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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폴 리카르드(Poul Ricard)
2022년 5월 22일(일), 맑음, 올림픽공원 장미광장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장미꽃이 볼만한 여러 군데를 찾아가 보았지만 올림픽공원의 장미광장이 가장 나은 것 같았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중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2008)에서 몇 대목을 뽑았다.
109. 폴 리카르드(Poul Ricard)
110. 티네케(Tineke)
112. 섬머 레이디(Summer Lady)
【2대에 걸친 방랑 - 카를로스 클라이버】
취리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또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크기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
도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많고, 강과 호수가 있는 도시는 어디를 가든 물과 첨탑들이 잘 어우러져 그림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트램’이라고 하는 전차가 다니는데, 어디서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편리한 대중
교통으로 시민들의 훌륭한 발이 되고 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트램을 타는 한 중년의 남자가 있다. 편안한 옷차림에 소탈한 태도의 그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사람 좋은 표정을 하고 있다. 그는 트램의 의자에 앉아서 몸을 내맡긴 채, 창밖의 리마트 강만 계
속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골똘히 생각을 잠긴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 벌떡 일어난
다. 다음 정류장에서 서둘러 내린 그는 공중전화 부스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극장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저편에 극장장이 나온다. “나 베토벤 할 거요. 5번 아니면 7번
하고 싶소.” 그 한마디에 극장장은 그곳이 취리 오페라하우스든 뮌헨 필하모니든 런던 심포니든 특별한 연주회
의 스케줄을 잡는다. 그는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괴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Carlos Kleiber, 1930~2004)이다. 그는 가장 열광적인 팬들과 반대파들을 공히 거느리고 있는 스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일류 지휘자들 가운데 일정한 포스트가 없는 거의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직장이 없다는 것인데, 바람 따라 기분 따라 다니는 그의 행적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최
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바로 그의 실력을 입증하는 예일 것이다.
클라이버의 명녹음들 중에서 단연 첫손에 꼽고 싶은 것은 베토벤의(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교
향곡 제5번 C단조 op.67이다. 흔히 <운명>이라고 불리는 이 음악은 과연 클래식의 대명사다. 1975년에 클라이
버가 빈 필하모니와 함께 <운명 교향곡>을 그의 최초의 베토벤 음반(DG)으로 내놓았을 때, 반응은 실로 폭풍
과 같았다. 빈 필하모니의 정연하고 탄탄한 연주 실력은 클라이버의 예리한 지휘봉 아래에서 마치 명검(名劍)이
주인을 만난 듯이 휘몰아친다. 연주는 시종 긴장미가 넘치며 놀라운 음장감으로 듣는 이를 압도한다. 그리고 마
지막 4악장에서 터지는 승리의 알레그로는 바로 자유를 갈구하는 클라이버 자신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처럼 들
린다.
클라이버가 환갑이 넘었을 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그에게 오스트리아의 시민이 되기를 제의했다, 만시지탄이
었지만 그는 4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에 오스트리아 국적을 받아들임으로써, 2대에 걸쳐 방황했던
부자는 조국으로 돌아왔다.
113. 섬머 레이디(Summer Lady)
114. 우아미(Wooami)
115. 엘르(Elle)
【신부에게 바친 사랑이 헌사 - 슈만 : 가곡집 시인의 사랑】
지금은 독일이 통일되었지만, 과거 동독 지역에서 가장 문화적이고 아름다운 고도(古都)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라이프치히일 것이다. 라이프치하 구도심의 동독으로 가면 아우구스투수라는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참으로 대단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광장 주변의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들은 음악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곳들이다.
라이프치히라면 빠뜨릴 수 없는 작곡가가 슈만이다. 슈만의 작곡 시기는 그가 거주하던 도시에 따라 종종 라이
프치히 시대, 드레스덴 시대, 뒤셀도르프 시대 등으로 나누어 설명되는데, 가장 열정적이고 왕성한 작곡활동을
한 것이 라이프치히 시대였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많은 피아노곡, 실내악곡, 합창곡 등을 작곡했는데 특히 수
많은 성악곡들이 이 도시에서 탄생했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잘 알려져 있듯이 자신의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인 클
라라를 사랑하여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지만, 비크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리하여 슈만은 비크를 상대로
힘든 법정 투쟁을 벌였는데, 법정에서 그들의 결혼을 허가한 것이 바로 1840년이었다. 이해에 슈만은 두 사람
의 사랑의 결합을 노래하듯이 수많은 가곡들을 썼다. 이 한 해에 작곡된 가곡이 무려 140곡에 달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음악학자들은 1840년을 ‘가곡의 해’라고 부르게 되었다.
