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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쾌민이 가회동에 있는 31평 한옥을 개조했다. 50년 된 낡은 한옥을 퓨전 형태의 유럽풍으로 탈바꿈시킨 마술 같은 공간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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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번 개조에서 가장 중점을 둔 주방. 케이크 디자이너인 전미경 씨의 작업실 겸 요리 강습과 레스토랑 등 다목적 공간으로 운영될 이곳의 메인 공간인 주방은 파벽돌과 나무를 사용해 널찍한 유럽풍으로 변신했다. 우 오피스 공간 옆 복도를 지나면 게스트 하우스로 통하는 문이 나온다. 나무를 일일이 잘라 끼워 맞춘 독특한 질감의 나무 문은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김쾌민 씨의 핸드메이드 작품.
아담하고 오래된 한옥들이 정겹게 운집해 있는 조용한 동네, 종로구 가회동. 북촌미술관을 비롯한 많은 갤러리가 거리를 메우고 있는 한적한 공기,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해될 것 없어 보이는 여유로 가득 찬 곳. 케이크 스타일리스트 전미경 씨가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케이크 숍과 작업실 겸 하우스 레스토랑 등 다목적 공간을 이곳에 마련한 동기다.
그녀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의 일이다. 독학으로 요리를 배우던 시절,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 덕에 요리를 배우러 오는 강습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족들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에 만족해 했던 그녀에겐 뜻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선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남들이 잘 안 하는 쪽으로 공부하고 싶었던 그녀가 선택한 것은 디저트 쪽. 그 가운데에서도 제빵을 택해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수료했다. 이미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진 바비 인형 케이크 등은 그녀를 특별한 케이크 디자이너로 만들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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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흙을 밟을 수 있는 아담한 마당 한켠에는 빛 고운 꽃과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우 케이크 디자이너인 전미경 씨가 직접 디자인한 바비 인형 케이크. 사랑하는 이에게 프러포즈하는 날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줄 듯.
처음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 것에 그쳤지만 높은 호응 덕에 지난해 4월, 가회동에 ‘제이스 케이크’라는 숍을 열게 된 것이다.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보다는 즐기고 싶은 맘에 문을 열었지만 늘어나는 수강생들과 개인적인 요리 연구를 병행하기엔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아 지난 5월, 작업실 겸 하우스 레스토랑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렇게 31평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화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쾌민의 작품. 그녀는 그가 그린 스케치 한 장 때문에 단박에 리노베이션 책임자로 김쾌민을 선택했단다. 중국어로 ‘즐겁다’라는 뜻을 지닌 ‘콰이민’에서 따온 독특한 이름을 지닌 그가 들려준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유럽풍’. 케이크 디자이너인 그녀의 직업과 취향을 고려해 선택된 컨셉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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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방 옆 식당에서 바라 본 전미경 씨의 개인 오피스 공간. 박공 지붕을 최대한 살려 시원해진 천장과 나무의 질감을 최대한 살린 가구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퓨전 형태의 유럽 스타일로의 변신
50년 정도 된 한옥을 퓨전 형태의 유럽풍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은 네 장의 스케치 초안으로 시작됐다. 우선 이번 개조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답답한 느낌을 주던 낮은 천장을 뜯어내고 한옥 원래의 지붕 형태, 박공(책을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 팔(八)자형 모양)을 최대한 살렸다. 거기에 오래된 나무에 낀 이끼에서 모티프를 얻은 그린 컬러로 드라이 작업을 반복해 약간 낡은 듯하면서도 감각적인 천장을 완성해 냈다. 아방가르드와 프로방스 스타일을 혼합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개조에 사용된 주요 소재는 파벽돌과 나무.
이곳은 개인 작업실은 물론 쿠킹 클래스뿐 아니라 예약제로 운영되는, 한 팀만을 위한 퍼스널 레스토랑으로 사용될 예정인 만큼 주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이를 위해 김쾌민 씨는 주방 벽에 파벽돌을 선택해 상식을 깨는 신선함을 주고, 나무를 사용해 선반을 비롯한 주방 가구를 제작했다. 여기에 유럽에서 직접 구입한 손잡이를 달아 컨셉트를 더욱 확고히 했다. 주방 옆에 마련된 식당에는 영국 앤티크 제품인 테이블과 의자, 직접 제작한 와인 장이 놓여 있는데, 와인 수납은 물론 각종 그릇류와 소품 보관 등 수납공간이 많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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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골목에서부터 철재 문 사이로 훤히 내다보이는 마당. 보일러실 겸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줄여 죽어 있던 공간을 되살렸다. 햇살 좋은 날 툇마루에 앉아 가만가만 졸고픈 편안함이 묻어난다. 우 식당에 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 장식장은 이태원의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영국 제품.
식당 안쪽에 있는 그녀의 오피스 룸 옆 복도를 지나면 한옥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나는데,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될 이곳은 들어서는 문부터가 인상적이다. 나무를 일일이 손으로 잘라 끼워 만든 이 문 역시 ‘같은 소재라도 형태의 변화를 주면 달라진다’라는 김쾌민 씨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핸드메이드 작품. 유난히 많은 조명도 이 집의 운영 특성을 고려한 점이다. 나무에 조그만 전구가 알알이 박혀 있는 조명은 그가 디자인한 어느 공간에서든 만날 수 있는 반가운 표식이지만 이곳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밖에도 밝지만 전력 소모는 적은 알뜰한 전구들이 곳곳에 달려 있어 그 자체로 훌륭한 오브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마당이다. 주방 앞 아담한 마당엔 아기자기한 식물들과 빛 고운 꽃, 하루 종일 물 흐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세상과 격리된 듯한 최상의 여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주말엔 가족의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도심에서 이런 전원주택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여기 오는 사람들이 이런 공간을 알게 돼 행복하다고 말할 때 저 역시 너무 즐거워요.”
컨셉트 분명한 한옥의 멋진 변신으로 탄생한 이 집에 나름의 이름을 짓는다면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는 집, ‘시실리 하우스’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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