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등을 떠밀다
- 맹문재
열한 살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는 아득한 길 위에 서 있었다
손사래에서 포옹까지
불안에서 왕성한 웃음까지
아랑곳없음에서 다행까지
나 혼자 걷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마디가 운명을 되돌릴 수 있고
한 걸음이 운명을 붙잡을 수 있고
한 손이 운명의 화답을 받을 수 있겠지만
법칙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의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이모가 뒤따르는 것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달려가는 것을
삼촌이 파고드는 것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먼 길에 그림자가 되어달라고
실직자인 고모도
고모가 들고 다니던 도시락 가방도
가방에 붙은 가냘픈 벚꽃도
벚꽃 둘레에서 부산을 떨고 있는 벌들도
수술실에 밀어 넣었다
벌들을 품은 하늘도
하늘의 옷을 입고 있는 하느님도
돌다리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부처님도 떠밀었다
- 유심 (2010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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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부터 이웃 사촌들의 죽음을 연달아 지켜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넉넉하시고 건강해보였던 분들이 한 순간에 이승을 떠나셨습니다
그래도 여든 가까우셨던 분은 아깝다는 생각으로 달랠 수도 있었는데...
이제 겨우 진갑이신 분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물며 어린 나이에 죽음 가까이 이르렀다면 지켜보는 모든 인연들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갈까요
하느님, 부처님 가릴 것 없이 등을 떠미는 게 부모 마음일 테지요
정치 현안에 휘둘리는 사람살이 가운데서 노인네 건강 식품가지고 장난치는 이야기도 섞입니다
세상 모든 잘못가운데 으뜸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 했습니다
10개의 지옥을 관장하는 염라대왕 앞에서 어찌 뉘우칠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