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가 아닌 해외.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을 가야 나오는 대만 타이페이. 그곳에 평생 같이 살아온 가족이 아닌, 10년 지기 단짝 친구가 아닌, 4개월 동안 몸을 담고 있던 직장의 동료들과 함께 간다는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2년 전 필리핀으로 해외 자원봉사를 간 적이 있어 두 번째 해외이지만 2주 전부터 나름 기대를 가득 안고 있었다. 출발 당일 짐을 꾸리면서 일정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혹시나 비가 와서 춥지는 않을까, 가다가 혼자 길을 잃어버릴까 걱정되어 비상 연락처도 저장하면서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한 짐은 배낭1개로 충분하였고 할머니의 노후를 책임진 오랫동안 매고 다녔던 하나뿐인 배낭을 가지고 나의 첫 해외연수. 대만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1. 2019.02.27.(수) 출국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한가득 가지고 출근을 하고,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안부 전화를 드리니 어르신이 너무 좋아하신다. 내일은 없다고 하니 먼 길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하신다. 카프리쵸사에서 후원받은 빵을 가지고 어르신 댁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직접 전달하면서 어르신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보니 벌써 퇴근시간. 짐을 챙겨 가벼운 발걸음으로 법인으로 향했다. 변택근 시설관리 부장님이 효경주간보호 차를 이용하여 단체로 공항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신다고 하였다. 능숙한 운전실력 덕에 차가 꽉 막히는 퇴근 시간을 재빠르게 달려 1시간 만에 공항으로 도착하였다. 어머나! 대구공항의 첫 느낌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 출국을 하는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다 같이 여행을 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단체로 줄을 지어 짐을 붙이는 사람들 등 그 사람들을 나는 유심히 관찰하였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활기찬 모습으로 얼굴에는 웃음과 입가에는 미소를 지고 있었다. 밤 10시 30분 비행기라 식당에서 마지막? 한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짐을 붙이고 드디어 출국 심사장을 통과하였다. 기다림의 연속 이였지만 그 기다림이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마음에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였고 이사장님과 자몽주스를 함께 마시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 2019.02.28.(목) 밤 12시 30분 비행기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새벽비행이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가방 공장에 온 듯 수많은 캐리어가 쏟아지는 곳에서 우리는 짐을 찾고 가이드를 따라 대만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 첫 공기의 느낌! 춥지도 않은, 그렇다고 덥지도 않는, 조금 습했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차가운 여름 새벽공기 같았다. 5일 동안 우리의 이동을 책임질 버스를 올라타고 양평 사람이라는 관광 가이드인 ‘앤디’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첫 인상은 작곡가 돈 스파이크이지만 운전기사와 대화할 때 대만어를 사용하는 앤디의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타오가든 숙소에 도착하고 들어가는데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대만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룸메이트와 같이 방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깔끔한 호텔에 마음이 놓였지만 화장실 문이 사람의 실루엣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반투명했고 무엇보다도 문이 잘 열리고 닫히지 않았다. 혼자 사용하다가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열리지 않아 화장실에 갇혀 못 나오는 줄 알았다. 다음의 일정을 위해 빨리 몸을 씻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기대어 있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을 청했다.
매일 출근시간에 맞추어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어색한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눈이 떠졌다. 배가 고파 조식을 먹으로 5층으로 내려왔다. 한국 식당에 온 것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음식이 특이해서 옆 사람에게 이건 뭐죠? 라고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물어보자 옆 사람이, 글쎄요...? 라고 한국어로 답했으니 어... 여기...대만 아닌가? 첫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여인부두로 향했다. 아침에 보는 대만의 전경은 시골 느낌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은 건물도 많았고 도로도 깔끔하게 잘 포장되어 있었다. 연인의 다리로 유명하다는 여인부두에 도착하였고 대구 동구에 야양 기찻길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다음에는 홍마오청, 진리대학에 방문하였는데 규모도 크고 캠퍼스가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여기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곳이 많이 있었고 숲이 우거지고 큰 나무들이 많았다. 다음엔 단수이 옛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 먹거리가 가득했는데 대왕 오징어와 고수를 함께 튀긴 튀김은 쫄깃쫄깃하여 정말 맛있었다. 