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무장하지 않은 10대 흑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 법원 선고를 기다리던 앤드루 레스터가 86세 삶을 마쳤다고 현지 매체들과 영국 BBC 방송이 19일 전했다. 그는 2주 전에 2등급 폭행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다음달 7일 오전 10시 선고가 예정돼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부음이 전해졌다.
클레이 카운티 검찰은 “법적 절차가 이제 완료됐으며, 우리는 레스터가 이 사건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적인 사고에 영향 받아 치유를 계속하고 있는 두 가족과 마음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 일시와 원인, 유족이 임종했는지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2년 전 레스터는 당시 열여섯 살 소년 랄프 얄에게 두 차례 총격을 가해 한 발은 왼눈 바로 위, 다른 발은 오른쪽 어깨 윗쪽을 맞혔다. 얄은 영화를 보려고 이웃집에 놀러간 남동생들을 데려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레스터의 집을 찾아와 밤 10시쯤 초인종을 눌렀다. 그의 어머니는 '노스이스트 115 스트리트'라고 얘기했는데 랄프는 '노스이스트 115번지 테라스'라고 거리 이름을 혼동해 레스터 집 현관을 찾아왔다. 한 블록쯤 떨어진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검찰은 소년이 레스터 집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소년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소년은 이웃 집들로 달아나 도움을 청해 목숨을 구했다. 레스터는 처음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자신은 그저 강도가 집에 침입하려 한 것으로 오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어떤 혐의로도 기소하지 않고 그를 석방해 공분을 샀다. 여배우 할 베리와 케리 워싱턴, 제니퍼 허드슨 등이 사법 당국에게 기소할 것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압박 때문에 당국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레스터는 자수했고, 검찰은 1등급 폭행과 무장 범죄 행동으로 기소됐다. 혐오 범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4일 2등급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재판을 회피했다. 그의 양형 거래로 적어도 7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었지만 미주리주는 5년을 구형했다.
레슬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얼마 뒤 얄의 가족은 성명을 발표했다. 다소 길지만 인용한다.
"앤드루 레스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게 한다. 우리가 신속한 재판을 밀어붙인 이유 중 하나가 무장하지도 않고 잘못한 것도 없는 아이가 그저 남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는 이유로, 특히 피부색을 이유로 조준당해 총격을 가한 일을 우리 사회가 그냥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앤드루 레스터는 결코 사과하지 않았으며, 대신 그와 변호사는 책임을 미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술책을 썼다. 이제 편견 때문에 해를 입는 흑인이 또 나와 사법 시스템에 의해 온전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다. 레스터가 결국 유죄를 인정했지만 2년을 끈 괴롭힘의 맨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런 지연은 우리 가족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몇몇 사람은 레스터의 사망을 인과응보로 볼 수도 있지만, 랄프 얄은 살아남았지만 정의가 진실된 의미에서 이뤄지지 않은 현실은 그대로다. 그날 밤의 트라우마는 평생 이어질텐데 그 남자는 선고를 회피함으로써 책임을 다했다. 우리는 인종 때문에 아이들이 인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떤 가족도 우리가 겪은 일들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다. 랄프 이야기는 끝난 것과는 영 거리가 멀며, 정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도 그렇다."
이 사건은 2년 전 봄에 미국인들이 사소한 실수가 불러온 총기 폭력에 다친 여러 사건 중 하나였다고 BBC는 전했다. 당시 스무 살의 케일린 길리스가 뉴욕 한복판에서 엉뚱한 길에 들어서 정차했다는 이유만으로 총알 세례를 받고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