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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연구와 교육에서 학문의 자유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표현과 행위의 자유, 정보 보급의 자유, 연구수행과 지식과 진리전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4-2. 대학의 제도적 자율은 전통적이고 현재에도 본질적이라 할 수 있는 문화와 사회에 대한 대학의 임무에 대한 독립된 의무의 표명이어야 한다. 즉 지적으로 유익한 정책, 좋은 거버넌스, 효율적인 관리 등 4-3. 학문 자유와 대학 자치에 대한 침해는 언제나 지적 붕괴를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사회, 경제적 침체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4-4. 만약 대학이 상아탑에 안주하면 고비용과 손실이 야기되고, 대학은 사회의 요구를 교육하고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게 된다. 대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만큼 가까이 사회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이 가능하고 장기 관점을 취할 정도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
이 네 가지 원리에 대해서는 대학헌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며, 이미 학문적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평가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대학헌장이 전통적 의미의 학문자유와 대학 자치를 강조한 것이라면, “학문자유와 대학 자치에 관한 권고”는 변화된 사회(신자유주의적 흐름)을 일부이지만 수용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학문자유와 대학자치가 침해될 위험성이 있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하여 국가는 대학의 자치(autonomy)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적, 법적 보장체계를 만들어야 할 추가적 책임이 있다.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광범위하게 인식되어 있지만, 국가는 개입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법적 보장을 위한 노력은 반복되어야 한다. 그래서 법령으로 학문자유와 대학 자치를 보장하는 것도 공적 책임의 한 내용이 된다.
3) 볼로냐 프로세스와 공적 책임
(1) 프라하성명
볼로냐 프로세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이다. 볼로냐선언(1999), 프라하성명(2001년), 베를린성명(2003년)에서 유럽의 교육장관들이 고등교육은 “공적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은 전통적 가치의 재확인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프라하성명에서는 고등교육을 ‘공공재(public good)’로 간주해야 하고,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프라하성명을 둘러싸고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중 고등교육이 공공재인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있고, 공적 책임이라면 그 책임의 본질과 책임이 적용되는 범위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하여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고등교육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for Higher Education and Research, CDESR)의 주도로 고등교육의 공적 책임의 진정한 본질과 범위를 확립할 목적으로 컨퍼런스를 열었고 그 결과가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2) 유럽평의회 컨퍼런스
이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제를 한 Luc Weber는 공적 책임의 정당화 논거로 ① 환경 변화, ② 수준 높은 고등교육과 연구의 필요성, ③ 고등교육기회의 균등한 분배, ④ 고등교육과 연구 부문의 질적 수준의 보장 필요성, ⑤ 헌법과 법률적 구조의 중요성을 들고 있다.
정당화 논거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고등교육의 유형적(개인 차원의), 무형적(사회가 누리는) 효과이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지식은 노동과 자본만큼 중요한 생산요소이고, 우수한 노동력은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높은 교육수준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는 가치를 증가시키고, 문제를 보다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적 수준까지 향상시킨다. 시장논리로는 이런 무형적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개인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경제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이 더 중요해진다. 이런 무형적 효과를 강조하면 정치적 가치판단에 따라 무상교육에 접근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3) 공적 책임의 본질과 범위
그런데 유럽에서 공적 책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종래 복지국가 하에서 고등교육은 공공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현재 유럽에서는 고등교육의 공공재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적 독점이나 무상제공 여부는 논란 중에 있다.
그런데 정치학적 의미는 별론으로 하고, 경제학적 의미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재성을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대신하는 공적 책임은 그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였다. 여기서 미묘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볼로냐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각 국가들은 앞서 본 유럽 차원의 통합 고등교육 시스템을 확립과 더불어 이를 계기로 하여 교육비를 감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부담이 클수록 그 유혹은 강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누가 정부를 운영하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따라 외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볼로냐 프로세스의 시행과 더불어 유럽국가들도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의 다양화(법인화 포함), 대학등록금제 도입, 대학의 학생선발권, 엘리트 대학의 인정 등 종래의 독일 대학제도와는 거리가 먼 여러 제도와 관행들이 도입되었다. 특히 법인화된 대학들의 거버넌스구조는 종래의 대학자치모델(정교수모델 혹은 그룹대학모델)로부터 총장에 의한 경영모델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등록금도 도입되었다. 1999년 여름 학기부터 바이에른 주에서는 두 번째 학위 취득 학생에 대해 500유로의 수업료를 징수하기 시작했고, 1999년에 베를린, 니더작센, 바덴-뷔템베르크에서는 입학과 등록 수수료로서 100마르크(50유로)의 행정 수수료가 도입되었다. 이미 1997년 바덴-뷔템베르크에서는 장기 학생에 대한 1,000마르크의 수업료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학교마다 액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장 비싼 대학도 한 학기에 최대 500유로(약 73만원)를 넘지는 않았다. 더불어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제도도 확충되었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에서도 재연되었다. 프랑스 대학개혁은 사르코지정부에서 단행되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논의는 시작되었다. 2003년 5월에 ‘대학의 현대화 법안’이 제시되었다. 2007년에 확정된 대학개혁안과 “대학의 자율과 책임에 관한 법률(LRU)”은 교육예산 집행권을 대학에 맡기고 산학 협동을 허용하는 자율화 정책, 유럽의 다른 대학들과 학생 교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학위제와 학제 개편이 있었다. 이중 자율화가 특히 문제인데 그것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인상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4) 공적 책임 확립을 위한 사회적 노력
이러한 독일과 프랑스의 신자유주의 수용 정책은 사회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2009년 진행된 사회적 저항은 우리나라 반값등록금 운동이상으로 강력했다. 독일은 결국 고등교육의 공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다시 교육비를 무상으로 하는 정책을 펴기에 이른다. 독일 대학은 2014년부터 대학 전면 무상교육 체제로 복귀했다.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로 말미암아 주립대학의 자율화정책 역시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상황은 독일과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사르코지가 추진하려는 대학 개혁의 본질은 대학에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징수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2007년 그러나 교육부가 최종 발의한 “대학의 자율과 책임에 관한 법률(LRU)(안)”에는 두 조항이 빠졌다. 교수와 학생의 반발에 부딪혀 “5년 동안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달면서 절충했다.
