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32〉
■ 여름밤 (이준관, 1949~)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 1992년 시집 <열 손가락에 달을 달고> (문학과 지성사)
*비가 내리고 8월 말로 접어들면서, 지독하게 무덥던 올여름도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슬며시 사라지는 대신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르르~ 우는 귀뚜라미 소리도 이전보다 좀 더 명료하게 귀에 들어오고 있고요.
한여름날의 시골에서는 낮에 비해 밤이 훨씬 더 좋은 때입니다.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한밤중 아무 때나 밖으로 뛰쳐나가면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고, 풀벌레 소리 속에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오며 정겨움과 함께 작은 낭만이 펼쳐지곤 하니까요.
그런데…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커다란 낯선 벌레들은, 모기는 차치하고 풍뎅이 ‧ 하늘소 ‧ 집게벌레 등과 같은, 도시에서 자란 몸집 큰 젊은이들까지 질겁을 하게 만들더군요.
이 詩는 학습으로 지친 아이들과 여름밤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대화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권유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 여름밤에 멍석을 깔고 온 식구가 앉아 저녁을 먹고 별을 보며 이야기하며 그런 경험을 심심찮게 겪었는데, 이 기억은 지금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름밤 별을 보고 밤새 이야기하지 못한 채 교육에만 매몰되어 오늘도 무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대도시에서는 별을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테지만 말이죠.
하긴 우리 세대들도 대부분, 아이들과 여름날 밤새 뜬눈으로 별과 달을 보며 대화를 하지는 못했고 이제는 그런 기회를 영영(?) 잃었을 것입니다만.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