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벌써 첫서리가...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열여드렛날
첫서리가 내렸다.
아스팔트 슁글 지붕이 하얗다.
갑작스레 기온이 곤두박질하여 영상 3도,
"아따야, 이제 좋은 시절이 다 갔는 갑네?"
첫서리 내린 아침 혼자 중얼거린 말이다.
어쩐지 어젯밤 한기를 느낄만큼 쌀쌀하여
올가을 처음 두툼한 파카를 꺼내 입었는데
첫서리가 내리려고 그랬던 것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여느해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게
내린 첫서리에 촌부의 마음이 더 바빠진다.
가장 급한 것이 고추밭 정리인데 어찌할까?
아내는 붉은고추를 한번 더 따고 그 다음에
끝물 고추를 다 따서 필요한 분들께 나눔을
하자고 했다. 허나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도
일찌감치 내린 서리에 마음이 더 급해진다.
아직은 된서리가 내린 것이 아니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상태의 잘익은 붉은고추만 다
따내고 끝물 고추도 서리를 더 맞기전에 따는
것이 이래저래 좋을 것 같다. 고추는 냉해에
약한 농작물이라 된서리 한방이면 끝장이다.
그건 그렇고,
어제 드디어 앞마당 정리 프로젝트를 마쳤다.
장작집에서 쓸만한 나무토막을 골라 가져다
낮은 울타리처럼 박았더니 그런대로 보기가
좋다. 나머지는 크고 작은 돌멩이를 주워다가
흙을 파고 넘어지지 않게 가지런히 세워봤다.
이또한 경계도 되고 비가 내리면 흙이 파여서
흘러내리는 토사방지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면적이 넓은 것도 아닌데 마무리까지
꽤 여러 날이 걸렸다. 틈이 나는대로 시나브로
조금씩 한다보니 그런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꽃들이 점점 사그라드는 지금보다는 내년 봄,
잘 정리된 앞마당 꽃밭에 키작은 꽃들이 피게
되는 그날을 기대하게 된다. 23년만에 훤하게
된 앞마당이 되었다며 아내가 원망인지 아님
칭찬인지 헷갈리는 말을 하며 빙그레 웃었다.
분명 칭찬이었을게다. 아님 말고...ㅎ~
오후쯤인가? 혼자 하던 일을 마무리를 하고
고구마밭에 아내와 처제가 고구마순 따는 걸
보았다. 자매가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일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여 멀찌감치에서 한 컷 찍고
조금후 둘째네 데크에서 껍질 벗기는 장면도
참 정답게 보며 한 컷 몰래 찍었다. 올해 처음
고구마를 심었는데 목표 달성했다. 뿌리보다
고구마순 먹을 생각으로 심은 것인데 그동안
두 집이 실컷 따서 먹었고 나눔도 꽤 했으니까.
고구마 뿌리를 캐면 덤이 되는 셈이다. 이럴때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을 쓰는 것이겠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축구
중계를 보려고 하는데 이서방이 전화를 했다.
어서빨리 바베큐장에 내려오라고... 저녁무렵
처제 후배부부가 왔는데 바베큐 파티를 한다며
함께 한잔하자는 전화였다. 치과의사인 부군도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서 마지못해 내려갔다.
쇠고기, 돼지고기, 가리비, 명주조개 등등 엄청
많이 준비를 해와서 간만에 숯불구이로 너무나
잘 먹었다. 술을 잘 못하는 이서방 대신 촌부가
술 대작하며 손님 접대를 했으니 흔히들 말하는
술상무 역할을 하게 된 셈이지만 아주 재밌게,
너무 잘 먹었다. 연일 이래저래 잘 먹고 잘 노는
촌부의 추석명절 연휴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셨군요
가을빛이 완연한 평창의 풍경을 보며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명절 잘 지내셨겠죠?
연일 잘 먹고 잘 놉니다.
시간 나시면 오세요.^^
감사합니다.^^
겨울식량 다준비했군요.
개미처럼 식량창고 가득차. 뿌듯 하겠네요
흐미 좋은거. 나중에 이 베짱이. 찾아갑니다. ㅎㅎㅎㅎㅎ
아직 멀었는걸요.ㅎㅎ
명절 연휴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