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소(尺素)
한 자 되는 비단 조각이라는 뜻으로, 편지를 이르는 말이다.
尺 : 자 척(尸/1)
素 : 비단 소(糸/4)
(유의어)
척독(尺牘)
척서(尺書)
척소서(尺素書)
출전 :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편지의 명칭을 지척(咫尺), 척독(尺牘), 척소(尺素), 척한(尺翰)라고 하는 등, 모두 이 척(尺)자를 붙여서 쓴다. 편지를 가리키는 이칭은 많다. 무엇에다 썼는지 그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무 조각에 쓴 것은 찰(札)이고 대쪽에 쓴 것은 간(簡), 종이에 쓴 것은 전(箋), 비단에 쓴 것은 첩(帖)이다. 그리고 봉투를 사용한 것은 함(函)이라 한다. 척소(尺素)는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靑靑河畔草 : 푸르고 푸른 강가의 풀
綿綿思遠道 : 끊이지 않는 먼 길에 계신 임 생각
遠道不可思 : 먼 길에 계신 임 생각 아니 하려 했더니
宿昔夢見之 : 어젯밤 꿈에 임을 보았네
夢見在我傍 : 꿈에서는 내 곁에 계시더니
夢見在我傍 : 홀연히 깨고 나니 타향에 계시네
他鄕各異縣 : 타향도 각각 다른 고을에 있어
展轉不相見 : 잠 못 이룰 뿐 서로 볼 수 없어라
枯桑知天風 : 말라 죽은 뽕나무도 바람 부는 줄 알고
海水知天寒 : 바닷물도 날 추운 줄 아는데
入門各自媚 : 집에 들면 각기 예쁘게 꾸미기 바빠
誰肯相爲言 : 누가 서로 안부나 전해 줄까
客從遠方來 : 나그네 하나 먼 곳에서 와
遺我雙鯉魚 : 나에게 잉어 두 마리 주네
呼兒烹鯉魚 : 아이 불러 잉어 삶으려는데
中有尺素書 : 그 가운데 한 자 비단 편지 있어
長跪讀素書 : 오래 꿇어앉아 편지 읽으니
書中意何如 : 편지의 뜻은 어떠한가
上言加餐飯 : 앞쪽에는 밥 잘 먹으라고 적고
下言長相憶 : 뒤쪽에는 보고 싶단 말을 적었네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이 시는 한(漢)대의 악부시(樂府詩)로, 한 아낙네가 먼 곳으로 요역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척소는 편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고대 장성(長城)에 물이 나오는 동굴이 있어 말에 물을 먹였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이 노래의 제목인 ‘음마장성굴행’이 유래했다.
이 시는 문선(文選)에는 작자 미상으로 실려 있고, 옥대신영(玉臺新咏)에는 작자가 채옹(蔡邕)으로 되어 있다. 척소는 척독(尺牘)이라고도 한다. 독(牘)은 네모난 나뭇조각을 말한다.
