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이 ‘4·27 재보궐선거’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재보선 직후인 다음 달 초 실시될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을 향한 유력 주자들의 행보가 은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는 내년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판도와도 직결돼 있어 계파간 물밑 기싸움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계파간 이합집산이 5월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술적 표 대결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이번 경선이 현재 여당의 계파간 대립상황을 정확히 파악할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모두 관심이 재보선에 쏠려있지만 최근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며 "후보들은 점심, 저녁으로 다른 의원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다"고 귀띔했다. 5일 현재 차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황우여(4선·인천 연수)·안경률(이하 3선·부산 해운대 기장을)·이병석(경북 포항북)·이주영(경남 마산갑) 의원 등 4파전 양상으로 좁혀지고 있다.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에선 안경률 및 이병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는 이 두 의원의 양강구도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 의원은 최근 당내 국회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1대 1 스킨십’을 부쩍 많이 갖고 있다. 의원들 개인의 무기명투표라는 점에서 맨투맨 선거 방식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내일로’의 대표로 이재오 특임장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근 안 의원의 출판 기념회에는 회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8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 9명이 축사를 하는 등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그래서 안 의원에게 여권핵심부의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 의석수는 총 171석. 친이재오계로 알려진 ‘함께 내일로’ 회원수는 70여명대, 친박계는 50여명, 나머지가 중립 내지 친이상득계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경선에 비추어 이번 경선 1차투표에서도 60~70대의 표를 얻으면 1위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1위, 2위가 자웅을 겨루게 되는 2차투표에선 90표이상을 얻을 수 있으면 당선권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현재로선 확실한 표를 70여명가량 확보한 안 의원의 성공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난 경선 1차에서 안상수·김성조 후보조는 73표로 1위를, 2차에선 95표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한나라당 기독교 의원모임 회장이기도 한 이병석 의원의 부상이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은 이상득 의원 등 여권 내 실력파 친이 중진들과 친밀도가 깊다. 또 이 의원은 당내 최대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의 대표를 맞고 있어 그 파괴력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활발한 활동과 강한 내부결속력을 보이는 ‘함께내일로’와 달리 ‘국민통합포럼’은 명목상 최대조직일 뿐 사실상 조직의 구심력이 약해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친이상득 진영과 일부 친박측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최근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친박측에서는 아무래도 이 장관측보다는 온건 친이인 이상득계가 친숙하기 때문에 이 의원이 일정부분 친박측의 지원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나아가 지난 2010년 4월말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이 막판 친이계와 친박계 합의로 추대된 김무성 원내대표에 ‘양보’한 이력 때문에 당내 ‘동정론’까지 한몫하고 있다.
다만 최근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새로운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이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 사무총장이 나설 경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치닫게 된다.
한편 원내대표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를 누구로 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러닝메이트를 통해 보통 10~15표 정도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병석 의원은 수도권의 박진(3선·서울 종로)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감으로 내정한 상태다. 반면 안 의원은 같은 친이계이자 현 정책위의장인 심재철(3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과 진영(2선·서울 용산) 의원 등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선거에서 이 의원이 안 의원을 상대로 당선될 경우 친이상득계와 친박계의 연대가 일부 확인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깊다. 그 경우 일단 친이재오계의 당내 주도권이 다소 좁아지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경선 개표결과를 보면 현재의 친이-친박 계파구도를 확인할 수 있고, 향후 총선·대선의 향배도 일부 가늠할 수 있게 된다는 면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작지 않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원내 대표 경선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