클라라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시인의 사랑>은 ‘가곡의 해’를 마무리하는 최대의 결정판으로서, 슈만의 전 가
곡집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그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집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미래
에 대한 염려로 가득 차 있는 16개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하이네가 쓴 원시(原詩)들은 슈만에 의해 임의로
개작되었는데, 각 곡의 가사들을 읊으며 함께 따라가는 슈만의 뛰어난 서정미를 느낄 수 있다. 독일 가곡들을
모두 통틀어서도 이토록 사랑을 빼어나게 표현한 가곡의 없다.
슈만이 일찍 죽은 후에도 클라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일반 애호가들에게 슈만의 안내자가 되었다. 그녀는 슈만
이 죽은 후 그의 가곡을 반주하면서 40년을 더 살았다.
119. 엘르(Elle)
121. 폴 리카르드(Poul Ricard)
122. 마노우 메이앙(Manou Meilland)
124. 조지 베스트(George Best)
【지중해로 나를 부르는 만가(輓歌)ㅡ 테오도라키스 : 발레 모음곡 그리스인 조르바】
매년 여름 유럽에서 열리는 음악제 가운데, 그 분위기가 가장 낭만적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이탈리아의 베로나 음악제일 것이다. 2천 년 된 고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원형 경기장-‘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라고 부른다-에서 벌어지는 야외 오페라는 누구나 한번 가보면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추억을 갖게 된다. ‘아, 오페라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그런 밤이 매일 연출된다.
이런 베로나 시에도 딜레마는 있다 베로나가 고민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베로나 음악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놓는 이야기는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 그런 형편이니
주최 측으로서는 아직도 <아이다>를 비롯하여 <카르멘>, <투란도트>, <나부코>, <리콜레토>, <라 트라비아
타>, <일 트로바토레>, <토스카> 등 일부 작품에 집중되는 현상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런 실정인 베로나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현대작품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발레인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14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주자들의 웅장한 관현악으로 음악이 시작되면, 아래위로 흰 옷을 입은 남자 무용
수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가 등장한다. 여러 대의 부주키가 강렬하게 현을 뜯으며 동시에 ‘조르바의 춤’을 연주
할 때,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당당하게 넓은 스텝을 밟는 그의 독무는 아레나의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부주
키는 기타와 비슷한 모양의 그리스 민속 악기인데, 여러 대가 동시에 현을 올릴 때의 느낌은 실로 강렬하다.
공연 내내 들려오는 부주키 소리는 에게 해 바다냄새처럼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들어간다.
이렇게 <그리스인 조르바>의 세계 초연은 1988년 베로나 아레나에서 작곡가 테오도라키스의 지휘로 올려졌
다. 그리고 신곡의 초연이며 발레 공연이었음에도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 1990년에 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리
바이벌되었다.
125. 골든 채피(Golden Cappy)
127. 카논(Kanon)
【나폴리의 창을 밝히는 노래-토스티 : 가곡집 이상 외】
나폴리에 올 때마다 나는 슬픔을 느낀다. 이곳이야말로 퇴색한 도시이다. 그리스의 화려한 식민도시였고, 로마
황제들의 별장이 있었던 로마제국 최고의 미항(美港)은 이제 먼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는 느낌이 잔잔하게 그러
나 뚜렷이 밀려온다.
(…) 피자를 와인과 함께 먹을 때 부두의 3류 가수들은 ‘나폴리타나’라는 나폴리 가곡을 부른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어울리는 노래는 <산타 루치아>도 <돌아오라 소렌토로>도 아니다. 저녁 바다에서 토스티(Francesco
Paolo Tosti, 1846~1916) 의 <마레키아레>를 들어보라. ‘마레키아레’란 달빛에 비쳐 하얗게 된 나폴리의 밤바
다를 뜻한다.
“마레키아레에 달이 떠오를 때, 물고기도 사랑에 취한 듯 수면에 떠오른다. 발코니에서 미소 짓는 그녀를 향한
나의 정열은 불탄다. 밤물결은 부드럽게 해안으로 밀려오고, 창문에는 카네이션 향기가 넘친다. 잠을 깨라. 이
밤은 너무 매혹적이다. 얼마나 오래 너를 기다려왔는가? 내 슬픈 노래의 반주를 위해, 오늘 밤은 내가 기타를
가져왔다.”
파바로티가 쓰리 테너 콘서트에서 불러서 유명해진 이 노래, <마레키아레>를 들으면 그 어떤 나그네가 나폴리
에서 잠을 청할 수 있겠는가? 밤을 새며 와인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도 흥취는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는 나폴리타나라면 그간 스테파노나 질리 아니면 파바로티의 테너 음성을 떠올려왔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
의 이탈리아 민요들 역시 테너들이 부르지 않았던가? 그러나 밤이 깊으면, 쇠락한 나폴리의 밤바다에 테너 음
성은 이제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그럴 때면 떠오르는 또 다른 나폴리의 목소리가 있으니, 그것은 바리톤이
다.
