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보다 더한 문재인정권과 더불어개판당의 민간인 사찰

[시대공감]

임찬종

* 언젠가 수사받게 될 공수처의 언론인 사찰 의혹

공수처가 '공수처의 이성윤 검사장 황제조사 의혹 CCTV'를 보도했던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것은 99% 이상 사실로 보인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국회의원이나 전직 대검 대변인 등과 통화할 리가 없는 TV조선 영상취재 기자나 외교전문 기자 뿐만 아니라, '이성윤 황제조사 의혹 CCTV'를 보도한 해당 기자의 가족의 통신사 가입자 정보까지 공수처가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이는 공수처를 비판했던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후, TV조선 기자의 통화상대방이 누구인지 '사찰'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기자 통화내역 조회는 사실로 보인다.

공수처 측은 이에 대해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에 대한 '첩보'가 있어서,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사'를 시작했고, 이 내사 과정에서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내사와 관련된 인물로서 해당 기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해 조사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사실상 밝히고 있다.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을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도저히 부인하기 어려워지자,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을 들여다봤다고 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공수처가 이런 논리를 내세울 것을 이미 예상하고 지난 18일 출고한 [취재파일]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행위가 '언론인 사찰'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써놨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공수처의 행위가 형식적으로 합법적 내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적 목적이 언론인 사찰이나 비판적 기사의 취재 및 보도 경위에 대한 파악이라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고, 직권남용죄는 오히려 실질적 목적이 위법하면서 외관상(형식상)으로는 합법적 행위일 것으로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에 대해 공수처가 합법적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 수사를 빙자하여 실질적으로는 TV조선의 공수처 비판 기사 취재 경위를 파악하려고 한 것이거나, 비판적 기사를 보도한 기자나 언론사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라면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수처의 실질적 목적이 위법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필요한 근거는 무엇일까? 공수처가 내사의 근거로 삼은 '수원지검 수사팀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에 대한 첩보'가 무엇인지가 될 것이다.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검사장 관련 CCTV를 TV조선에 넘겨줬거나, 관련 정보를 TV조선에게 줬다는 '첩보'가 있어서 관련 내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TV조선이 CCTV를 확보한 건물에 가서 관리인을 조사하고,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도 조회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만약 수원지검 수사팀이 TV조선 기자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구체적인 근거(첩보)가 있다면 공수처의 행위는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설사 그렇다해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지만, 이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논의하겠다.) 하지만 첩보 내용이 신빙성이 극히 부족한 것이거나, 더 심한 경우 공수처가 뜬소문 등을 근거로 내부적으로 만들어낸 첩보에 불과하다면, 이는 비판적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내사 관련자라는 형식으로 '사찰'하기 위한 핑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냈거나 조작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과연 공수처가 TV조선 기자의 통화내역까지 털어본 내사 사건의 출발점이 된 '첩보'가 내사에 착수할만한 것인지, 아니면 수원지검 수사팀이나 TV조선을 압박하기 위해 대충 만들거나 꾸며낸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공수처의 직권남용 여부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시간이 지난 후 경찰이나 경찰이 공수처에 대한 강제수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될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언론인과 법조인들은 편견을 버리고 생각을 한번 해봐주시면 좋겠다. 어떤 기자가 수사기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파악해서 수사기관의 명백히 부적절한 행위를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마다, 수사기관이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첩보가 있다'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그 기자의 취재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자의 통화내역을 털어보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가? 권력기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행위에 대한 고발보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아니면 정치권력이 어떤 계기로 해당 권력기관을 손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뒤에야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 세상을 바라는가?

공수처의 기자 사찰 의혹은 언젠가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 내부에서 벌어진 일, TV조선 취재경위 조사의 근거가 된 내사가 정당하게 착수된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관련 사건이 접수돼 있다. 이 사건 수사가 언제 속도를 내게 될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공수처가 스스로를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될 운명에 빠뜨렸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 참고 -

이 사건을 보도하는 일부 기사에서 용어 사용에 혼란이 있다. 이런 혼란을 근거로 언론인 사찰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관련 용어의 정확히 의미는 아래와 같다.

통산사실확인자료 요청 =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파악하는 행위다. 수사대상이 특정기간에 특정 전화번호를 이용해 통화한 번호, 당시 이용한 기지국, 통화시간 등을 파악하는 행위다.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근거 법령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통화내역 조회'라고 풀어쓸 수 있다.

통신자료 제공 요청 =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파악한 수사기관이, 수사대상 통화내역에 나오는 전화번호의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통신사에 요청하는 행위다.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에 등장하는 통화상대방이 실제로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 근거 법령은 전기통신사업법이다. '통신 조회' 또는 '가입자 개인정보 조회' 등으로 풀어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