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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9일, 어제 결국 대법원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날은 서울 교육이 학살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고난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정의로운 가치에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2018년이 제겐 바로 그런 시기였습니다.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교육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조치였으며, 사회정의에도 부합한다는 확신은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생각도 이와 같다. 오히려 이처럼 비장하게 각오하지 않고도 조희연 교육감의 당시 판단은 정의롭고 상식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체 무엇을 얼마나 계산한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판결은 이처럼 무참하게 나왔다. 무죄취지로 원심이 파기되는 것을 바랐던 일말의 마음이 허탈하다.
천만 서울시민이 세 번이나 그를 선택했다. 그가 말하고 몸소 실천하는 공존의 혁신교육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2014년을 시작으로 꼬박 10년을 한결같이 걸어온 그 길에서 마지막 2년 여정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서게 된 교육감님에게 우선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는 각별한 감사인사를 전한다.
그 길에서 교육감은 우리 장애학생 부모들과 언제나 함께였다. 우리는 함께 특수교육의 기틀을 다지고 가다듬어 왔으니, 돌아보면 벅차고 자랑스럽다.
아마도 우리 서울장애인부모연대야말로 교육감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서울시교육청이 있는 경희궁 옆 언덕길을 자주 오르내렸다. 의견을 내고 답변을 들었다.
때론 호소를 위해 여럿이 몰려가기도 하고, 자리를 깔고 앉아 규탄의 소리를 높이기도 했으며, 울타리를 뛰어넘기도 했다. 교육감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잘 듣고 진전된 대책을 마련해 보였다.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는 서울의 특수교육을 보면서 우리 장애학생 부모들은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뒤로 가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실제로 임기 중 장애학생의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였으니, 거칠게 꼽아도 그 목록이 한참이다. 그는 십수년 동안 멈추었던 서울의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특수학급 증설에 힘써왔다.
특히 강서 서진학교 설립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무릎을 꿇으며 호소하는 우리 곁에는 꿋꿋이 견디며 끝까지 설득하려 버틴 교육감이 있었다. 강서 서진학교가 기어코 세워졌고 이어 서초 나래학교가 섰으며, 여러 난관에도 중랑 동진학교 설립이 진행 중이고, 성동에서도 특수학교 설립이 준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이번 2학기부터 학생이 진학하려는 학교에 특수학급이 없다면 반드시 설치하도록 ‘관내 사립학교 특수학급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다니는데도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가 서울에 422개교에 달하고 더욱이 특수학급이 설치된 사립학교는 2.2%에 불과하니, 집 앞에 학교를 두고 ‘받아주는’ 학교를 찾아다녀야 했던 장애학생과 그 부모에게 이처럼 후련한 약속이 없었다.
조희연 교육감의 신념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교육’이라 한다. ‘더 평등한 출발, 더 따뜻한 공존교육으로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을 통합교육을 통해 이뤄가겠다’는 그의 말과 신념을 우리는 믿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 2022년에는 교육청 내 특수교육과를 새로 만들고 전국 최초로 특수교육 4팀(특수교육기획, 특수교육과정, 통합교육운영, 특수교육지원)을 설치하였다. 장애학생들의 특수교육, 장애와 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에 이토록 줄기차게 진심인 교육감은 우리에게 얼마나 든든한 언덕이었는지.
조희연 교육감은 어제 서울시 교육청을 떠나는 자리에서 특별한 소회로, “서울의 특수교육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의 진정성을 안다.
그는 진심으로 그런 마음으로 특수교육을 챙겨왔다. 강서 서진학교 사건을 다룬 다큐 <학교가는 길>을 몇 번이고 거듭 보면서 그때마다 눈물을 철철 흘리던 교육감이었다.
지금 현실은 암울하다. 서울시 의회에서는 시민들의 오랜 합의로 만든 학생인권조례를 단숨에 폐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장애학생은 교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 되어 교실에서 쫓겨나 집으로 돌려 보내지고 있다.
교육 퇴행의 파고가 무섭게 넘실거리는 이런 때에 경쟁이 아닌 공존교육을 외쳤던 교육감이 우리와 함께 걷던 그 길에서 내쳐졌으니, 처참한 마음이다. 장애학생 교육의 큰 버팀목을 흔들어 기어이 쓰러뜨린 이 퇴행의 역사에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변명할 것 없이 스스로 검증한 신념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하는 그가, 그래서 그를 지지하는 우리의 명예까지 지켜주는 그가 자랑스럽다.
다만 그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이 이뤄가던 특수교육의 진전이 멈추거나 더뎌질까 그것만은 큰 걱정이다. 부디 세월이 뒤로 가는 좌절이 없기를, 평화와 평등, 공존의 교육이 중단없이 잘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한 퇴행을 누군가 또 기도한다면,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 그 길을 막아설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퇴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존의 교육과 공존의 사회를 함께 꿈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한 분들과 손잡고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습니다.”라고 조희연 교육감이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거니와, 우리 역시 그로 인해 희망을 꿈꿀 수 있어 행복했다는 헌사를 드린다.
조희연 교육감님, 수고하셨습니다.
2024년 08월 30일
사단법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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