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엄마는 바쁘다. 정말 바쁘다. 도시에서의 바쁜 삶은 엄마라고 비켜가지는 않는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문화센터에 데려가고, 학업 스케줄을 짠다. 살림을 하고, 주말이면 외식을 즐기며 이따금씩 가족 나들이를 떠난다. 아이 키우는 집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비슷하게 짜여진 삶의 패턴 속에서 각기 바삐 살 따름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아이의 자그마한 몸을 꼬옥 끌어안아 준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초롱초롱 빛나는 예쁜 눈을 가만 들여다 본 지도 꽤 된 것 같다.
나는 행복할까? 아이는, 우리 가족은 행복할까? 되물어 본다.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은데, 정작 여유롭고 충만한 하루를 보낸 기억은 적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헬 크라우더는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축복받은 단절 상태(blessedly disconnetct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따금씩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꺼놓을 것도 권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유익한 조언이 될 것 같다. 크게 한 숨 돌리고, 우리 가족만의 속도를 찾아보자. 아이들은 뒤돌아서면 훌쩍 커 버리게 마련이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유년기를 보다 여유롭게, 천천히 함께 누려 보는 건 어떨까. 디지털 시대, 빠르게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슬로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21세기 스마트 시대의 육아 현주소
스마트 시대가 슬로 육아의 기쁨을 빼앗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육아의 현장에도 스마트 기기 열풍이 불어 닥쳤다. 꼬맹이들의 조막만한 손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들려있고, 교육용 프로그램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배 깔고 드러누워 한 글자 한 글자 찬찬히 글자를 써 본다거나, 도화지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 즐거운 놀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보다 간편하고 아이의 몰입도 또한 크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자주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방법이 스마트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마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부대낄 기회와 시간이 줄어든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어린이 놀이치료의 개척자인 한양대 정혜자 교수는 멀티미디어와 벗하고 살아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쩌면 산만함은 필수(?)인지도 모른다고 말하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모니터 화면을 보고,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손발까지 동시에 움직이면서 세상과 사물을 탐색하려니 당연히 산만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때 우리 사회는 말하기와 글쓰기 전통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사랑방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의사소통했다. 그 속에서 자란 아이의 생활 방식과, 거실에 앉아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즐기는 요즘 가족의 생활 방식이 같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는 스마트해졌지만 가족이 한데 부대끼며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줄어들고 있다.
과잉 자극의 시대에 노출된 아이들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평균 3분에 한 번꼴로 뭔가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쉽게, 더 자주 싫증을 내고 있다는 것. 심지어 모토로라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초미세 지루함(micro boredo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미세 지루함이란 몇 초만 가만히 있어도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스마트 기기의 접속 중독과 그로 인한 집중력 부족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등장한 신조어 중 ‘팝콘브레인(Popcorn Brain)’이라는 말이 있다. 팝콘처럼 자극적으로 톡톡 튀어 오르는 것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느리게 반응하는 현실에는 무감각해져 버린 뇌를 말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익숙해지면서 뇌의 생각 중추인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현대인의 뇌가 점점 팝콘브레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디지털 문명에 반하여 아날로그적 교육 방식을 고수하는 학교가 최고의 IT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 안에 생겼다는 사실은 신기하면서도 일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소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 앨토스 지역에 세워진 이 학교는 인지학(人智學)을 기반으로 한 발도르프 초등학교로 실리콘밸리의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학부모의 반 이상이 구글, 애플, 이베이 등 유수의 IT 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학교에는 한 대의 컴퓨터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 스크린보드, 빔 프로젝트와 같은 디지털 기기도 없다. 컴퓨터를 구입하는 대신 수업료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같은 아날로그 교육 자재를 구입하는데 쓰인다. 컴퓨터가 창의적 사고, 인간의 교류, 주의력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치원생의 컴퓨터 사용률이 이미 50%를 넘어선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2007년 한국인터넷진흥원), 그냥 간과하기에는 눈길이 가는 뉴스다. 심지어 2015년까지 모든 초등학교의 교과서를 태블릿PC로 교체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접하고 있노라면 과연 뭐가 옳은 흐름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
첫댓글 느림의 미학, 축복받은 단절상태.. 언젠가 경험해 보았지요.. 단절상태..
처음엔 연락이 안되어 그리도 불안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가졌던 여유로움이 떠올라 가만히 미소짖게 되는군요...
우리 자녀들을 키우면서 절대로 필요한 부분...
느린 육아를 실천하시는 분들 정말 부럽군요..
맞습니다.. 이제 앞으로 아이들을 좀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럽네요~~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행복한가정의모습과 글들이 ^^
네.. 천천히 보시면 좋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