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상큼하긴 하지만 꽤 차갑다 스산하다 못해 온몸에 한기까지 느껴진다. 이제 계절은 가을이다. 그렇지만 어느새 기온이 뚝 떨어져 차갑고 서리가 내린다. 짧은 가을을 밀쳐내려는 듯한 찬바람을 가진 겨울이 저만치에서 오고있는 듯하다. 가을이 길면 좋겠지만 이 산골의 가을은 왔는가 싶다고 느끼기도 전에 쫓겨가는지, 줄행랑을 치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오늘은 개천절(開天節), 말뜻 그대로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이다. 단군 왕검께서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건국하여 역사를 열기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경일이라 아침에 태극기를 달았다.
어젯밤 아내가 "내일 당신 생일인데 태극기를 달아야겠지? 생일날 태극기 다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낀데..."라고 하여 웃으며 대꾸했다. "이 사람아! 누가 들으모 웃긴다꼬 할끼다.ㅎ~" 우연의 일치로 개천절이 음력 8월 19일이라서 생일에 태극기를 다는 행운을 누린다고 할까? 이 나이에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이미 지난 추석날 식구들이 다함께 모였을 때 아들이 오면서 준비해온 케익으로 생일파티를 마쳤다. 아내가 미역국을 끓여놓았고 점심에는 생일날 한 끼는 면을 먹어야 한다며 해물짬뽕 한 그릇 먹고오자고 했다. 추석명절 연휴 내내 잘 먹고 잘 놀았는데 그래도 챙겨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영원히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다.
어제는 종일 제법 쌀쌀하긴 했지만 하늘은 무척 푸르고 너무 쾌청한 날씨였다. 명절이라고 며칠 먹고노느라 게으름을 피워 자연마트 장바구니 채우는 것을 오랜만에 했다. 호박도 꽤나 많이 땄고 가지도 제법 땄다. 아침나절 세 군데 집을 돌며 나눔을 했더니 모두들 너무나 좋아라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듯이 어제 아침에 내린 첫서리에 아무래도 붉은고추를 따는 것도 마무리를 하고 서리가 더 내리기전에 끝물 고추도 상태가 좋을 때 따서 나눔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내는 아쉬워 하며 이틀만에 일곱 번째 이며 올가을 마지막으로 붉은고추 수확을 했다. 잘익고 좋은 것만 따서 그런지 양을 얼마 안된다. 더 이상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욕심이기에 조금 아쉬움은 남지만 좋은 마음으로 마무리를 했다.
오후에는 끝물 고추를 조금 땄다. 상태가 좋은 것 위주로 땄다. 고추 상태가 아주 싱싱하고 좋았다. 봄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 내내 수확을 하기까지 기르느라 땀을 흘렸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수확기에 잦은 비로 마음도 많이 졸였지만 우리가 목표했던 자급자족할 만큼의 양은 충분히 수확을 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내와 함께 끝물 고추를 커다란 비닐봉지 세 군데에 나눠 담았다. 아침나절에 이어 늦은 오후에 또다시 세 군데의 이웃에게 나눔을 했다. 고추가 너무나 싱싱하고 상태가 좋아서 더 익히면 좋을 텐데 이구동성으로 아깝다고 했다. 덕분에 좋은 고추를 받아 장아찌도 담그고 풋고추도 먹게 되었다며 고맙다고들 했다. 오늘은 전부 다 따서 다른 지방 몇 군데에 택배를 보내려고 한다. 4개월 보름간의 고추농사도 이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하게 된다. 건조기로 말리는 것과 엊그제 이틀 동안 따서 숙성을 시키고 있는 것이 있고 다 마르면 고춧가루를 빻아야 완전한 마무리가 되겠지만...
첫댓글
풍성한 계절에
생일잔치도
복되십니다.
즐거운 분위기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다시금 축하드려요.
추석무렵에 생일이라
늘 추석음식으로 했지요.
요즘은 아예 식구들이 모이는
추석날 미리 생일을 합니다.ㅎㅎ
축하까지 챙겨주시는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
날마다 좋은날 행복으로 이어 가세요
근정님의 축하에
생일 기분 제대로 입니다.
챙겨주셔서 감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