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일 [백] 부활 제5주일
사도행전 6,1-7 1베드로 2,4-9 요한 14,1-12
조용히 흔들리는 생명
부활의 기쁨 속에서도 사도행전은 초기 교회 안에서 소외와 불평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사도들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직면했습니다.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이들을 세워 돌봄을 맡기고, 자신들은 기도와 말씀에 전념했습니다. 그 선택 이후, 공동체는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
생명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때 자라납니다.
오늘 우리 역시 같은 물음 앞에 서 있습니다. 중동전쟁의 불길은 인간의 이성과 신념을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죽음을 합리화하는 무기로 변하게 했으며, 이는 생명 주일이 지키고자 하는 마지막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중동 하늘이 아이 잃은 부모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란, 레바논의 하늘이 흔들리고, 그 땅의 생명들이 흔들립니다.
우리는 흔들림을 두려워합니다. 신앙은 흔들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식별하고 묻는 길입니다.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종종 밀려났다고 느끼고, 때로는 사람들에게서 버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성경은 말합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된 값진 돌. 그 버려진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라고. 버려짐은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새롭게 세우시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나무가 많이 흔들리면 뿌리가 깊어지고 생명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 <갈대>에서 말합니다. 산다는 것은 자기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일이라고. 신영복 선생님은, 나침반의 지남철(指南鐵)이 떨고 있다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라고, 방향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닷가 물 위에 찌 하나를 띄워두고, 기다립니다. 물 위에 뜬, 찌 하나가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바다는 정직합니다. 욕심을 내면 얻지 못하고, 마음을 낮추면 뜻밖의 것을 내어줍니다.
낚시는 기도와 닮았습니다. 내 몫을 다한 뒤, 나머지를 맡기는 일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우리가 할 몫을 다하고, 나머지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생명 주일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고백합니다. 그리스도의 생명이 내 안에서 조용히 흔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습니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살아 있음입니다.
파도가 다시 밀려오듯, 생명은 다시 시작됩니다.
인천교구 지성용 가브리엘 신부
첫댓글 오늘은 생명 주일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