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58) - 정전 70주년에 즈음하여
한 달여 지속된 장마가 끝나고 바야흐로 폭염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쏟아지는 안전 안내문자, ‘오늘(7월 26일) 오후 15시 폭염경보 최고 35도 이상,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하기 바랍니다.(행정안전부), 도내 전 지역 폭염특보 발효 중(7월 27일) ‣ 외출 및 야외 작업 자제 ‣ 물, 그늘, 휴식 등 폭염안전수칙 준수에 유의하기 바랍니다.(충청북도)’ 어제 오후 6시 청주의 기온은 섭씨 33도 7분, 국내 여러 지역 중 제일 높은 수치였다. 금년 7월은 역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라는데 아무쪼록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라.
7월의 푸르른 들판, 이른 아침부터 농작물을 가꾸는 농부가 듬직하다
어제(7월 27일)는 정전 70주년 기념일, 한 시민단체가 신문에 크게 실은 문안이 눈길을 끈다.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 70주년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까지 3년 1개월 즉 1,129일 동안 계속되었던 6‧25전쟁은 종식되었다. 1953년 7월 27일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으로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정전으로 가로막힌 임진강 철도
언론의 논평,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났다. 남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을 앞두고 각자 방식으로 정전을 기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국 정상들과 노병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표하고, 미군 전략핵잠수함 방문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닫았던 국경을 열고 초청한 중국·러시아 고위 사절들과 전승절을 기념하며 북·중·러 연대를 과시했다. 남북한 정권은 최근 핵전쟁, 정권 종말 같은 협박성 언사를 주고받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평화는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북한은 고립과 가난이라는 비용을 치르면서 독자 핵무장을 한 몇 안 되는 전략국가 반열에 올랐고,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됐다. 양측의 체제, 문화, 생활방식은 매우 이질화됐다. 그사이 생겨난 미·중 전략 경쟁은 한반도의 대치·갈등을 더 복잡하게 한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 진정한 평화인지 공통의 이해를 모색하는 정치적 대화가 절실하다.‘(2023. 7. 27 경향신문 사설, ‘정전 70년, 평화에 대한 공통의 이해 필요하다’에서)
정전 70년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남쪽은 세계유수의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수령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한 북쪽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핵위협으로 한반도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관한 여러 메시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의 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한반도 위기에 대해 평화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을 다시 한 번 호소한다. 한반도의 모든 주민들이 평화와 번영,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상호 수용 가능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7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정전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27일 임진각에서 발표한 달라이라마의 메시지에서)
‘정전 협정 기념이 적대 행위의 중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화해, 형제애, 항구한 화합의 밝은 미래까지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평화의 예언자가 되도록 모든 한국인을 격려하고자 한다.’(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강복 메시지에서)
‘남북 당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제거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 당국 회담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는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메시지)
‘우리 예술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어떠한 전쟁 준비에도 반대한다. 2023년은 잠시 멈춘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안정적인 평화가 시작하는 원년이 되기를 원한다.’(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2023 세계예술인 평화선언 행사에서)
'한반도는 며칠 안에 별다른 예고 없이 전쟁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의 경고)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킬 묘안은 무엇인가? 두 달 여전 읽은 칸트의 ‘영원한 평화’에서 힌트를 얻는다. ‘인간은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하거니와 좋음이란 누구인가에게 좋음이다. 인간은 마땅히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음을, 궁극적으로는 인류에게 좋음을 추구해야 한다. 자기 모국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좋은 것이 세계의 영원한 평화다.’ 아침에 기도하며 부른 찬송,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하늘 곡조가 언제나 흘러나와 내 영혼을 고이 싸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50여 년 전 결혼에 즈음하여 아내에게 쓴 편지글, 사랑과 행복에의 기원 마지막 부분은 ‘우리의 소망과 기원’이다. 그때 적은 내용을 소개한다.
‘남북의 지도자와 겨레여!
우리 모두 이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고 후손에게 떳떳하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찌하여 서로 불신하고 비방하고 으르렁대야만 하는 것일까?
이 엄청난 국제간의 이해타산과 생존경쟁 속에서 동일민족이 서로 물고 뜯고 경계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대다수 국민의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과 기원이 한숨과 체념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우리 민족의 비극, 시련을 더 이상 막연하게 연장하고 합리화할 구실을 찾지 말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과 평화의 시도가 실천에 옮겨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자.
필요하다면 생명을 바쳐서라도…
사랑하는 인류여, 세계의 지도자들이여!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가?
우리의 공통의 적은 무엇인가?
지구는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는가?
종교, 민족주의, 이념투쟁으로 싸우는 동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공해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
지진과 기근과 전쟁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가공할 무기와 군비경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후와 기상의 이변은 우리와 상관없는 것들인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여!
세상에서 전쟁이 없어지기를, 질병과 기근이 없어지기를, 재난과 참화가 없어지기를, 미움과 시기가 없어지기를 원한다.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기를, 겸손하고 온유한 세상이 되기를, 자비와 긍휼이 풍성한 세상이 되기를,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