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34〉
■ 들길에 서서 (신석정, 1907~1974)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 1947년 시집 <슬픈 목가> (낭주문화사)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는 계절에 맞지 않게 여름 장맛비 같은 폭우가 쏟아지며 날씨도 가을의 길목에 어울리게 서늘해졌습니다. 이제 지독하게 무더웠던 8월이 가고 가을이 오나 봅니다.
오늘은 비가 그치고 안개가 낀 걸 보니 날씨가 곧 개일 것 같습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후부터는 하늘도 청명해지고 공기도 맑은 가운데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9월을 맞이할 수 있을 듯하군요.
이 詩를 읽어보면 시인은 해 저문 저녁에 들길에 서서 여유롭게 자연을 바라보며, 전원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노래한 것으로 생각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전원에 사는 것이 아니라 들길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며. 현실은 아름답지 못하고 어둡고 어려운 삶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즉 시인이 살던 공간은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시대의 암울한 상황을 가리키며,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은 이상세계를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 詩는 암담하고 슬픈 현실에서 살고 있지만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버티면서 새롭게 삶의 의지를 다지며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이 작품을 자연에서 사는 기쁨을 노래한 서정시로 순수하게 해석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전원생활을 하며 자연과 벗하는 삶이 비록 소박하고 어리석을지 몰라도, 머리 위의 푸른 하늘과 총총한 별을 보며 나무와 산처럼 당당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