2009년 2월부터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반발하는 대학생 및 교직원 등의 시위가 계속되었다. 대학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과 민간재원 유치 등을 골자로 2007년에 확정된 대학개혁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부분 혹은 총파업 중인 대학은 전국의 83개 국립대학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여개 대학에 이르렀다. 결국 사회적 저항과 2012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취임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급격한 수용은 일단 부정되었다.
현재 프랑스 대학의 등록금은 학사 181유로(한화 27만원/1년), 석사 250유로(한화 37만원/1년), 박사 380유로(한화 57만원/1년) 정도이다. 이러한 비용은 우리나라의 1/30 정도로서 학비 때문에 고등교육을 포기할 일은 없다. 이는 국가가 공적 책임을 강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5) 루벵 성명
유럽고등교육권역 구축과 고등교육에 적용할 공통적 기준과 지침을 설정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다. 1998년 소르본느 선언부터 시작해서 2001년 프라하, 2003년 베를린, 2007년 베르겐, 2008년 런던 성명을 거쳐, 2009년 벨기에 루벤에서 공동선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루벵 성명에서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우리에게 직면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문화적‧사회적 발전을 끌어내기 위해 고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우선으로(utmost priority) 고등교육분야에 공적 투자(public investment)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최우선 순위의 공적 지원의 이유는 고등교육이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권력과 자본의 욕구에 직접 대응하는 방식은 아니다. “우리는 유럽고등교육권력의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이는 고등교육이 공적 책임(public responsibility)이며 모든 고등교육기관은 각자의 다양한 사명에 따라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이다. 고등교육기관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이유는 다음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민주사회에 능동적인 시민을 길러내고, 향후 직업을 준비하고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으며, 더욱 폭넓고 심화된 지식을 함양하고, 연구와 혁신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고등교육 시스템과 정책 개혁은 대학자치(institutional autonomy), 학문자유(academic freedom), 사회적 평등(social equity)이라는 유럽식 가치 안에서 자리매김하도록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학생과 직원들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4. 우리나라의 정책과 위기
우리나라 교육부는 1995년 이래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을 받아들이면서 극단적 흐름에 편중되거나 경도된 모습을 보여 왔다. 더욱이 공공선택이론과 같은 신공공관리정책(New Public Management)을 채택하면서 국가와 대학의 관계는 상하관계,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재편되었다.
교육부의 주요 문서는 참조할 가치 있는 외국의 사례로 영국, 미국, 호주, 일본, 싱가폴 등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을 모든 국가의 일반화된 정책인 것처럼 분칠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위기에 처한 첫 번째 이유라고 본다.
1) 고등교육 시장화정책
‘대학설립자유화(대학설립준칙주의)정책은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소위 5.31 교육 개혁 조치에 따라’ 나온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등교육영역을 시장으로 보고 자본의 진출입을 자유롭게 하여 ‘자유경쟁’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 정책은 대학의 양적 팽창만 가져왔을 뿐 그런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먼저 외관상 목적인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지 못했고 세계적 수준의 대학도 육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실부패대학의 증가와 더불어 대학설립운영 기준을 낮춤으로써 대학의 전반적인 부실만 초래했다. 또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발생했는지 하는 점에서 보아도 실패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의 서열이 견고한 상황에서 경쟁정책을 강요한다고 해서 쉽게 경쟁을 통한 서열의 변화는 발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을 시장으로 보고 대학을 산업으로 보는 정책은 더욱 공고화 되고, 대학이 기업과 교류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 할 수 있도록 합리화 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다. 또 정부가 교육을 산업으로 보고 교육 서비스 시장을 자율적으로 개방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도 만들어지게 된다.
