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보암
제가 좋아하는 개를 아파트에서는 기르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지난번에 말씀드려서 다 아실 것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직장 옥상에서 진도 견 암컷 한 마리를 길렀지요.
3 살이나 된 이 황구는 3번째 주인을 만난 겁니다.
이름을 “동키”라 지었습니다.
진도 경찰서장이 기르다가 발령을 받아 친구에게 주었는데
이 친구 분이 진도 견 3마리를 기르고 있다가 저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정성을 다 해서 길렀지요.
그런데 아무리 잘 해주어도 동키가 겉돌더라고요.
진도 견은 원래가 첫 주인 아니면 주인으로 섬기질 않습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어쩔 때는 서운하더라고요.
1 달이 지났을까요.
옥상에 혼자 남겨두고 퇴근을 하니 외로울 것 같아서
수컷 새끼 한 마리를 가져와 같이 길렀습니다.
그런데 숫 컷이 황구가 아니고 블랙탄이라는 네눈백이였어요.
진도 견 종류가 6가지가 넘습니다.
그 놈의 이름은 “호테”라 지었습니다. 암수를 합치면 ‘동키호테’지요.
제가 동키호테 같아서 그리 지었답니다.
동키와 호테는 외롭지 않게 장난도 치며 잘 지내더라고요.
그런데 7개월쯤 되니 수컷이 성견이 되더라고요.
그 때 마침 동키가 발정을 한 겁니다.
이 때다 싶었는지 동키가 호테의 동정을 빼앗아가 버렸어요.
그래서 2달이 지난 후 동키는 새끼 5마리를 낳았습니다.
제가 또 개새끼 아빠가 되어서 잘 길렀답니다.
6주 정도 지나니 애미가 새끼를 멀리 하더군요.
“ 아, 이제 분양을 하라는 말이로구나”하고선 무료로 분양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황구 + 블랙탄 = ? 참 묘하게 나오데요.
영 작품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호테를 아는 분이 기르고 싶다고 해서 보냈습니다.
도심 변두리에서 가든을 하신 분인데 돼지갈비를 전문으로 합니다.
그래서 호테는 좋아하는 뼈다귀를 잘도 먹고 삽니다.
어느 날 나는 직원들을 대리고 점심시간에 그 곳까지 갔습니다.
호테도 볼 겸해서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호테한테 갔지요.
맨 바닥에 메어놓고 기르는데 바닥이 척척하도록 방치해서 기르더라고요.
호테가 돼지처럼 더러운 겁니다.
제가 기를 때는 옥상에서 목욕도 자주 시키곤 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깨끗한 호테가 꼴이 말이 아니니 속이 상하데요.
그 집 주인은 식당을 하느라 얼마나 개에게 신경을 썼겠어요.
내 표정이 별로였는지 좀 미안한 기색이더라고요.
호테 곁으로 갔습니다.
“호테야, 그 동안 잘 있었니?” 하고는 가까이 가니까.
올라타고 , 괴성을 지르고, 반가워 죽는 겁니다.
제가 호테한테는 첫 주인이라 잊지 않고 기다렸나 봐요.
좀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점심을 먹다가 갈비 몇 점 들고 나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잘 있어라, 또 올께”하고는 왔지요.
그런데 이 놈이 3일을 밥을 먹지 않고 울더랍니다.
“야, 내가 못할 짓을 했구나.” 싶데요.
그냥 계속 기를 것을..
정이란 게 참 그렇더라고요.
그 뒤로 학교 옥상에서 개를 기른다는 소문이 나서 난처하게 되어
동키도 직원 시골집으로 보냈답니다.
이젠 개와의 인연이 끝난 줄 알았는데,
“돈”이란 유기견이 새끼를 배가지고
또 내 곁에 나타났으니 저는 개팔자가 분명한가 봐요.
이리하여 또 개새끼 아빠가 되어서 돈 가족들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끼들이 눈을 떠서 돌아다니고 제 손을 빨면서 장난도 하고 그래요.
3 주만 있으면 분양하고 애미는 직원 목장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오래토록 기를 수 없는 환경이거든요.
학교 옥상에서 개를 기르니 말이 많네요.
다음에 정년하고 시골에 가서 개하고 살아 보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