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서귀포 외돌개를 지나칠 때였다.
평소 밀리지 않는 구간인데 차들이 정체돼 있었다.
교통경찰이 우비를 입고 교통정리를 하는데
한 쪽 도로가 물에 잠기고 물 속에 들어간 사람들이배수구를 덮은 쓰레기를 끄집어 내고 있었다.
나뭇잎과 비닐과 담배꽁초가 손에 가득하다.
비는 220mm 이상 쏟아졌다.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하지만 그렇게 큰 비에 운전하기는 처음이었다.
80년에 한 번 발생할 강수량이라 한다.
그날따라 여러 곳에서 도로 배수구를 청소하는
경찰차와 동사무소 직원들, 환경미화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고생하는 걸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감기 걸릴 것 같다.'는 걱정까지
생겼다.
덕분에 물웅덩이가 덜 생겼지만 마주 오는 차들이
튕겨내는 물폭탄에 앞이 안 보여 여러차례 가슴이
철렁거렸다.
평소엔 뙤약볕에 오토바이를 몰고 도로에 쌓인
쓰레기를 줍는 어르신도 자주 본다.
오토바이엔 페트병 담은 자루와 일반쓰레기를 담은
비닐 자루가 가득차 있다.
차에서 떨어진 스티로폼도 줍는다.
열기에 달아올라 얼굴은 벌겋다.
긴 집게를 옆구리에 차고 다닌다.
헬멧까지 썼으니 땀이 비오듯 한다.
얼음에 담긴 아이스커피를 건넬 수 있다면.....
마트에 장 보고 오다보면 여러 쓰레기분류장을
지나쳐 오게 된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분리수거를 마치고
악취 진동하는 수거함 옆에 주저앉아 쉬는 걸
보게 된다.
한낮의 채 가시지 않은 도로의 열기와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과 소음 속에서 피곤에 지친 몸이다.
음식물 쓰레기 국물이 번져 새카맣게 땟국이 절여진
보도블록에 두꺼운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어떤 때는 폰에 얼굴을 박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저물어 가는 하늘을 무심히 바라본다.
왠지 그냥 마음이 쓰리다.
장바구니에서 음료수나 바나나, 빵을 꺼내 드리면
"받아 먹어도 되여? 고마울서라....."
말끝을 흐리면서도 받는다.
건방진 나의 오지랖이 주책스럽다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손에 뭔가 들려 있을 때만의 일이다.
나이 들어가니 모든 게 고마워지니 어쩌란 말인가.
환갑을 넘어서니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넒어지는지
모르겠다.
언제는 편의점 앞에 외국인이 맥주를 손에 들고
나와 엉거주춤 서 있었다.
손은 둘인데 긴 맥주캔이 세 개나 들려 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캔이 뜨거운 햇살에 금새
물방울이 맺힌다.
마침 바구니에 있던 검정비닐을 건네자 "탱큐"
하며 웃는다.
엘리베이터 안에 떨어진 휴지도 줍고 물이
번져 있으면 버리려던 신문지로 닦는다.
안 그러면 밑 안 딱은 기분이 들어 영 찜찜해진다.
길 한복판에 널브러진 캔이나 종이컵도 쓰레기분류장을 향해 발로 차 던지고는 한 쪽에 서서 슬며시
집어 통에 넣는다.
길 가다 갑자기 허리 굽혀 주우면 민망하고
쑥스러워 태연스레 행동한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이러나?" 어이 없어 쓴웃음이
번지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무슨 주제 넘은 짓인지....
오늘도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새록새록
느끼네 되니 아주 늦게 철이 들어가는가 보다.
아니면 노망 들어가는 징조인가?
첫댓글 아우라님 방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노망이라니 무슨말씀을 잘익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인데요
좋은일 하시니 복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아이쿠~
반갑습니다.
일어방에서 고생하시는 것 보면서
거들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요즘 일본어 상당히 늘었겠지요?
전 점점 잊혀져 갑니다.
어쩜 좋을까요?
글 고맙습니다.
