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이 승리를 확인한 후 파안대소하고 있다. 이세돌은 박지은에게 전화로 같은 팀이 되자고 제의했었다. 이렇게 드림팀이 탄생했다. 이세돌-박지은은 본선 시드를 받아 예선을 거치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본 것이었다. 결과는 환상의 호흡으로 나타났다. 남자최강과 여자최강의 합은 폭발적인 에너지였다. 최인혁-고주연을 누르고 비교적 순조롭게 16강에 진출했다. |
남자 최강 더하기 여자 최강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막강했다.
이세돌-박지은은 초반부터 반상을 장악했다. 흑을 든 두 기사는 중반까지 우변과 좌변 양쪽에 광활한 영토를 확보했다. 합치면 백여 집이 넘었다. 반면, 백은 이 집에 맞설 실리를 갖추지 못했다.
백을 든 최인혁-고주연의 저항이 무력한 것은 아니었다. 본선에 진출한 팀 중 유일하게 남자가 아마추어 선수인 최인혁-고주연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우변 부수기에 나섰다. 침착했고 용감했다. 깊게 침투했던 돌을 중앙 쪽으로 살려오면서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상대 집을 얼마간 부쉈어도 타격을 거의 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었다.
그때까지 호흡마저 빈틈이 없었던 이세돌-박지은은 이때 약간의 의견차를 보이는 듯했다. 이세돌은 좀 더 휘몰아칠 것을 돌의 움직임으로 종용했고 박지은은 이쯤에서 승세를 굳히자는 행마를 보였다. 잡으러 가든지 살려주고 이득만 보든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았고 지는 그림은 없었다. 이세돌-박지은이 함께 움직이는 흑은 머리 위를 뒤덮는 거대한 검은 파도 같았다.
결국 이세돌-박지은은 자신들의 우변에 쳐들어 왔던 백을 중앙으로 내몬 뒤 살도록 허락하는 대신 우상의 실리를 추가로 접수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최인혁-고주연은 항복 의사를 밝혔다. 바로 복기가 이어졌다.
이세돌-박지은은 분명히 백에게도 좋아질 기회가 있었음을 이야기했고, 어디쯤에서 바둑이 완전히 기울었는지 의견을 말했다. 페어바둑의 복기에는 왜일까, 거의 항상 웃음이 있다. 호흡이 맞지 않았더라도 팀원을 서로 원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3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회 SG배 페어바둑최강전 본선32강전에서 이세돌-박지은이 최인혁-고주연에게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기량에서는 부동의 영순위 하지만 호흡은 어떨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세돌-박지은이였지만 이들이 첫 대국을 치른 결과 어떤 분야도 빈틈이 없음이 확인되면서 더욱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16강전에서 만날 상대팀은 목진석-김혜민. 지난해 준우승 팀으로 팀원이 갈라서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조합으로 꾸려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쾌속 항진 중이다. 이세돌-박지은에게는 어쩌면 이 맞대결이 최대 고비일 수 있다.
한편, 이어 열린 김영삼-조혜연과 강병권-조은진의 대국에서는 김영삼-조혜연이 백을 들고 불계승을 거뒀다. 김영삼-조혜연은 하변에서 출발한 뜀뛰기 중앙전에서 쉴새없이 상대 모양을 무너뜨리며 상대팀을 그로기로 몰고 가려 했지만 강병권-조은진이 끈덕진 반격으로 버티며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으면서 대국은 좀 더 길어졌다. 하지만 얼마 후 견디지 못한 강병권-조은진이 항서를 썼다.
김영삼-조혜연은 대국과 복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도 기사실에서 여러 기사들과 이 바둑을 면밀히 검토했다. 검토중에 두 기사는 상대팀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부 호흡만큼은 정말 뛰어났음에 공감했다.
16강은 반이 채워졌다. 이세돌-박지은, 목진석-김혜민, 조한승-오정아, 김동호-이영주, 안형준-이다혜, 유창혁-최정, 김영삼-조혜연, 박병규-김은선까지 8팀이 진출해 있다.
제2회 SG배 페어바둑최강전의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00만원이다. 전기엔 한상훈-김미리가 목진석-김혜민을 꺾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 복기 도중, 웃으며 주요 승부처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이세돌.
▲ '이렇게 뒀으면 어떻게 됐을까' 최인혁-고주연.
▲ 여기 만만치 않네.
▲ 박지은이 복기 도중 손가락으로 자신의 수읽기를 제시하고 있다.
▲ 흑이 왜 주도권을 일찍 잡았을까는 이 복기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 "김영삼 선수의 강력한 대쒸~가 있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 - 조혜연(팀 결성 계기를 묻는 질문에).
▲ (덤베팅이 시작되고) "강병권 선수와는 같은 도장에서 있으면서 스타일을 잘 압니다. 백을 무척 좋아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김영삼).
▲ 페어 바둑은 남자의 착수를 여자가 받아내야 하는 흑이 불리한 게 보통이지만, 조혜연 선수는 워낙 강해서 그런 게 안 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5.5로 적었습니다."
▲ 결국, 5집반의 덤으로 결정되었다. 김영삼이 손을 멀리 뻗어 초반 착수를 하고 있다.
▲ 강병권, 진중한 자세로 반상에 흑돌을 내려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