소장님이 사서 오신 취 두부는 흠... 맛도 이상하고 속도 이상했다. 바로 달려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을 달랬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향했다. 식당에 딱 들어가는 순간 향신료 냄새가 확 들어왔다. 둥근 식탁에 마주 않아 우육면과 군만두, 물만두를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향신료 냄새가 우육면에 그대로 퍼져 있었다니... 최대한 냄새를 참으려고 해도 자꾸 나는 냄새는 면을 삼키질 못하였고 그래도 남길 줄 알았는데 안태규 선생이 맛있게 잘 먹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후식으로 먹은 망고빙수는 한국과는 달리 상큼했고 달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빙수는 다 맛있다고 생각했다. 2인당 1개였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질 못했다. 만약 얼음이 녹지 않았더라면... 포장해서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오후 일정으로 세계 4대 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에 갔었는데 청나라의 유물이 가득하여 잘 전시가 되어 있다고 한다. 관람에 앞서 마이크에 연결된 헤드셋을 착용하고 입장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박물관에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이드의 재밌는 설명과 더불어 청나라의 유물들을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전 세계에 2개 밖에 없는 400억 짜리 청동 그릇을 직접 자유롭게 감시 없이 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신기했다. 저녁을 먹으로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 신호등을 보면서 초록불이 다 되어 가면 그것에 맞추어서 그 안에 사람이 점점 빨리 뛰어가게 되어 있었다. 대만에서 이러한 발상을 한다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고 사람이 조금만 시선을 바꾸어서 생각을 하면 사소한 것이더라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샤브샤브 집에 도착하였는데 둥근 식탁에 앉아 자기가 직접 고기를 담아 오면 철판에 구어 주는 샤브 볶음 요리였다. 생각보다 맛이 있었고 중간에는 물에 익혀서 먹는 샤브도 함께 먹었다. 다 같이 먹는 저녁은 그야 말로 꿀맛이었다!! 대만의 밤은 여유가 가득했고 그 분위기에 취해 잠이 오지 않아 다른 동료 선생들과 함께 간단히 대만 맥주 한 캔을 걸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꽃 피우며 잠자리에 들었다.
3. 2019.03.01.(금)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대만 편의점에 들러 구경을 하였다. 한국 편의점이랑 별반 차이는 없어보였다. 삼각 김밥도 팔고, 즉석 식품까지 알뜰하게 갖추어져 있었고 종류도 다양한 주스들이 많았다. 평소 초코를 좋아하는 나는 제일 달달해 보이는 초콜릿을 구매하여 입 안에 달콤한 맛을 느끼며 하루의 일정을 기분 좋게 시작해 보았다. 오전에 처음으로 간 곳은 기암괴석이 많은 국립 야류 해상공원 이었다.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사막 같은 모래사장에 신기한 암석들이 많이 펼쳐져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나가면서 어떤 암석인지 모양을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여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암석을 만지거나 기대면 경비가 호루라기를 불고 제어를 한다. 그만큼 귀하고 가치가 있는 암석들인데 여인의 머리 상이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아류 해상공원을 거쳐 근처 작은 시장이 들렀는데 그 곳에서는 게 튀김과, 한국에는 없는 신기한 과일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과일을 사서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어 먹었다. 점심을 먹는 도중 58도 대만 고랑주를 한 잔 걸쳤는데 23년 동안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맛이었다. 술이 들어가는 순간! 목 안에서 뜨거운 불꽃이 타올라 입천장을 타고 내려갔는데 그대로 위로 소화시키는 작업에서 얼굴에 땀이 나고 몸이 뜨거워졌다. 평소 발이 차가워 감각이 없던 나인데, 그 순간만큼은 발가락에도 심장 소리가 쿵쿵 뛸 정도로 심장 박동 수는 더욱 더 높아졌다. 짜릿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다음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지우펀을 방문하였는데 산을 타고 고불고불 올라갔다. 고도가 높아 중간에 정차한 뒤 마을버스를 타고 한번 더 올라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구경을 못했지만 그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람이 많은 골목을 지나가면서 우리 일행을 놓칠까봐 앞사람 크로스백을 잡으면서 촘촘히 이동하였다. 키가 작아 사람 등밖에 보지 못했지만... 망고 젤리 맛집을 찾아 구입도 했고 또 앞사람만 보면서 열심히 걷고 걷다 보니 눈 앞에 영화에서 보던 장소를 실제로 보였고 그 장면이 너무 신기했고 뿌듯했다. 그 다음 일정으로 소원을 적어 하늘에 날려 보내는 스펀 천둥 날리기를 하였는데 각자 다른 소원을 적어 운치 있는 기찻길에서 불을 켜 하늘 위로 날린 그 장면과 하늘 위의 천등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 보였다. 가족의 건강과 행운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나의 소원을 담은 천둥은 하늘 위로 훨훨 날아올랐다. 다음 일정으로 가장 기대가 높았던101 타워에 도착하였다. 내리는 순간 눈앞에 높게 서 있는 타워는 구름과 안개로 가려져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101 타워의 가장 좋은 점은 올라갈 때 101층을 37초 만에 올라간다는 점이다! 우리 집 아파트는 10층인데도 약 30초 정도 걸리는데 101층을 37초 만에 올라간다는 건! 아주 놀라운 일이다. 그저 신기할 따름. 큰 추의 영향이 강하다고 느꼈다. 