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제가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것이 두려운 마음에 지금까지 패키지 투어만 이용해왔던 정말 말 그대로 초보여행꾼입니다.
저는 많은 곳을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휴가 때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항상 인기 있는 여행사 상품을 읽어보고
가이드가 함께 동행 하는지, 그 상품에서 숙소는 어떤 곳인지, 식사는 어떤 메뉴인지 확인하고 가격보고,
괜찮으면 결제한 뒤 그날이 되면 비행기에 몸을 싣는 사람이었습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한 그룹 단체로 줄지어 다니는 것에 안심하고,
혹시나 가이드가 날 버리고 떠날까봐 조바심 “돌아보시고, 몇 시까지 돌아오세요!”하면
시계를 보며 서둘러 주변을 돌아보고 얌전하게 그 장소로 돌아왔죠.
그런데 이번에 남편이 배낭여행을 제안해왔습니다.
결혼하고 신종플루가 무서워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단히 다녀왔는데, 이번에 15일 정도 유럽에 배낭여행을 다녀오자고 하였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생각이 분명했습니다.
남들처럼 휴양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은 나이가 좀 더 들어서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곳저곳 돌아보자고 하였습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저 또한 그동안의 제가 다녀온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나라에 대해 아무 준비 없이 여행사 상품 설명만 출력해가서, 현지가이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 쪽을 보라고 하면 바라보고, 왼쪽을 보라고 하면 또 바라보고, 또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 줄을 서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정말 그 나라에 대해 알게 되었는가?’
그래서 짧은 기간이지만 배낭여행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비행기 가격비교부터 시작해서 일정이며, 숙소며, 따져보기 시작했죠. 그런데 혼자서 하기는 정말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배낭길잡이 카페를 알게 되고, ‘지구를걷는법’ 이라는 후원 여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는 이미 저렴한 비행기 표가 다 사라지고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카타르 항공 비행기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고 싶어 하는 곳들을 넣어 대략적인 일정을 짜주셨죠.
저는 정말 이 일정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전문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정말 큰 도움이 되더군요.
물론 세부적으로 또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는 제가 여행책자를 읽어보고
카페 고수님들의 일정과 노하우를 찾아보며 하나하나 채워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숙소의 가격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잠자는 곳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숙소는 일정을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위스랑 이탈리아를 계획하다보니, 스위스에서 생각한 것보다 숙소 비용이 비싸게 여겨졌습니다.
상상을 넘는 호텔 비용을 보며, 한없이 더해지는 여행경비에 한숨을 쉬었죠.
그러다가 다시 또 ‘지구를 걷는법’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같은 숙소를 정해주시고,
이왕이면 같은 가격에 더 깨끗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추천을 해주셨죠.
그리고 비용에 대해 걱정하는 저에게 스위스는 호텔만큼 깨끗한 호스텔도 있다고 조언해주셨고,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호텔을 싼 가격에 소개해주셨죠.
저는 이 부분에서 여행사분들께 사실 감동을 했습니다.
저는 여행사는 다 저에게 이윤을 남기려고 정상 가격보다 훨씬 웃돈을 붙여 속인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정말 양심적으로 운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는 여행사 덕분에 이탈리아 쪽에서는 정말 만족스러운 가격에 호텔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알아봤던 로마 한인민박집들이 6월 1일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하는데 제가 계약한 호텔이랑 도미토리 2인으로 비교하면 비슷하고,
커플룸은 20유로나 비싼 가격이 되버렸으니 여행사 도움 받은 거 맞죠?
그렇게 저렴한 호스텔을 검색해보고 카페의 추천 호스텔을 중심으로 하여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직접 호스텔 사이트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사용 후기도 읽어보고, 옵션도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날짜 지정해서 예약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약하고 나서 커플룸이 마감되었을 때는 정말 짜릿한 기쁨에 오빠에게 저의 탁월한 선택을 자랑도 하면서 즐거운 날을 보냈습니다.
또 저는 보다 알찬 여행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일정을 더 구체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책자에 나온 곳 중에 더 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 시간은 가능한지 이동 시간과 이동 경로를 따져보고 인터넷으로 기차 시간 다 살펴보며 코스를 채워나갔습니다.
특히 스위스 골든패스 열차로 몽트뢰 갔다 오는 것을 예약하면서 인터넷 영문 예약에 두려움이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이라든지 예약이 필수인 곳에 가서 영문을 읽어보고 결재하고,
국제열차 시간표 읽어보고 예약하고 결재하고~ 즐거운 여행의 준비를 하게 되었죠.
하나하나 늘어가는 예약증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한 달 정도 여유시간을 활용하여 준비하다보니 이제 여행 계획의 칸들은 다 채워졌습니다.
이제 제가 하는 일은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 나라 문화에 관한 책과 유명 미술가들의 삶, 그들의 작품에 관한 참고도서들을 읽고 있습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바티칸 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에 서 있을 저를 생각하며
제가 그 작품의 의미를 파악이라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해가야한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욕심이 나서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탈리아어 회화 책자도 장만하여 CD로 발음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초보여행꾼인 제가 이렇게 지금 여행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미 여행준비는 삶의 활력이 되었고, 문화를 폭넓게 보는 사고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가서 보면 더 좋은 직접 체험이 되겠지만, 점점 여행날짜가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기쁨과 설렘도 제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여행을 가보면 아마도 다음엔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도 추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에 글을 읽어보면 현지에서 보고 마음에 들고 구경할 것이 더 많다고 여겨지면 하루 더 머무르고,
주변 경치가 좋으면 그곳에서 더 즐기고, 마음에 드는 곳에 숙소를 정하고,
숙소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도 친구로 만들어보고,
정말 여행을 꽉 짜진 루트가 아닌, 삶 그 자체로 느끼시는 고수분들이 많아 존경과 부러움을 느낍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난 뒤엔 저 또한 그렇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지고, 겁 없어지길~
30이 넘은 나이에 소망해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 영어 예약 게시판에대한 도전은 부럽네요. 전 그냥 패스거든요. 게을러서 일정을 못짜서 여유롭게 다닌여행을 전 부득이 했고... 오빠(남친)랑 여행하셨다니 재미가 몇배 크셨겟어요. 부러운 시절입니다
영어 예약 하는 것 처음에는 두려워도 후기글들이 많아서 어렵진 않았어요 저는 스위스 빙하특급, 골든패스라인 등 철도 예약하고, 배길 나름 유명 호스텔을 예약했어요. 예약하는 과정에 관한 글들이 많아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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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여행 간다고 하니 설레여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여행 책자를 보게 되요 ㅋ 어서 가고 싶네요
저도 패키지투어를 주로 이용했기떄문에 배낭여행은 초보랍니다. 마음에 와닿는군요.
마음에 와 닿는다니~ 감사합니다 ^^ 카페의 도움을 받아 배낭여행 시작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미리 다녀오신 분들의 좋은 후기들이 많이 있어서요~
카페에서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다녀와서 알찬 정보도 많이 올려주세요~~
네!! 다녀와서 좋은 정보 있으면 많이 올리겠습니다 멋진 사진도 찍어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