2) 대학자율화정책: 국립대학 사립화 및 사립대학 상업화정책
정부는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국립대학의 법인화’, ‘사립대학에 대한 탈규제/ 상업화 정책’을 펼친다. 대학에 대한 관료적 개입을 줄이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면 우수한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립대학 법인화 정책은 등록금만 인상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 약화로 구성원들의 저항을 받아 소수 대학을 제외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사립대학의 자율화 정책도 대학법인의 엄청난 비리와 반교육적 행태로 임시 이사를 파견할 정도로 파행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정부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ˮ이라는 대학 자율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정책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약화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반값등록금이라는 이름의 국가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고등교육 재정지원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하려고 하지만, 이 정책도 선별적 복지 형태로 대다수 학생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사립대학법의 물적 토대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인위적인 경쟁강요정책: 대학평가 및 대학구조개혁
(1) 새로운 유사시장정책으로서 대학평가제도
정부는 대학들 간에 경쟁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러한 목적으로 제출된 것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김희정 법안’으로 약칭),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안홍준 법안’으로 약칭),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김선동 법안’으로 약칭)이다. 이 법률은 대학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인위적인 경쟁을 조장하고, 국가가 경쟁의 결과를 평가하여 성과를 제공하거나 퇴출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들 법률안을 보면 평가를 통해서 강제적인 입학정원의 감축이나 대학 폐교까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실현될 경우 관료주의적인 보고서 작성과 같은 무의미한 활동, 감독기관의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평가서 작성 요구, 평가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도한 로비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즉 유사시장정책의 실패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2) 대학평가가 핵심인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2014년 4월 30일 국회 교문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정의원은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ʻ김희정법안ʼ으로 약칭)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먼저 대학자체구조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② 대학평가를 위해 대학평가위원회,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③ 모든 대학을 평가하여 대학구조개혁의 자료로 활용한다. 또한 ④ 학교법인의 자진 해산 시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할 수 있고, ⑤ 정원감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의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대학 교육의 질 향상에 대한 방안이 명확하지 않고, 단지 대학의 양적 축소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평가를 통해 강제적인 정원 감축을 합리화하기 위한 내용이고,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어떠한 안전책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학평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교육부장관에 포괄적으로 위임되어 있어, 평가지표나 결과의 활용에 따라 정부가 완벽하게 대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그 평가지표가 인위적인 경쟁과 재원배분에 활용되는 시장적 지표로 되게 되면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파괴되고 자연스럽게 상업화, 영리화를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3) 권력적 대학행정이 핵심인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2015년 8월 이후 정부여당은 교육개혁을 내세워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교육개혁을 4대개혁의 하나로 포함하고, 대학구조개혁법을 처리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10월 26일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ʻ안홍준법안ʼ으로 약칭)을 제출한다. ʻ안홍준 법안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대학의 구조개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②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혁 노력과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③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설치, ④ 대학 평가와 대학평가위원회에 관련 내용, 그리고 ⑤ 대학의 재정 지원, 정원 감축, 기능 개편, 폐쇄나 법인 해산 등을 심의할 구조개혁 위원회, ⑥ 정원 감축으로 인한 잔여재산, 기본재산 처리 방법 등을 담고 있다.
안홍준법안은 앞서 발의한 김희정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사업을 국사립대를 불문하고 공통으로 적용하여, 국립대학도 입학정원 감축 대상이 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실제 2015년 대학평가는 그렇게 운영될 개연성과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평가지표에 대학 거버넌스를 포함시키면 국립대학들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총장 선출방법도 교육부 의도대로 쉽게 변경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자발적 법인화의 주요 유도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ʻ안홍준법안ʼ에 의하면, 대학은 자체 진단과 자율평가 부분이 있지만, 교육부가 평가 대상 대학을 정하고, 대학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결과를 기초로 하여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대학을 폐쇄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자체 진단은 교육부 평가를 전제로 한 사전 보고서 준비 및 자체 평가의 의미를 지닐 뿐이고, 대학들은 교육부의 평가 지표 및 평가 방식에 종속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대학평가의 평가지표나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이 없고, 오로지 있다면 ʻ교육여건 개선, 교육의 질 제고 노력, 기능의 강화 등ʼ이 평가 영역이라는 것과 평가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막연한 조항 뿐이다.
안홍준법안은 학교법인이 자체계획으로 학교법인의 해산을 결정하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해산이 가능해진다. 즉 언제든지 법인을 해산시키고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잔여재산처분에 관한 특례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대학의 장이나 대학구성원들은 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결국 이 법안은 「사립학교법」을 우회적으로 개악하고, 학교법인의 ʻ먹튀ʼ를 세련되게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4)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정부 여당은 참패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전혀 반성 없이 또 다시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교육부는 2016년 6월 7일부터 17일에 걸쳐 대학구조개혁법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권역별로 3회 실시하였다. 이 행사에는 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육협의회 까지 공동주최자로 끌어들여 마치 대학구조개혁법안 제정이 대학사회의 공통된 요구사항인 것처럼 분칠하고 있다. 권역별로 토론회가 끝나기 무섭게 김선동 의원이 2016년 6월 21일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것이다.
김선동의원이 제출한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안홍준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의 제목과 발의자만 바꾼 표지갈이법률안이다.
(5) 평가
대학구조개혁법을 논할 때에 쟁점은 이미 대학기관인증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목적의 대학평가제도를 새로이 도입하는 부분이다. 즉 대학을 평가해서 D, E등급 평가를 받은 대학에 대해서 입학정원을 감축하거나 퇴출시키는 것이 소위 대학구조개혁의 핵심이다.
