가는게 좋겠어. 기희랑 설기 날 잘 접은거야. 나도 내 생에 이런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게 정말 좋고 고맙다. 인순이는 2학기에 학교 나가지? 하는데 까지 열심히 하자. 절대로 무리는 하지 말고...
저녁으론 제법 선선해 졌어. 친구들아! 이제 가을 맞이 준비하자. 여행 잘 다녀와.

[황선춘]

와따싱와 오겡끼데쓰! 생생한 중계방송에 감사합니다.

[박수련]

와따싱와 오겡끼데쓰! 일본말을 모르고 그대로 하다보니 실수를! ㅎㅎ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요? 다음주 부터는 더위가 가신다니 기대가 됩니다. 사모님은 여전히 건강하시지요?
늘 따님들과 사모님 여성들 틈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