▶️ 尺(자 척)은 ❶상형문자로 呎(척)과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발 부분에 표를 한 모양으로 발바닥의 길이, 한 치의 열 배를 말한다. ❷지사문자로 尺자는 ‘자’나 ‘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尺자의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다리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발만큼의 길이를 표현한 것이다. 길이를 잴 자가 없을 때는 무엇으로 길이를 측정하려고 할까? 아마도 조그만 것은 손의 너비만큼 길이를 잴 것이고 좀 긴 거리는 보폭으로 길이를 측정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寸(마디 촌)자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데 있는 손가락까지의 3cm 정도의 길이를 뜻하고 尺이라고 하는 것은 발의 길이 만큼인 23~30cm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尺(척)은 자의 뜻으로 ①자 ②길이 ③길이의 단위 ④법(法), 법도(法度) ⑤맥(脈)의 한 부위(部位) ⑥편지(便紙), 서간(書簡) ⑦기술자(技術者) ⑧증명서(證明書) ⑨자로 재다 ⑩짧다 ⑪작다 ⑫조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짧은 편지를 척독(尺牘), 자로 잰 길이를 척도(尺度), 퍽 좁은 논밭을 척토(尺土), 작은 종이 또는 짧은 편지를 척지(尺紙), 한 자 사방의 재목을 척각(尺角), 열 살 안팎의 어린아이를 척동(尺童), 물건을 자로 잼을 척량(尺量), 한 자 가량이나 내린 눈으로 많이 쌓인 눈을 척설(尺雪), 퍽 좁은 땅이나 아주 가까운 땅을 척지(尺地), 아주 가까운 거리를 지척(咫尺), 곱자로 나무나 쇠로 ㄱ자 모양으로 만든 자를 곡척(曲尺), 포목을 마르고 재는 일을 도척(刀尺), 일정한 길이를 재고 여분을 더 잡는 길이를 여척(餘尺), 자투리로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을 간척(殘尺), 장대로 열 자 길이가 되게 만든 자를 장척(丈尺),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자를 절척(折尺), 높은 곳에서 멀리 산수를 볼 때 그 작게 보임을 이르는 말을 척산척수(尺山尺水), 얼마 안 되는 공로를 이르는 말을 척촌지공(尺寸之功), 약간의 이익이나 사소한 이익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리(尺寸之利), 약간의 땅이나 얼마 안 되는 땅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지(尺寸之地) 등에 쓰인다.
▶️ 素(본디 소/흴 소)는 ❶회의문자로 빨아 널어 드리운(垂) 명주실(糸; 실타래 部)이 깨끗하다는 데서 희다를 뜻한다. 아직 물들이지 않은 흰 명주, 희다, 또 물건의 시초, 바탕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素자는 '본디'나 '바탕',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素자는 사물의 가장 원초적인 속성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素자는 糸(실 사)자와 垂(드리울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에 나온 素자는 실타래를 뜻하는 糸자 위로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에고치에서 갓 뽑은 실타래를 묶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素자는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실을 표현한 것으로 가장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것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素(소)는 (1)음식에 고기나 생선 따위 고기붙이를 쓰지 아니함 (2)기중(忌中)에 고기나 생선 따위 비린 음식을 먹지 않는 일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본디 ②바탕 ③성질(性質) ④정성(精誠) ⑤평소(平素) ⑥처음 ⑦흰깁 ⑧희다 ⑨질박하다(質樸: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⑩넓다 ⑪부질없다 ⑫옳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탕 질(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검을 현(玄)이다. 용례로는 예술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소재(素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움을 소박(素朴), 구체적인 어떤 종류의 양의 최소 단위를 소량(素量), 흰 옷이나 상복을 소복(素服), 개인의 개성을 특징 짓는 경향과 태도를 소질(素質), 평소에 닦아 쌓은 교양을 소양(素養), 본래부터 품은 뜻을 소지(素志), 평소의 행실을 소행(素行), 칠 따위를 입히지 아니한 흰 널판을 소판(素板), 평소에 늘 원하는 마음을 소원(素願), 본래부터의 희망을 소망(素望), 평소의 마음을 소심(素心), 평상시나 생시 또는 지나간 적의 날을 평소(平素), 공기의 주 성분인 원소의 이름을 산소(酸素), 해롭거나 나쁜 요소를 독소(毒素), 치레하지 않고 수수함을 검소(儉素), 간단하고 수수함을 간소(簡素), 담담하고 소박함을 담소(淡素), 수수하고 검소함을 박소(朴素),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검은 것과 흰 것을 현소(玄素), 채식만 하던 사람이 고기를 먹기 시작함을 개소(開素), 바탕이 되는 자료를 물소(物素), 차분하고 꾸밈새가 없음을 한소(閑素),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음을 빈소(貧素), 아래 위를 하얗게 입고 곱게 꾸민 차림을 일컫는 말을 소복단장(素服丹粧), 결백하고 허례허식이 없는 선비를 일컫는 말을 청소지사(淸素之士),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손질한 이후에 채색을 한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릴 때 흰색을 제일 나중에 칠하여 딴 색을 한층 더 선명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회사후소(繪事後素), 재덕이나 공적도 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녹만 받는다는 뜻으로 자기 직책을 다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시위소찬(尸位素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