그런데 입학정원 강제 감축의 목적의 목적만으로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정성평가방식을 포함한 평가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대학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연구와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하면 로비도 불사할 것이다. 이렇게 대학평가가 진행되면 빈대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목적의 대학평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구조개혁목적을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들어온 것이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 역시 대학평가가 된다. 즉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대학들이 자구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질 관리가 된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러한 가정이 현실화되기 힘든 조건에 있다. 교육여건이 개선되어야 질 관리가 가능한데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평가지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대학부실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대학 부실의 근본원인은 사립대학 위주의 고등교육체계에서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공적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고등교육의 질 관리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을 포함시키면 재정이 빈곤한 대학들은 비정년교원으로 이 기준을 맞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평가를 통해 “등급이 높은 대학 = 질 관리가 되는 대학”, “등급이 낮은 대학 = 질 관리가 되지 않는 대학”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질 관리가 아니라 등급매기기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을 확충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재정을 일정 정도 책임지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의 육성이 전제되어야 교육여건이 개선된다. 그리고 이런 기반 하에서 질 관리를 넘어 질 향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대학의 질 관리는 구조개혁법 통과를 위해서 잠시 빌려온 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시간낭비 말고는 논의의 실익이 전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고등교육의 질 관리는 임시변통이고 진짜 목적은 구조조정목적의 평가를 통해서 입학정원을 줄여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설립자유화정책의 실패라는 책임추궁에서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대학평가권을 통해 모든 대학을 쥐고 흔드는 대학통제로 갈 때 발생할 부작용이다.
대학이 국가권력이나 자본에 의하여 부당한 압력을 받게 되면 대학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지식의 생산과 보급을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다. 대학이 흔들리면 사회와 국가도 같이 흔들린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대학을 흔들었을 때 이는 너무나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4) 대학영리화정책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의 영리화 정책은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국민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지역, 예컨대 사전개방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 고등교육영리화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3년 12월 13일 교육 서비스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유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투자를 촉진하여 해외 유학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운다. 구체적인 내용은 ① 외국학교법인과 국내학교법인의 합작허용, 국내기관의 외국기관 운영참여 허용, ② 제주국제학교의 경우에는 결산상 잉여금의 배당을 허용 등이다.
이는 외국교육기관에게 교육개방을 확대하는 것과, 외국교육기관에만 허용된 결산상 잉여금 배당에 국내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을 상업화하는 길을 열고, 사실상 국내 대기업의 영리학교설립을 독려하는 우회로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 5월 23일 교육부가 발의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입법예고하였다. 이 법은 외국학교법인이 국내학교법인과 합작으로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대학영리화정책이다.
II. 진보적 대학체제 개편안
1. 대학서열체제 타파: 공동학위대학(대학연합체제)의 구성
1) 모든 나라에 일류 대학이 있을까?
세계의 유명 대학을 떠올려보자. 미국의 하버드와 예일, 영국의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일본의 토교대학이나 와세다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나 독일의 유명 대학은 왜 안 떠오를까? 그것은 그 나라들에 일류 대학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로 대표되는 서울소재 명문대학→ 서울 소재 대학→ 수도권 대학 → 지방 국립대학 → 지방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 순으로, 거의 모든 대학을 한 줄로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서열화 되어 있다.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는 나라 중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서열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극단적인 대학서열화로 인해 초중등교육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으로 망가지고 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는 천문학적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서열화로 인해 대학의 교육과 학문 연구의 발달은 정체되고 있다. 상위 서열 대학은 입시 성적이 좋은 학생은 선발하는 데만 골몰하고, 하위 서열 대학은 처음부터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대학 간의 협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대학 졸업 이후에는 학벌사회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들은 과중한 입시 중심의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학부모는 막대한 사교육비로 신음하고 있다. 또한 서열화로 인해 학교는 영⋅수⋅국 위주의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교육 개혁을 추진하여도 입시경쟁의 블랙홀에 모두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
대학서열체제는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이다. 또한 대학 서열체제의 해체 없이는 교육에 있어서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서열체제는 모든 나라의 필연적인 숙명인가? 그렇지 않다. 대학서열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고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학평준화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대학서열체제는 세계적으로 볼 때 소수이고 다수는 대학평준화체제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학평준화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반대로 우리나라, 일본, 미국이 치열한 대학서열경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공공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즉 대학공공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대학평준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대학의 공공성이 낮은 나라일수록 대학이 서열화 되어있다. 대학공공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대학의 지배구조(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구 분 | 대학교 및 대학원 전일제등록생 해당비율 | ||
