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산만 ‘문제아’ 고교자퇴 뒤 독일로… 윤한결, 카라얀상 받았다
‘카라얀 젊은 지휘자 상’ 수상
잘츠부르크 현장서
인터뷰
잘츠부르크=김기철 기자
입력 2023.08.07.
지난 6일(현지 시각)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하고 있는 윤한결. 그는 이날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 첫 우승이다. /ⓒ SF/Marco Borrell
6일 오후 여름 축제가 한창인 잘츠부르크 도심의 모차르테움 극장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결선 무대 후 한 시간 넘게 청중 수백명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Young Conductors Award) 콩쿠르 우승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최한 이 콩쿠르 심사위원장 만프레트 호네크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이 걸어나와 발표한 이름은 스물아홉 살 신예 윤한결. 올해 54국 323명이 출전한 이 콩쿠르의 한국인 첫 우승이다.
이날 결선 무대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윤한결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과 모차르트 아리아에 이어 신동훈의 창작곡 ‘쥐와 인간의’,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연주했다. 신예답지 않게 지휘는 명쾌했고 에너지가 넘쳤다. 윤한결은 다양한 얼굴 표정과 손짓으로 소규모 챔버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단원들과 소통하면서 대편성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장엄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정교한 계산과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돋보였다. 공연 직후 만난 윤한결은 “어제 리허설 때는 땀을 많이 흘렸는데, 오늘은 긴장한 탓인지 더위도 못 느꼈다”고 했다.
6일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하고 있는 윤한결. 이날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 첫 우승이다./SF/Marco Borrell
피아노, 바이올린이나 성악 콩쿠르는 한국이 휩쓸지만 지휘만큼은 예외. 그렇기에 윤한결의 우승은 더욱 의미 있다. 2010년 출범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차세대 스타 지휘자를 배출하는 콩쿠르로 유명하다.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상임지휘자 로렌조 비오티,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음악감독 아지즈 쇼카키모프 등 이 대회 우승자들이 지휘계 샛별로 떠올랐다.
모두들 결선무대에 진출한 최종 3인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최국 프리미엄에 무대 경력까지 앞섰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쟁자인 벨라루스 지휘자는 독일 주요 극장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결정된 터였다. 이때문에 윤한결 스스로도 의외라고 생각할 만큼, 그의 우승은 이변이었다.
우승 상장을 든 윤한결과 심사위원장인 만프레트 호네크(왼쪽). /ⓒSF/Marco Borrell
대구 출신인 윤한결은 서울예고 1학년에 입학한 직후 자퇴하고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했다. 어릴 때는 주의 산만한 ‘문제아’였다고 한다.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선생님이 시키는 연습은 안 하고 혼자 엉뚱한 곡을 만들어서 쳤어요. 얼마나 연습을 안 했던지 모차르트 소나타 하나를 초등학교 내내 쳤으니까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의 영향력은 세계 최고 여름 클래식 축제로 꼽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차세대 지휘자를 키우기 위해 강력하게 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콩쿠르 심사위원이 대부분 주요 극장장이나 페스티벌 예술감독 출신들이기에 연주 기회도 많이 따낼 수있다. 2년마다 열리는 콩쿠르 우승자는 다음 해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할 기회를 주고 공연 실황은 CD로 발매한다.
지난 6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결선에 나선 윤한결이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뒤 인사하고 있다./김기철기자
윤한결은 2019년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네메 예르비 지휘상을 받았고 베른 심포니에 데뷔했다. 작년 4월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에서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아스코나스 홀트에서 교향악 축제 영상을 봤다면서 공연 영상을 좀 더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서 지휘한 영상을 보고 연락했다길래 저도 신기했어요.” 아스코나스 홀트는 사이먼 래틀, 정명훈 등이 소속된 영국의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다. 윤한결은 작년 11월 이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잘츠부르크 결선 현장에 온 아스코나스 홀트 매니저 잭 하이네스는 “윤 지휘자의 경력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주요 오케스트라의 섭외가 잇따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윤한결에게 어떤 지휘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만프레트 호네크가 제 모델입니다. 겸손하고 친절하지만 음악만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고집을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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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11
우물천사
2023.08.07 09:50:08
정말 대단한 일을 이룩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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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2
유박사
2023.08.07 10:29:42
축하합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축하할 일입니다. 문화강국이 선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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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1
구운몽
2023.08.07 10:27:53
만세! 축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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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
1109@mse
2023.08.07 14:00:58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연주자가 아닌 지휘자가 나타 났구나!!! 만세...주빈 메타를 부러워 한 몇십년 이다. 세이지 오자와를 부러워 한지 몇십년이다...마침내 지휘자가 탄생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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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
Dr. Kim
2023.08.07 11:26:35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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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8.07 23:21:16
윤한결씨.....축하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가 관심 대상이네요. 지금 지휘자로서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인물이라면 정명훈씨가 첫번째 손가락에 꼽혀야할 것이고 장한나, 김은선, 성시연 등 여성 지휘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윤한결씨가 정명훈 수준의 지휘자로 성장해도 큰 성공입니다. 연주자도 그렇지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나중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몇년 각광을 받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음악인도 있고 그 반대로 콩쿠르에서 상을 못 받았지만 후에 대 음악가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명훈씨가 뛰어난 지휘자이긴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많습니다. 53년생...70세지요. 게다가 본인이 특정 악단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원치 않는 스타일이라 주로 객원활동 위주로 무대에 섭니다. 윤한결씨는 좋은 악단을 맡아서 두다멜, 넬슨스, 세겐 같은 젊은 지휘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길 바랍니다. 작곡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뭐 금상첨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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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3.08.08 00:01:49
축하합니다. 지휘자로서 세계에 우뚝! 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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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8.07 23:25:56
윤한결씨는 몇 년 후에,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르라와 베토벤 교향곡 전집 녹음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베를린필은 상임지휘자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힘들어서...거긴 현재 상임으로 있는 키릴 페트렌코가 계획하는 바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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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들목
2023.08.08 00:49:35
한국 젊은 예술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류와 함께 국가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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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Rickee
2023.08.08 01:59:03
본인 노력도 인정하지만 한국이 소프트 강국이 되니 가능한 일이네요. 국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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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wcac
2023.08.07 22:36:08
고기능 ADHD+예술을 지원가능한 재력의 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