(…) 오늘 저녁 화려한 테너가 아닌 바리톤이 부르는 토스티를 들어보자. 무기교의 기교라고 했던가? 그것은 바
로 레나토 브루손에게 해당되는 표현일 것이다. <꿈>에서 시작하여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로 끝나
는 열두 곡의 토스티 가곡을 들으면, 나의 작은 창문에 나폴리 이 밝은 달빛과 일렁이는 밤물결이 들어오는 것
만 같다. 이렇게 밤이 더욱 깊어가면, 일상에서 화나고 지친 나의 마음도 흰 달처럼 깨끗하게 씻겨질 것이다.
130. 캐롤라인 드 모나코(Caroline de Monaco)
132. 로얄 프린세스(Royal Princess)
133. 코틸리온(Cotillion)
134. 호노카(Honoka)
135. 코틸리온(Cotillion)
【밤의 숨결을 깨우는 피아노의 정수-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몇 년 전 강남의 한 음악감상실이 문을 닫을 때, 서울의 마지막 음악감상실이 사라진다고 언론에서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음악감상실의 역사나 의미 등을 찾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던 중, 애호가 중 한 사람의 자격으로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늦은 밤 그 라디오 방송 PD와 와인을 마시면서 나눈 음악 얘기는 참 즐거웠다. 그런데 문득 음악이 있어야 하
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침 플레이어에 올려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자고 제안했더니,
그는 뜻밖에 거절했다.
이유는 그 곡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유별난 <골드베르크 변주곡> 감상법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무 때나 꺼내어 듣는 음악이 아니다. 그 곡을 듣기 위해서는 미리 마음의 준
비를 해야 한다. 그날을 앞두고는 며칠 동안 아무런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
에 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그리고 사무실(게다가 방송국이 아닌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무수히 많지만
가급적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즉 그동안 귀를 아끼며 깨끗이 하는 것이다.
그날이 돌아오면 당연히 일찍 귀가한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가급적 일찍 재운다. 아, 그뿐만 아니
다. 아내도 일찍 재운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이제 오디오가 있는 작은 방으로 혼자 들어간다. 문을 잠그
고 전화선을 뽑고 휴대전화기도 끈다. 그리고 불도 끈다.
의자에 좌정하고 앉아 오디오를 켜고 플레이어에 레코드판을 올려놓는다. 조심스럽게, 드디어 스위치를 넣는
다. 이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단숨에 다 들어야 한다. 온몸의
감각을 곧추세운 채, 건반악기의 한 음 한 음을 명철하게 따라간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속명은 후세에 붙여진 것이고, 원제는 <2단 건반 클라비어를 위한 여러 변주곡을
가진 아리아>이다. 이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작곡한 많은 음악들
가운데도 단연 빛나는 위대한 작품이다. 뛰어난 연주가이기도 했던 바흐는 건반악기를 위한 곡들을 많이 작곡
했다. 여기서 ‘피아노’라고 하지 않고 굳이 ‘건반악기’라고 표현한 것은, 당시는 ‘클라비어(또는 쳄발로나 하프시
코드 또는 클라비침발)라는 악기를 위해 작곡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악기는 피아노의 조상격으로 지난시
대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 곡을 피아노로 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당시의 소리와 느낌을 되살려 쳄발
로로 연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시 요한 골드베르크라는 쳄발로 연주가가 바흐에게 자신의 연주를 위해 곡을 의뢰했던 것이고, 그런 단순한
연유로 곡의 이름이 붙여졌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오늘날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역시 캐나다의 피아니
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의 공적이다.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은 1955년 워싱턴에 이은
뉴욕 리사이틀이었다. 그의 연주는 미국 음악계에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데뷔에서 연주한
곡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으며, 컬럼비아 레코드와 전속계약을 하게 된다. 그 후 평생 그림자처럼 그를 따
라다닌 곡이 바로 <골드베르크>였으며, 굴드와 <골드베르크>는 거의 동의어로 불리게 되었다.
137. 캔들 라이트(Candle Light)
140. 와라베우타(Warabeuta)
첫댓글 장미가 처음에는 종류가 하도 많아서 정신이 없더니, 계속 이름하고 사진하고 번갈아가며 계속 보니 어느정도 감이 오네요.
육성국 그 나라의 색깔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이름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도 살짝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그냥 수박 겉핥기지만요.
아무튼 너무 좋습니다.
장미 구경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무릇 이름을 알게 되면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명한 사람은 무척 고심했겠지요.
특히나 백작님은 일본을 잘 아시니, 일본이 장미에 대해서는 대단한 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