국공립학교 | 정부책임형 사립학교 | 독립형 사립학교 | |
| (1) | (2) | (3) |
한 국 | 24 | a | 76 |
호 주 | 97 | a | 3 |
오스트리아 | 87 | 13 | m |
벨기에(플란더즈어권) | 51 | 49 | m |
벨기에(프랑스어권) | 33 | 67 | m |
캐나다 | 100 | m | m |
체 코 | 87 | a | 13 |
핀란드 | 82 | 18 | a |
프랑스 | 87 | 5 | 8 |
독 일 | 97 | 3 | x(2) |
아이슬랜드 | 79 | 21 | n |
아일랜드 | 97 | a | 3 |
이탈리아 | 92 | a | 8 |
일 본 | 25 | a | 75 |
멕시코 | 66 | a | 34 |
네덜란드 | m | a | m |
뉴질랜드 | 97 | 2 | 1 |
노르웨이 | 86 | 14 | x(2) |
폴란드 | 87 | a | 13 |
슬로바키아 | 96 | a | 4 |
스페인 | 87 | a | 13 |
스웨덴 | 92 | 8 | n |
스위스 | 99 | m | 1 |
영 국 | a | 100 | n |
미 국 | 68 | a | 32 |
* m은 자료가 해당국가에서 수집되지 않았거나 무응답 때문에 입수 불가능함을 의미함. ** n은 자료의 크기가 무시할 정도로 작거나 0임을 의미함. *** a는 이 항목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료가 해당되지 않음을 의미함. **** x(3)의 의미는 자료가 3열에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함. |
2) 사립대가 많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OECD에 의하면 독립사립대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한국(76%)-일본(75%)-멕시코(34%)-미국(32%)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함께 사립대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비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들은 대부분이 국공립대학의 비율이 80%이상이다. 그런데 국공립대학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고, 이에 비해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은 한국, 일본, 미국은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다. 이러한 지표가 가리키는 것은 대학공공성이 낮은 나라일수록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대가 많은 나라들의 경우, 정부가 국립대학에게 동일하게 지원하고 국가의 책임 하에 균등발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으며, 대학의 서열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독립사립대가 많은 나라들의 경우 대학들은 제각기 생존과 지위상승을 위한 서열경쟁에 매달리게 될 수밖에 없으며 대학서열화는 점점 더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공공성과 대학서열화는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체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학공공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대학공공성이라는 토대를 잘 닦아야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할 길이 보이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지 않고 대학서열체제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서 물고기 잡으려는 격이다. 사립대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학공공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독립사립대학을 정부지원대학으로 개편하면서 공공성을 높이고 국립대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국립대학을 민영화(법인화)하고 사립대학을 상업화해 온 그 동안의 신자유주의적인 대학정책을 중단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public responsibility)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적 대학체제로의 변화는 이미 물꼬가 열렸다. 2011년에 서울대 교육주체들의 서울대법인화 저지투쟁과 일년 내내 지속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으로 한국교육은 공공성에 입각한 대학체제개편의 길로 가장 어려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서울대법인화 저지투쟁은 민영화가 아닌 공공성 강화에 입각한 대학체제 개편을 현실의 요구로 등장시켰다. 또한 대학등록금 반값인하투쟁으로 1조7천5백억이라는 국가의 돈이 대학에 투입되고, 서울시립대의 경우 서울시가 대학등록금의 반을 분담하는 등 대학에 대한 사회의 공공적 책임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성에 입각한 대학체제 건설을 상상의 차원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서열체제의 근본적인 해소 방안인 '대학연합체제’의 건설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3) 대학문제의 해결, 대학평준화로 가능: -대학연합체제(공동학위대학) 건설-
대학연합체제방안은 크게 세 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되어있다.
첫째, 국공립대를 확대하고 독립사립대를 정부지원 사립대로 전환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고, 둘째, 대학연합체제의 대학들은 독일, 프랑스처럼 대입자격고사를 통해 학생을 공동으로 선발하고 공동학위를 부여하며, 셋째, 대학의 연구와 학문발전을 위하여 권역별 연구연합체제를 구성한다.
공공적 대학체제 개편(대학연합체제)의 기본방향 |
○ 국공립대와 준공립대(정부지원 사립대학) 확대 → 대학공공성 강화, 고등교육 재정 확대 ○ 공동선발, 공동학위제 시행 → 대학서열체제 완화, 초중등 교육 정상화, 대학의 균형발전 ○ 교육과 연구를 위한 대학협력 체제 건설 → 교양과정 강화, 권역별 대학과 대학원의 협력과 특성화 확대 |
대학연합체제의 첫 번째 단계는 대학체제의 공공성 강화이다. 국립대 법인화, 대학 상업화를 중단하고 공공적 대학체제를 구축한다. ‘국립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비리․부실 사립대를 국공립화하며,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화하여 ‘정부지원 사립대학’을 확대한다. ‘독립사립대’가 존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공공적 대학연합체제에 편입되도록 추진한다.
<그림1> 공공적 대학체제 개편으로 전환
신자유주의 대학개편 |
| 공공적 대학개편 | ||||||||||||||||||||||||||||||
| ⇨ |
|
대학의 공교육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원칙에 따라 국립대와 정부지원 사립대학들을 ‘대학연합체제’에 편입시킨다. ‘대학연합체제’에 편입되는 사립대학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사립중등학교와 동일한 방식으로 재정지원을 한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간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사회발전과 학문발전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대학운영에 대학주체의 참여를 확대하여 대학운영의 공공성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는 공동학위대학체제의 건설이다.
‘대학연합체제’는 대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책임을 바탕으로 학생을 공동 선발하고, 학점을 교류하며, 공동학위를 수여한다. 이를 통해 대학을 국립대와 정부지원 사립대가 결합한 공동학위대학과 독립사립대학으로 구분하며, 공동학위대학들은 사실상 평준화 시킨다.
대학연합체제의 학부과정은 현행처럼 4년으로 하되 대학 1기 과정(1년)은 교양과정으로 운영하며,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계열 두 계열만 두고 2기 과정(3년)은 학부제로 운영한다. 법대, 사범대, 의대, 약대, 경영대 등 전문직을 위한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이 과정들을 전문대학원에 설치한다. 이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대입경쟁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대학의 균형 있는 학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대학연합체제의 운영의 기본 틀은 아래의 도표와 같다.
