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세계 투자은행 산업은 크게 변화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Lehman Brothers, Bear Stearns, Merrill Lynch가 파산 또는 인수합병되고, Goldman Sachs 및 Morgan Stanley가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전업계 투자은행’ 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또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규제들은 투자은행이 과거와 같은 사업모델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금융위기가 야기한 세계적 경기침체로 주요 투자은행은 새로운 사업구조와 수익원을 마련할 필요가 생겼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최근 행보는 국내 금융투자업의 시각에서도 관심을 가질 부분이다. 그동안 Goldman Sachs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탈위탁매매 과정 속에서 국내 증권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또한 ‘한국판 Goldman Sachs’의 출현을 기대하며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와는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투자은행의 사업모델은 구조와 질적인 측면에서 변모한 바로 그 모습과 더불어 근간 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의 변화를 분석하기에 앞서 ‘투자은행’의 개념과 발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면서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분리된 업무 범위 및 시장이 마련되어 현대적 개념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 출현하였다. 초기 투자은행은 유가증권 인수(underwriting) 및 위탁매매(brokerage)가 주요 업무였으며, 1980년대 들어서 유동화증권, M&A자문 등 시장 및 업무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1990년대에는 유럽 유니버설뱅크와 미국 상업은행의 투자은행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겸업화 시대가 도래하고, 다수의 중소형 투자은행이 인수합병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투자은행의 수익구조가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딩(trading) 사업 중심으로 쏠리면서 고성장 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으로 대형 전업계 투자은행이 파산, 인수합병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금융위기의 발생으로 ‘전업계 투자은행’이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을 새롭게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Martel et al.(2012), Caparusso et al.(2019) 등의 기준을 사용할 경우 2019년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은행은 협의의 정의 하에는 2~3개, 광의의 정의 하에도 10~15개에 불과하다. 본 보고서에서는 8개 주요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위기 이후 사업 및 전략 변화를 살펴본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투자은행의 두드러진 추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사업의 다각화다. 금융위기 이전 트레이딩 사업에 편중되었던 수익구조는 금융위기 이후에는 보다 균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둘째, 리테일(retail)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전통적으로투자은행은, 특히 과거 전업계의 경우 Fortune 500대 기업 및 기관투자자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리테일 및 중소기업(middle market) 고객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와 더불어 과거에 비해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수익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취지로풀이된다. 특히 이와 같은 사업 다각화 및 고객 기반의 확대는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사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일부 투자은행은 인터넷뱅크 등 소매ㆍ상업은행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의 자산관리ㆍ운용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리테일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 투자은행의 자산관리ㆍ운용 사업은 주로 고액자산가 및 연기금,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 고객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의 자산관리ㆍ운용 사업은 리테일 대상으로 고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리테일 시장의 빠른 성장세와 더불어 리테일 고객 대상의 자산관리ㆍ운용 서비스의 제공이 보다 용이해지면서 해당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인덱스펀드(index fund),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 등 패시브펀드(passive fund)의 인기가 늘어나고,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등 핀테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산관리ㆍ운용 서비스의 고객 당 제공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투자은행의 사업모델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투자은행ㆍ트레이딩 중심 사업모델이며, Goldman Sachs가 유일하다. 둘째는 자산관리ㆍ운용 중심 사업모델이며, Morgan Stanley, UBS 및 Credit Suisse가 대표적이다. 셋째는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간의 균형과 시너지를 추구하는 다각화 사업모델이며, JP Morgan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사업구조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공통적으로 과거에 비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비중을 두면서 사업부문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습이며 특히, 리테일 시장으로의 사업 진출은 금융위기 이후 특징적인 변화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도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전략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핀테크 등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과거에는 접근성이나 수익성이 부족했던 사업 분야가 있는지를 탐색해보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