엄지 척!
어쩌다 한 번 글 올리는 처지라
부끄럽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로 생각해주세요.ㅎ
아름다우신 분이시네요
오지랖이 아닌 아름다움 마음을 소유하신 분이십니다.
눈에 확 뜨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우신 분들이 많은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왜 이렇게 늦어서야 철이 들까요?
젊었을 때는
친구들보다 부자 되려고
내 자식이 더 공부도 잘해야 된다고
성공해야 인정 받을 것 같아서
악착같이 살았는데 부질없음을.....
참 늦게도 깨달았습니다.
다행일까요?
좋은 일은
작은 실천부터
잘 하십니다.
음식물 쓰레기 비우는데
젊은 부부도 들고 나왔더군요.
근데 카드를 잊고 왔는지 당황해 하더군요.
제 카드를 주며 비우라고 했죠.
집에까지 다시 갔다오려면
얼마나 번거럽겠어요.
저도 몇 번 그런 적 있어 짜증나고 투덜거리며
다시 9층까지 오르락내리락.
아주 사소한 일도 약간의 신경 씀으로
즐거워집니다.
단 몇 십원으로.
저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요....
실천을 못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잘 못합니다.
애완견이나 안고 있다면
"에구우 ~ 이뻐라" 덧붙일 수 있는데...
요즘 세상 재앙이 너무 큼니다. 다 우리 인간이
만든 업보겠지요. 얼마전 갑자기 내린 비로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 경미한 접촉 사고가
있었는데 상대 운전자는 꼭 수리를 해야 한다고
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운전대를 내려 놓고 싶은
생각이 컸답니다. 배수구 막힘으로 일어나는
피해는 우리가 겪고 많이 보아온 경우입니다.
그래도 운전하며 담배 꽁초 슬쩍버리는 인간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 경우를 보면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은 마음입니다. ㅎㅎ잘 쓰신 수필 한 편
읽었습니다.
저도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담배꽁초 창 밖으로 던지는 인간입니다.
산불의 요인 중 하나 아닐까요?
운전을 오래 하다보니
별의별 인간 다 봅니다.
많은 걸 배우죠.
빨리 가려고 속도 내봐야 신호등 앞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무리하게 앞지르기 하는 인간에겐
"무척 바픈 일이 있는가보다."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읽을거리 잘 쓰셨습니다
자기가 먹었던 커피포토 외길거리에 생각없이 버리는지
한심합니다 처리도 못하면서 왜들고 다니면서 먹는지요
담배꽁초 차창넘으로 던지는 손은 무슨손인지 젊은이들이 주책없이 ㅠㅠ
흔하게 보는 광경입니다.
"개 xx" 저도 욕합니다.
운전 오래하다 보니 점점 입이 거칠어집니다.
제주도 와서 기분낸다고
외제차 타고
옆자리에 여자 태우고
굉음 내며 달리는 것 많이 봅니다.
아우라님의 오지랖은
닮고싶은 행동하고싶은 선한 오지랖입니다 아우라님의 선한 행동이 선순환되어 이사회가 더욱 밝고 건전함으로 나아가길 고대하고 동참합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살기 바쁠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모든 걸 내려 놓으니 보입니다.
앞으로 몇십 년 더 살 수 있을까요?
참 늦게 철 들었지요.
늦게라도 철이라도 드신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작은 일이 큰일이지요,
매일매일 한가지라도
철 들었으면 좋겠습니다.ㅎ
나이드니 부끄럼 보다는 아깝다 지저분 하다 생각이 먼저 앞서네요
작은 배려가 상대편에게 고마움과 또 다른 행을 나타내게 됩니다
좋은 마음, 좋은 행동으로 나이가 들어가야 겠지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엔 경찰서나 관공서 등
업무 보려면 강압적인 면도 있었으나
요즘은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실감합니다.
참 많이 좋아졌어요.
어쩌다 민원인들이 되례 큰소리 치는 걸 보면
격세지감 느끼죠.
갑질도 하고.
노쇼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