대학연합체제의 운영의 기본 방향
(1) 신입생 선발단위는 대학별․학과별이 아니라 전체 대학연합 총 정원으로 한다. (2) 대학입학자격은 고교 내신 성적과 계열별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수능시험은 대입자격시험으로 대체한다. (3) 대입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먼저 1, 2, 3지망으로 대학을 지원해 배정받고, 배정은 거주지별 배정을 원칙으로 한다. (4) 전공과정 진학은 희망하는 학과를 지원하도록 하되, 전공별로 학위수여 정원을 두고 정원 초과인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전과를 추진한다. 전공과정 진학 시 특정캠퍼스에 집중도가 높을 경우 교양과정 이수성적 등을 고려하여 배정한다. (5) 대학연합의 대학운영은 대학자치의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학점취득은 연합 내에서 개방한다. (6) 대학연합의 모든 졸업생에게 전공이 표시된 동일한 통합학위를 수여하여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한다. (7) 일반대학원은 학부과정의 성적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되, 구체적 전형방법은 학과별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8) 전문대학원도 학부과정의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며, 지역균형인재등용제도의 취지에 따라 동일 학구의 학부출신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
4) 대학통합네크워크는 대학을 하향평준화하지 않을까?
대학연합체제는 소극적으로 대학 서열체제 해소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이나 학문연구에 있어서 만족할한 수준에 있지 못하다. 대학연합체제는 기존의 대학간 경쟁 체제를 협력 체제로 전환시켜 대학의 교육 기능과 학문연구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학연합체제는 대학간 서열경쟁에 기초한 수공업적 교육-연구체제를 권역별 연합을 통한 협력적 교육-연구발전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연합체제의 대학평준화가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교육과 학문연구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연합체제는 첫째, 모든 대학에 1년의 교양과정을 설치하여 운영한다. 이를 통해 대학에서 최근에 죽어가고 있는 전문 교양교육의 영역을 확대하고 기초학문 발전의 토대를 강화한다(교양교육의 기한은 사회적 논의에 기초하여 연장해 나갈 수 있다).
둘째, 전임교수 비율의 확대, 국가박사제도의 운영, 연합체제대학 간의 인적-학문적 교류의 확대(교수진의 교류의 활성화, 대학간 학점 이수 인정) 등을 통해 전공 교육을 내실화한다. 연합체제대학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한다.
셋째, 권역별로 연구연합체제를 구축하여 대학원 과정에서 심화된 연구와 학문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한다. 대학원의 권역별연합체제는 대학 캠퍼스를 넘어 교수-대학원생의 공동 교육-연구체제를 권역별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분과학문의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인력풀을 확보함으로써 연구의 수공업성을 극복하고 연구의 전문화, 규모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연구진영의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학문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학문발전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다.
넷째, 전문대학원(1~4년)은 해당 대학원이 요구하는 과목에 대한 최소학점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전공 이수과정에서의 내신 성적을 근거로 하여 선발한다. 이를 통해 학과의 균형 발전 추구하며 전공 과정의 내실화를 꾀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대학 과정 내내 법만 공부하고 사법고시만 준비한 법관이 필요 없다. 사회과학에 조예가 깊어 사회정의를 판단할 수 있는 법관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전공 지식만 가지고 있는 교사는 더 이상 환영받을 수 없다. 철학과 문학과 심리학에 심취하여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대학원은 자기 분야의 좁은 시야만 가진 편협된 전문가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은 교양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그림2>고등교육의 상향적 발전체제 | |||||||||||
|
‘교양과정강화⇒기초학문 및 전공과정 강화⇒대학원의 협력적 연구연합체제 구축’을 통한 상항적 발전체제 구축 |
대학연합체제는 대학의 평준화를 지향하는 대학체제이다. 대학의 특성상 고등학교평준화처럼 일거에 평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대학연합체제는 대학의 상향발전을 추진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입시문제, 학벌문제 등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소할 것이다.
4) 새로운 대학체제 어떻게 건설하나
대학연합체제의 건설과정은 난관이 많겠지만 기본적인 건설경로는 간단하다. 국립대학과 정부지원 사립대학들이 대학연합체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입시제도와 대학제도를 이에 맞추어 변경하면 된다. 이 때 대학서열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를 참여시키는 것과 수도권 지역의 사립대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첫째, 서울대의 대학연합체제의 결합에 대해 시장주의자들과 학벌주의자들이 거세게 반대할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추동하고 법적, 제도적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국립대법인화 정책에 대한 저지투쟁과정에서 국립대 주체들은 대학의 공공성에 입각한 새로운 대학체제를 대안으로 모색해왔다. 이 때문에 국립대가 대학연합체제로 이행에 대한 동력은 상당히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대학연합체제에서 서울대학교는 학부과정은 서울시립대, 서울과기대 등과 마찬가지로 대학연합 서울지역 캠퍼스로 운영한다. 그리고 서울대의 풍부한 시설과 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수도권 대학원 연합체제를 구성하고, 대학원 교육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국립대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 지역 사립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부 상위서열의 사립대학들이 사학의 자율성과 대학의 경쟁력을 내세우며 대학연합체제에 참여를 유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사립대학들의 참여를 유도, 견인하는 다양한 정책 및 정부의 일관된 제도적, 정책적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적 수단이 종합적이고 집중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대학연합체제는 우리교육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교육개편 요구에 완전히 부응하는 방안이다. 왜냐하면 대학연합체제를 통해 1) 입시경쟁교육으로 왜곡되는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으며, 2) 사교육비를 대폭 축소할 수 있으며, 3)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를 폐지할 수 있으며, 4) 지방 국립대 및 권역별연합체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방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합체제는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성공을 위해 확고하게 추진되어야 할 핵심정책이다.
