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문학의 향기와 항일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북동은 자주 가는 곳이다. 혼자서 가기도 하고 여럿이 가기도 한다. 혼자만의 나들이 때는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나폴레옹과자점을 꼭 들른다. 나폴레옹과자점은 초코케이크와 사라다빵이 유명하지만, 내가 사는 건 감자식빵이다. 빵 봉지를 열면 구수한 감자 내음이 코를 간질이고 쫄깃한 식감은 빵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한 조각 순삭하게 만든다. 답사를 핑계삼아 감자식빵을 사러 성북동을 가는지도 모르겠다. 감자식빵 두 봉지를 봉투에 담고 성북동 골목을 누비다가 집엘 간다. 혹자는 집에 갈 때 사지 왜 무겁게 들고 다니냐고 묻는다. 오후가 되면 감자식빵은 품절이 되기 일쑤라 미리 사서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다.
9월 나들이를 성북동으로 정하고 약속 장소에 가니 18명이나 모였다. 이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바로 마을 버스를 타고 길상사로 향하면서도 맘은 콩밭에 아니 감자식빵에게 가있다. 길상사 반 바퀴 둘러보고 점심 공양을 하고나서 남은 반 바퀴를 마저 둘러봤다. 최순우옛집에서 책도 한 권 사고, 심우장도 들르고나서 한성대입구역으로 다시 오니 3시가 넘었다. 일행이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냅다 달음박질을했다. 빵집으로 들어가 익히 알고있는 식빵 진열장소로 직진하니 다행히 식빵 네 봉지가 날 반긴다. 고민할 새도 없이 감자식빵을 쓸어담아 계산을 하고 나오니 손이 묵직한게 기분이 아주 좋다. 회사 근처에도 나폴레옹과자점 분점이 있지만 역시 본점이 젤 낫다. 봉지를 열어 감자식빵 한 조각을 씹으니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궁금해하는 일행들과 나눠 먹다보니 두 봉지가 금방 사라졌다. 평소처럼 두 봉지만 샀더라면 집에 빈손으로 갈 뻔했다.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은 나들이를 하고 좋은 음식을 나누고 이런게 사는게 아닐까? 내가 나들이를 좋아하는건지 먹는걸 좋아하는건지 가끔 헷갈린다. 아무렴 어떤가 이런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나 역시 좋으니 만남을 계속 이어가며 좋은 곳, 좋은 음식 계속 함께 나누며 같이 살아가련다. 10월 나들이는 어디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 맘은 벌써 콩밭에 가있다.
첫댓글 ㅋㅋ 그날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릅니다.
쫄깃쫄깃 감자식빵~ 아마도 선배님은 '감자식빵 사러에'
한 표 던집니다. ㅋㅋ
좋은 사람, 좋은 만남, 좋은 음식~~
함께 동참합니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나들이였네요. 감자빵을 한조각씩 떼어 나눠 먹던 생각에 입가가 씰룩거리네요.ㅋㅋㅋ
다음 나들이 기대됩니다.ㅎㅎㅎ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길상사 너무 예뻤어요
비빔밥도 맛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행복한 나들이였습니다.
감자 식빵 너무 맛있어요
울 집 근처에는 없어 아쉽지만
다음 나들이도 너무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