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세월 참 빠르네!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열이렛날
세월 참 빠르다!
어느새 10월이라니...
혼자 중얼거리며 달력을 넘겼다.
12장의 달력이 이제 석 장이 남았다.
10월 첫 날을 이렇게 시작하는 촌부...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진 느낌이다.
영상 6.5도인데도 호호 입김이 난다.
찬이슬이 내린 듯 공기마저 꽤 차갑다.
흔히들 하는 말을 중얼거리는 촌부,
"벌써 시월이라니, 좋은 시절 다 갔네!"
남들은 엿새간 이어지는 추석연휴라고
고향도 가고, 여행도 가고 좋을 테지만
이 촌부에게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추석날 하루에 가족들과 즐긴 것으로도
너무 흐뭇하고 뿌듯함이라 大만족이다.
아침나절에 앞마당 정리를 마저하려고
온갖 도구를 꺼내는 촌부에게 아내가
"연휴인데 좀 더 쉬지 또 뭘 해?" 란다.
"놀면 뭐해? 하던 일 마저 해치울라네!"
라며 도라지삽으로 흙파기를 시작했다.
23년 세월 야생화랍시고 풀을 길러서
온갖 풀뿌리, 잡목뿌리가 뒤엉켜 있어
흙을 파는 것도 그리 쉽잖아 애먹었다.
뿌리를 걷어내다보니 잔대와 더덕까지
몇 뿌리 나왔다. 덤이라 보상받는 느낌...
그렇게 반나절 흙을 파뒤집어 메발톱꽃,
용담꽃, 투구꽃 옮겨심었고 덤으로 나온
자잘한 더덕은 다시 자라바꿔서 심었다.
이제 어느 정도 대충 마무리를 해놓았다.
집에서 봐도, 밑에서 봐도 너무 깔끔하다.
점심 식사후 둘째네 카페 가구 재배치를
아내와 함께 잠시 도와주고 올라왔는데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다며 붉은고추를
따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걱정 섞인 말에
그러자고 했다. 잦은 비에 고추를 못땄다.
시도때도없이 내린 잦은 가을비에 고추가
꽤 많이 망가졌다. 그래도 잘익은 고추가
많아 참 고맙다. 아내도 붉은고추를 따며
연신 싱글벙글, 그 모습을 보면서 촌부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농부 마음이겠지?
지금껏 수확한 것들은 모두 다 말려놓았다.
어느새 여섯 번째 수확인데도 양이 꽤 많다.
이번에는 밭에서 아예 꼭지를 빼놓고 땄다.
진작 그렇게 했더라면 한 단계 일을 줄였을
텐데... 갈무리하여 일부를 건조기에 넣었다.
이렇듯이 농부에게는 휴일도, 연휴도 없다.
그래도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은지
모른다. 연휴라고 집안에서 있는다고 해도
즐기지 못하는 산골부부, 늦은 오후에서야
일을 마치고 올라오며 서로를 다둑여줬다.
마을 이장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초대했다며
둘째네로 전화를 했더란다. 넷이서 내려갔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많은 음식을 차렸다.
맛있게 먹는 것이 차린 정성에 보답하는 것,
다들 칭찬을 하며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왔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정말 올해 고추 농사 짱 입니다
10월에는 더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보람찬 10월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