사립대의 대학연합체제로의 이행 |
- 대학연합체제 참여대학을 전기 대학으로 배치하여 대학입시에서 학생을 우선 선발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상위권학생들이 대학연합체제에 지원하도록 하여 기존의 대학서열체제에 근본적인 변동을 일으킨다. - 대학연합체제의 입학시험인 대학입학자격고사는 대학연합체제대학 지원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독립사립대에 대해서는 대입자격고사 성적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입시교육은 대입자격고사 대비를 넘어서지 않도록 감독하고 고교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 대학연합체제 참여대학(사립대학 포함)에 대해서는 법정교원확보 및 교원, 교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 고교수준으로 대학등록금 인하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사립대학의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대학체제개편의 주력군으로 참가하도록 한다. - 법학, 행정학, 교육학대학원과 의학, 치의학, 수의학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정원을 지역별로 인구비례로 배정하고, 점차적으로 대학연합체제에 참여하는 대학들에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도록 한다. -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립대의 참여추이를 보면서 대학연합체제 출범준비기에 국립대를 신설한다. 국립대를 세우더라도 수도권지역의 대학 총정원은 유지하여 독립사립대의 정원을 축소한다. - “사립고등교육기관의 구조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지원 사립대학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여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한다. |
2. 대학입학자격고사의 실시
1) 입시교육의 천국, 사교육의 천국
한국 교육에서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과정을 지배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목적 모두 상위서열의 대학과 인기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대입경쟁으로 인한 사교육의 창궐로 가계와 국민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정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미친 경쟁으로 인해 이른 나이부터 실패와 고통을 맛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 내부에 있다. 대학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지배하고 규정하면서 심각한 교육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넘겨진다.
한국의 초중등교육은 수능 준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수능이 객관식 문제로 출제되면서,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암기하기 좋도록 지식을 도식화하고 요약하여 주입하는 수업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학생들은 외우고 또 외우고, 풀고 또 풀기를 반복하고 있다.
수능에서 영어와 수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모두 학생들은 오로지 영어와 수학 학습에 몰두한다. 정작 삶에 필요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을 깊게 접할 기회는 차단된다.
영어와 수학 중심의 암기와 문제풀이 입시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불가능하다. 청소년 시기에 필요한 다양한 고등정신 기능과 가치관 형성에 입시교육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입시교육은 시대의 요구에도 전혀 부응할 수 없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지식을 단순 암기하고, 정답을 찍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 희극적이다. 과도한 입시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입시교육 때문에 이제 한국교육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커다란 질곡이 되고 있다.
역대정부는 사교육비 감축에 초점을 맞추어 대입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다. 주로 대학입시의 전형요소와 대학입시 방식을 바꾸는 정책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입시경쟁의 본질은 상위서열의 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인데, 이러한 경쟁을 야기하는 대학서열체제를 손대지 않고 대입제도만을 기술적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입시 제도를 대학별시험 체제, 예비고사+본고사체제, 학력고사+내신체제, 수능+내신(비교과 포함)+대학별 고사체제 등으로 십여 차례 바꾸어 왔지만 입시교육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표2>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 개편과정
○ 1기(1945~1961)대학별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시기 ○ 2기(1962~1980)대학입학자격고사가 도입되었다가 1969년부터 예비고사+본고사체제로 운영된 시기 ○ 3기(1981~1993)학력고사와 내신이 병행되는 시기 ○ 4기(1994~ )수능+내신+대학별고사(또는 논술)가 병행되는 시기 ○ 5기(2000년 이후) 수능+내신+비교과활동+대학별고사(논술, 면접 등)가 병행되는 시기 |
정부당국에서는 대입경쟁에서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학생들의 성적을 촘촘하게 서열화하고, 대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객관식 중심의 국가시험제도를 계속 유지해 왔다. 1점 차이, 1등급 차이로 대학입시에서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경쟁의 강도는 줄지 않았고, 낡은 입시교육은 지속되었다.
학벌사회와 연결되는 대학서열체제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현상은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입시경쟁의 강도는 사회적 불평등과 간접적으로, 대학서열체제와 직접적으로 비례관계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처럼 대학이 서열화 된 나라들은 입시경쟁도 치열하며 선발방법도 복잡하다. 미국, 일본 등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는 나라들에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선별하기 위한 다양하고 복잡한 입시제도가 발전한다.
