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그의 어머니 등 네 구의 시신 넘겨 받아
IDF "시리 시바스 아닌 다른 사람 것" 하마스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요원들에게 끌려가 지금껏 생사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평화 전도사'가 결국 503일 만에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다.
하마스는 20일(현지시간) 오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야외 임시무대에 관 4개를 올리고 '석방 행사'를 진행했는데 피랍 당시 서른두 살이었던 시리 비바스, 그녀의 두 아들 아리엘(당시 네 살)과 크피르(당시 생후 10개월)에다 당시 여든네 살이었던 오데드 리프시츠 등 인질 4명의 주검을 국제적십자사에 인계해 이스라엘에 넘겼다.
하마스는 네 사람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흡혈귀로 묘사한 합성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전쟁범죄자 네타냐후와 그의 나치 군대가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군용기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그들(인질)을 죽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우리도 비바스 가족과 리프시츠가 살아서 돌아가길 바랐지만 당신들의 군대와 정부 지도자들은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며 "군사력을 동원하거나 전쟁을 재개하려는 시도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하마스가 시리 비바스 시신이라고 주장해 넘긴 것이 다른 사람의 주검으로 확인됐다고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밝혔다고 BBC가 다음날 전했다. 다른 인질들과도 유전자(DNA) 대조를 했는데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아들의 아버지 야르덴 비바스(34)는 지난 1일에 먼저 풀려났다.
영국 BBC는 이스트 런던에 살고 있는 오데드 리프시츠의 딸 샤론 리프시츠를 인터뷰했다. 딸은 부친이 살아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고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활동한 그들의 친구였으며 '평화 전도사'였다고 전했다.
고인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에 의해 집에서 피랍돼 산 채로 가자지구 칸 유니스로 끌려갔다. 고인의 아내이며 샤론의 어머니 요체베드 리프시츠는 그날 함께 인질로 끌려갔지만 2주 만에 풀려나 63년을 함께 한 남편의 생환을 기다려 왔는데 시신으로 만나게 됐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국립부검의연구소 소장은 고인이 일 년 전쯤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고인이 "이슬라믹 지하드 테러 조직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가 발표됐을 때 BBC 취재진은 영화감독이자 연구자인 샤론을 인터뷰했는데 당시 휴전 합의 소식을 듣고 그녀는 부친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기쁨과 희망의 눈물을 흘렸다. 피랍 일 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그녀는 부친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샤론 리프시츠는 고령이라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부친과 다른 인질들의 석방을 감명 깊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촉구하며 인질 가족이 갖는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켰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아직 우리와 함께 있는지, 우리가 그를 돌볼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더 많은 묘지가 생길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아버지 묘지가 생길 것이다. 기자였던 오데드 리프시츠는 팔레스타인 환자를 이스라엘 병원으로 옮겨 치료 받게 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런 활동 덕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고인은 키부츠 니르 오즈를 창립하는 데 도움을 줬는데 바로 그곳에서 인질로 끌려갔다. 그곳은 그가 기른 선인장, 그가 연주한 피아노, 그가 사랑했던 손주들로 유명한 곳이었다.
비극의 날, 대다수 민간인들인 12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고, 오데드와 요체베드를 포함해 251명이 가자에 인질로 끌려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하마스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4만 8297명이 희생됐다.
요체베드는 하마스에 끌려갔을 때 가자 지하 터널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만났을 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날렸을 정도로 강단 있었다. 이 가족을 지원하는 영국 변호사들은 "요체베드는 신와르, 네타냐후, 교황을 모두 만나 마음을 나눠준 유일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아주 예외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날 그녀는 인질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오데드는 평화를 바라는 위대한 전사였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아주 좋은 관계였으며 그의 마음을 가장 다치게 하는 일은 그들이 배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이제 추모할 수 있게 됐지만 "503일의 불확실하고 화가 나는 날 끝에 다른 결과가 나오길 희망했고 기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