대만의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구름과 안개에 가려 10%밖에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101타워의 야경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몇 명 없다고 들었지만 나름 기대를 많이 안고 간 곳이라 그에 따르는 실망감도 컸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보이는 야경과 더불어 구름이 내 눈앞을 지나가는 광경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마지막 일정으로 서문정 야시장투어를 진행하였는데 둘째 날의 여행은 대만의 공휴일과 겹쳐서 그런지 사람이 적은 곳이 없었다. 대구에 서문시장에서 야시장이 처음으로 개장했을 때 그 느낌 그대로 입구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이번에도 한 줄로 들어갔다가 소금 맛이 강한 스테이크를 먹고 다시 한 줄로 나왔다.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시간이 없어 많은 걸 먹어보지 못해서 아쉬운 곳이었다. 마지막 저녁식사로 1인용 샤브샤브 집에서 대만의 마지막 밤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뜨겁게 보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술 자리였다고 느끼며 그날 밤에는 머리는 띵했지만 몽롱한 그 기억 속 그 어느 때 보다 달콤한 꿈을 꾸었다.
4. 2019.03.02.(토)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호텔에서의 짐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외국인을 만났다. 물론 그 공간에서는 나도 외국인이지만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 입장에서 외국인을 보았으니, 신기했을 따름이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급하게 머리를 굴려 아임 코리안! 이라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오우! 코리안! 붸리 굿~! 생각지도 못한 답변 이였지만 그 짧은 순간에 직접 회화를 시도했던 나 자신이 조금은 뿌듯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밝은 햇살이 가득하였다. 마지막 날이라 대만도 아쉬웠는지 마지막 발악을 햇빛으로 비추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더워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었다. 처음으로 충렬사에 방문하여 위병 교대식도 보고 웅장한 건물도 감상하였다. 다음에는 대만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장개석의 기념관인 중정기념당과 사림관저를 방문하였다. 역사관처럼 지어져 건물이 정말 컸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대만과 한국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여행의 필수코스인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선물을 살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저축만 하고 돈을 쓰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나는 소심하게 2개, 3개 이렇게 구입하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조금만 더 구매할 걸... 후회하고 있지만 비쌌다고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던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들 들으면서 조금의 안심을 하였다. 다음으론 청나라의 대저택을 방문하였는데 저택을 너무 예쁘고 잘 꾸며놓아서 구경거리가 정말 많았다. 사진도 찍으면서 또 다른 추억을 쌓았다. 다음 일정으로 용산사에 방문하였는데 첫 느낌은 불교였다. 갓바위 느낌이 났다. 종교까지는 아니지만 각자의 소원을 빌어 잘 되게 해달라는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우리도 각각 맞는 소원을 빌어 나무 판 2개를 던져 서로 다른 면이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체험을 하였다. 대만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맛있는 오삼 불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어제 갔었던 서문정 거리의 유명한 망고 빙수도 먹고 야시장을 구경하였다. 남은 대만 돈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일을 하면서 자주 접하는 행정직 직원들과는 잠시 멀리하고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선생님들과 이사장님과 함께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같이 하면서 좋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다.
대만 오기 전 보다 2배, 3배 많아진 짐을 가득 안고 한국으로 가기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 하였다. 서둘러 온 공항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조용한 공간을 찾아 짐을 풀어 다시 짐정리를 하였다. 정리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많이 샀었나... 싶을 정도로 짐이 불어났지만 다른 선생님들의 가방을 빌려 이것저것 다 챙겨 넣으면서 무사히 다 들고 올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입국장을 향해 발을 뻗었다.
5. 2019.03.03.(일) 면세점에서 구입한 고량주를 찾고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비행기가 너무 많이 흔들려서 무서웠고 비행기가 추락할까봐 겁이 나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힘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대구공항에 도착하니 변택근 시설관리부장님이 아침 일찍 달려오셔서 우리를 안전하게 현풍으로 데려다 주셨다. 짐 정리를 하고 집에서 두 발을 뻗고 누어 5일 동안의 있었던 추억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했다. 아~ 잊지 못할 두 번째 해외. 대만. Good Bye~
첫댓글 우리 효경 대만 연수의 마스코트 최선아 사회복지사의 여행소감문 잘 읽어보았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