<표3> 대학서열체제와 대입제도
국가 | 대학서열화 | 대입제도 | 비고 |
미국 일본 한국 | - 대학서열화체제(명문사립대와 주요국립대를 중심으로 대학이 서열화되어있음) | - 국가주관시험, 대학본고사, 입학사정관제등 복잡한 입시제도 | - 대학공공성이 약함.(국립대의 비중이 낮고 등록금이 높음) - 고교체제도 서열화 되어 있고 사교육이 발달 |
대학입시가 복잡할수록 상위서열의 대학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으며, 부유층일수록 이러한 복잡한 입시제도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 둘의 요구가 맞물려 입시제도는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입자율화 조치로 인해 심화되었으며, 박근혜 정권도 이런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활동을 평가한다는 기본 취지와는 다르게 상위 서열 대학을 중심으로 특목고나 자사고 또는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 통로로 활용되고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즉 이 전형은 대학들로 하여금 입맛에 맞는 지역과 계층의 학생들을 마음껏 뽑을 수 있게 하였으며,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특정 지역, 특정 계층, 특정유형의 학교 출신 학생들은 선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때 특정이 의미하는 것이 부자동네, 상류계층, 자사고-특목고라는 것은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동선발-공동학위로 대학입시 폐지를
대학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체제의 해소와 이에 발맞추어 입시제도의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동선발과 공동학위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가 건설되면 대입시험은 대입자격고사로 전환될 것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수준별 수능시험, 대학별본고사를 폐지하고,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학생에게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입학자격을 부여하는 ‘대입자격고사체제’로 전환한다. 대입자격고사는 점수와 등급을 세분화하여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통과’와 ‘불합격’으로만 판정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외부에 존재하는 일부 독립사립대에 대해서는 내신성적과 대학별 고사 등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되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국가의 지도감독을 강화한다.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통한 학생선발 과정은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신입생 선발단위와 규모는 대학별․학과별이 아니라 전체 ‘대학통합네트워크’ 총정원으로 한다. (2) 대학입학자격은 고교 내신 성적과 계열별 국가수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해 부여하며 수능시험과 대학별고사 등은 폐지한다. (3) 대학입학자격은 인문사회계와 자연계 등 계열별로만 나눈다. (4) 대입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먼저 1, 2, 3지망으로 대학을 지원해 추첨배정하고, 거주지별 배정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
대입자격고사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나라들의 경우 대학은 평준화 되어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대입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들 대학입시경쟁이 없는 나라들에서 학생들은 입시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학부모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과중한 사교육비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 있다.
<표4> 대학평준화체제와 대입제도
나라 | 대학서열화 | 대입제도 | 비고 |
프랑스 독일 핀란드 | 대학평준화체제 | - 대입자격고사(바칼로레아, 아비투어등)에 합격하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 | - 대학의 공공성이 강함(국립대의 비중이 높고 등록금이 낮음) - 고교체제도 평준화 되어 있고 사교육은 미미 |
3) 절대평가, 논서술형 자격시험으로 새로운 교육을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대입자격시험은 국가수준의 자격시험과 고교 내신 성적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표5>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대학입학자격고사 기본 유형 |
◯ 프랑스 바칼로레아 형 : 국가수준의 대입자격고사(논술형)의 통과여부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방안 ◯ 독일의 아비투어 형 : 고교 내신 성적과 국가수준의 대입자격시험 두 가지 시험을 합산하여 자격시험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방안 ◯ 고교 내신성적(절대평가) 중심 : 고교 내신성적의 절대적 성취여부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 |
프랑스형은 복잡하지 않고, 공정성 확보가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국의 풍토상 초중등 교육이 국가수준 시험 준비에 과도하게 매몰될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에 내신성적 중심 방안은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고 공정성도 확보하기 위해서 독일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국가수준과 학교내신 시험은 가능하면 빨리 논서술형 시험을 도입하고 상대평가 방식이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중등교육의 성취여부를 평가하고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객관식 선다형 문제는 적절하지 않다. 객관식 선다형문제는 기초지식의 습득 여부를 측정하는데 적합하지만 인간의 다양한 고등한 사고능력을 평가하는데 부적합하다. 논서술형 문제가 청소년기의 인간 정신 능력의 발달 정도를 평가하는데 적합하다.
또한 논서술형 문제 중심의 시험은 중등 교육의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행의 주입식-강의 중심 교육과 암기와 문제풀이 학습을 극복하는데 커다란 자극이 될 것이다. 다양한 텍스트에 대한 심층적 독해(깊은 읽기 교육), 발표-토론 수업과 글쓰기 교육의 활성화, 프로젝트형 통합 주제 학습 등 새로운 교수-학습의 활성화를 자극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입시제도는 영어와 수학의 과도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 독일의 아비투어형의 대입자격고사를 도입할 경우, 국가수준의 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초과목을 중심으로 하고 학교 내신 시험은 국영수를 제외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심화과목을 중심으로 하여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서는 영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들을 고루 섭취하여 균형 잡힌 발달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과도기 방안이 필요하다.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과 대입자격고사 도입은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입시제도 개혁은 시급을 요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개편 전까지 과도기 방안이 필요하다.
과도기 방안은 입시교육의 폐해를 최소하면서 교육 불평등을 축소하는 성격을 지녀야 하며, 근본적 방안의 연착륙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입시 전형이 유발하는 교육불평등의 정도를 보면, 수능과 논술 >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 교과(내신) 전형 순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형식적 공정성의 측면에서 보면 수능> 학생부교과>학생부 종합과 논술 등의 순일 것이다.
따라서 과도기 방안에서 학생부 교과(내신) 전형의 비중을 최대한 높일 필요가 있다. 학교 내신 중심 전형은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 교육 불평등을 최소할 수 있다. 둘째, 학교 교육의 내실화를 강화할 수 있다. 셋째, 고교 서열화를 약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수능은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이미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 체제이다. 수능 전과목을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시켜 대입에서 세밀한 순위 산출이 아니라 자격기준 정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인문사회 과목부터 국가수준 및 학교 수준 시험을 논서술형으로 전환한다. 물론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새로운 수업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사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대학서열화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봅니다. 사회 각 분야에 팽배한 임금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동시에 도입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이외 사회 전반의 임금 격차에 대한 문제 해소 또한 당연하게 고민이 되어야 하는 주제라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위글에서는 주되게 다루지 못한 고등교육의 서열화에 종속된 중등교육의 정상화 문제와 함께 학생의 자살, 탈학교 문제, 자본에 의한 학문의 왜곡, 교수(교사)의 노동 기본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종합적으로 고민이 되어야 할 듯 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