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흘 연속 등판은 무리였을까.
'LG 천적'으로 군림하던 SK 투수 오상민(27)이 이틀 연속 LG 방망이에 무릎을 꿇는 이변이 발생했다.
전날 LG전에서 연장 10회 유지현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오상민은 심기일전하고 나왔으나 7일 보다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5일부터 시작된 LG와의 3연전에 이미 두 경기 연속 등판했던 오상민이 7일 경기에도 등판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SK 선발은 사이드암 김기덕으로 예고됐고 이에 맞춰 LG는 좌타자를 5명이나 포진시켰다.
그러나 선발 등판한 김기덕이 연습 피칭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오상민은 벌써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아닌 자원 등판 준비였다. 전날 당한 패전을 '복수'하기 위한 일념 때문이었다.
0_1로 뒤진 2회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아 SK는 즉각 오상민을 조기 투입했다. 그러나 한 번 깨진 '오상민 징크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돌풍의 주역은 뜻밖에 LG 좌타자들이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한 좌타자 이병규는 오상민의 초구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월 만루 홈런을 터뜨렸고 양준혁_서용빈은 보란 듯이 안타를 쳐댔다. 결국 오상민은 1이닝 동안 1홈런 포함 3안타 1볼넷을 내준 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쌍방울 시절 스승이었던 김성근 감독 대행이 "너무 잘 던져 껌 씹는 것조차 밉다"던 오상민의 징크스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