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가(2)
보릿고개를
연례행사로 치르는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초가집 마당 장독대 옆에
조그만 꽃밭이 있었다.
누가 꽃밭을 만들었을까?
앞줄에는 난쟁이 채송화
뒷줄에는 백일홍 분꽃 봉선화 맨드라미
맨 뒷줄에는 키다리 해바라기
그리고 토담 옆에는
나팔꽃이 심어저
들어갈 사람도 없건만
새끼줄로 울타리까지 만들어
구색을 다 갖췄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면
나팔꽃 백일홍 봉선화가
앞 다퉈 피기 시작하고
분꽃이 피면
누님은 저녁 보리쌀을 씻고
맨드라미 잎은 따서
술떡 고명으로 쓴다.
여름 방학이면
꽃밭 옆 들마루에
앉은뱅이 밥상 펴놓고
서울에서 가져온
방학숙제에 여념이 없다.
영어 단어 10번 쓰기
봉숭아 줄기 꺾어 잉크에 담가
물관 체관에
모세관 삼투압 실험하기
가곡 계명 외우기
정신없이 숙제에
빠져 있으면
어느새
어머님은 햇감자 쪄
시원한 오이냉국 한 사발을
등 뒤에 밀어 놓고
서둘러 밭일 가신다.
홀로 남겨진
고요한 집안 꽃밭에서
스르르
여치 소리 들려오면
"얘! 너네 시골집이 초가집이야?
어떻게 생겼니?
함 가보고 싶어"
방학이며 늘 내 고향집에
오고 싶어
커다란 눈망울로
아쉬워하던
서울 사투리가 유난히 예뻤던
교회 학생회에
세일러복 선배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두 뺨이
절로 붉어진다.
글/벽창호
첫댓글 어렸을때 추억이 제일 많이 생생하지요
뜰의 꽃을 보아도...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ㅎ
그땐 좋아하고 흠모?했기에,
지금도 추억장을 넘겨보시는가 봄다ㅎ
♬ 배경음악에서 ,,(수잔 잭슨,,노래)
흘러나오는것 처럼
늘 푸른 상록수 처럼,,
젊음?의 그시절 싱그러웠슴을~~ㅎ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같은데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네요
흘러간 청춘이
아쉽고
그립습니다.
벽창호님 글을 읽으면서 오래 전 떠나 온 고향 공주 생각에 젖어들게 되네요.
유난히 꽃을 사랑하셨었고 고명딸이자 맏이였던 수피에게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었던 제 친정 아버님 덕택에 저의 집은 사시사철 늘 고운 꽃들이 피고지곤 했었습니다. ^^~
우리 어렸을땐 꽃밭에
꽃과 나비와 벌이..
그때가 참 그립네여ㅎ 수피님!
@리릭.
리릭 선배님
반갑습니다. ^^
맞아요.
요즘 시멘트처럼 각박한 삶을 살아 가다보니오래 전 정겹던 모습들이 매우 많이 그리워 집니다. ^^♡
수피님 고향에 가면
모든 게 변하고
국민학교 그 자리에 있던
은행나무만이 힘겹게
살아 남아 있더라구요 ^^
초가지붕의 장독대가
정겹네요 우리 어린시절의
꽃들도 순박하고요
서울 태생 이라 저런 추억은 없어도 보기만 해도
좋답니다
객지 생활에
언제나 유년 시절 고향 생각만 하면
그리움이 솟구치곤 했지요 ^^
농촌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글 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멜로디
그리고 추억속의 여인......
감사한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유년시절 고향에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그리움이 솟구치곤 하지요 ^^
아나로그시대의 생활
정말 그립습니다.
흘러간 청춘도 그렇구요 ^^
에버그린 우리세대가 다 좋아하는 팝송이죠 드라마 아들과딸에 간간히 나와서 이노랠들으면 시골길과 물안개 떠오르는 강변풍경이 생각 납니다 세상엔 참아름다운게 많지요
에버그린 멜로디와 함께
늘 가슴 설레며
연속극 아들과 딸을 보면서
우리 집 후남였던 공부 잘하고 똑똑한
내 여동생 얘기만 같아서
맘 아팟지요
서정의 풍경을 그려내셨군요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와 기분좋은 하루 시작 합니다
정겨운 우리 큰집의 모습입니다
우리시대의 감성 추억 그리움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추억 으로 여길까 생각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