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1/3로 줄어 사용량 2~3배 증가 전망
경쟁약 '아조비' 급여권 진입 대기… 시장 독점 가능성 작아
9월부터 편두통 치료제 '앰겔러티'에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연내 경쟁 치료제인 '아조비'도 급여권에 진입해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릴리 제공
최근 편두통 환자들에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릴리의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항체치료제 '앰겔러티(성분명 : 갈카네주맙)'가 국내 허가 3년 만에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에 성공, 9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CGRP 항체치료제 중 처음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앰겔러티는 편두통약 지형을 바꿀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정말 앰겔러티는 국내 편두통약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삶의 질 바꾸는 약" 사용량 2배 이상 증가 전망
앰겔러티 보험급여 적용 기준은 까다로워 사실상 2차 약제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편두통 진료 현장에선 기존 약이 효과가 없는데도 앰겔러티가 비싸서 사용할 수 없는 환자, 앰겔러티로 삶의 질이 개선됐는데도 가격이 부담돼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환자가 넘쳤기 때문이다. 비급여일 때 앰겔러티의 연간 투약비용은 약 380만 원이었는데,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약 115만 원으로 1/3 수준이 된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도 30개 이상의 진통제를 먹어야 했던 환자가 앰겔러티를 사용하면 2~3개의 약만 먹어도 된다"라며 "그간 경제적 부담이 커 약을 사용하지 못했던, 사용을 중단해야 했던 환자들이 많아 앰겔러티 사용자가 매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연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대한두통학회 부회장)는 "이미 앰겔러티 급여를 시행한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사용자도 2~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수진 교수는 "편두통 해결은 삶의 질과 이어지는 문제라 통증을 해결해줄 약물의 급여화는, 급여가 아무리 까다로워도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쟁약 '아조비' 출격 대기… 특정약 독점 가능성 작아
앰겔러티는 우수한 효과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당분간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앰겔러티 독점 체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계열의 경쟁 약물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 프레마네주맙)'도 급여권 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독테바 관계자는 "아조비 급여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며 "9월 중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서 급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약가는 앰겔러티와 수준으로 책정해 급여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내에는 아조비의 건강보험 적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편두통 치료제 특성상 특정 약물이 시장을 독점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대한두통학회 부회장)는 "편두통약은 환자마다 효과가 좋은 약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두통 예방약인 트립탄의 경우, 같은 계열약임에도 A 트립탄이 잘 맞는 환자와 B 트립탄이 효과가 좋은 환자가 다르다"고 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오경미 교수(대한두통학회 홍보이사)도 "앰겔러티를 사용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아조비를, 아조비를 쓰다가 효과가 없으면 앰겔러티를 사용할 정도로 두 약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효과나 가격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약이기 때문에 특정약의 독점 체제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앰겔러티가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늄톡신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은 있다. 가격과 편의성 측면에서 보툴리늄톡신보다 앰겔러티의 실효성이 높다.
오경미 교수는 "편두통 예방·치료를 위한 보툴리늄톡신은 머리 30곳 이상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라며 "통증도 참아야 하고, 주사 후에는 얼굴 근육이 움직여지지 않아 표정을 짓는 데 어려움도 생겨 불편을 겪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측면에서도 앰갤러티 보험급여가가 보툴리늄톡신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기에, 보툴리늄톡신 대신 앰겔러티를 선호할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진짜 게임체인저는 경구용 CGRP, 내년 말 국내 도입 전망
전문가들은 앰겔러티가 국내 편두통 치료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약인 것은 확실하나, 진짜 게임체인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들은 편두통약 시장 판도를 바꿀 약은 현재 미국에서만 시판 중인 경구용 CGRP 항체약이라고 예측했다. 경구용 항 CGRP 치료제로는 애브비의 '큐립타', 바이오헤이븐의 '누르텍'이 있다.
주민경 교수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보면, 경구용 항 CGRP는 주사 제형 제품과 효과가 비슷하거나 더 나으면서 부작용도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먹는 약은 주사제에 비해 편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경구용 항 CGRP가 등장하면, 편두통 치료제 시장이 급변할 것이다"고 했다.
한편, 경구용 항 CGRP 치료제는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말 국내 품목 허가가 예상된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