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뉴욕 타임스>와 <비비시>(BBC)를 포함해 전세계 언론이 과학 논문 한편을 대서특필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가나이 료타 박사와 그의 지도교수 저레인트 리스 교수팀이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은 논문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헤드라인은 ‘진보와 보수, 뇌 구조가 다르다!’
그들은 이 논문에서 정치적 성향이 뇌 구조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였다. 젊은 성인남녀 9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뇌 구조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의 특정 부위 크기와 두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학생들은 공포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의 오른쪽 부분이 두꺼운 반면, 진보 성향의 학생들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외부 정보에 대해 반응하는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부분이 두꺼웠다.
정치적 성향은 쉽게 안 바뀐다
해석해보자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편도체가 공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존을 위한 행동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껴 도망가거나, 분노를 일으켜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이 영역은 그들을 공포 자극에 훨씬 민감한 유권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한 학습에 민감하다. 습관적인 자극이 아닌, 새로운 자극에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인 전대상회는 그들을 위험하더라도 진보적인 생각에 훨씬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이를 유전자 수준에서 지지하는 논문도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제임스 파울러 교수팀이 2천명의 유전자 정보와 그들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결과,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도파민 관련 유전자(DRD4-7R)를 가질 확률이 높고 10대부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고 위험에 감수하는 행동을 관장한다.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무니는 자신의 저서 <똑똑한 바보들>에서 보수주의자들의 심리와 현 상태를 파헤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권위를 내세우는 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불리는 사고방식이 강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은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면서 신념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나타나지만, 그 정도와 빈도가 보수주의자에게서 좀더 심하다는 것이다. 바로 개방성 측면에서,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까? 우선 첫째, 정치적 성향이 뇌 구조와 관련이 깊다는 뜻은 그것이 쉽게 바뀌기 힘들다는 뜻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든, 환경과 경험에 의해 생성된 것이든, 정치적으로 진보 혹은 보수적인 성향은 뇌의 구조가 바뀌는 충격 없이는 쉽게 전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정치적 성향이 공약이나 정책, 비전, 이데올로기 등 거창한 신념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성향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좀더 뜨겁게 반응할 것이다. 평소 공포에 민감한 사람은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첫댓글 오 내가 전대상회가 두껍구나
와
그렇지 ㅋㅋㅋㅋ 한때 급진이고 현재 걍 진보인 내눈에, (페미되기 직전까지도 극보수였다고 고백하던) 랟펨들이 각 커뮤마다 수년째쓰는 글들이 너무나 극보수같더라고ㅎㅎ 다행히 고의는 아닌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