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빈대의 돌연변인 '수퍼버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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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들려준 독특한 일화는 '빈대 이야기'다.
공사장 막노동하던 젊은 시절 빈대 소굴인 숙소 대신 구내식당 테이블 위에서 잠을 청했다. 한밤중 가려워 보니 빈대가 천장으로 기어올라가 자신의 몸을 겨냥해 떨어졌다. 이를 보고 '빈대도 살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라는 생각에 더욱 분투노력한 결과 성공했다고 한다.
다소 황당하지만 정주영은 '빈대 이야기'에 진심이었다. '빈대만도 못한 놈'은 그가 구사하는 극강 모멸감의 표현이었다.
빈대가 40년만에 돌아왔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을 점령한 빈대 뉴스가 황당했는데 어느새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살기에 인간과 숙명적 생존투쟁을 벌여왔다. 2차 대전 이후 인간은 '기적의 살충제' DDT를 개발해 빈대를 거의 멸종시켰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은 환경파괴범이었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이었다. 1970년대에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금지됐다.
이후 수십년간 빈대는 살충제를 견뎌내는 돌연변이를 했다. 외골격 (껍질)을 두껍게 만들어 독성물질의 침투를 최소화하고, 체내로 들어온 독성의 확산을 차단하고, 나아가 해독하는 효소까지 장착했다.
그 사이 인간은 빈대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빈대의 천적 바퀴벌레를 박멸해주고, 지구온난화로 빈대가 좋아하는 기온을 만들었고, 해외관광에 열광하면서 전세계로 빈대를 실어날랐다.
빈대가 DNA를 바꾸는 환골탈태의 분투노력으로 인간과의 생존투쟁에서 승리한 꼴이다. 정주영이 저승에서 '빈대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꾸짖는 듯하다.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나오는 빈대 이야기를 인용했네요.
기억을 더듬어 좀 더 빈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처음 빈대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밥상 위로 올라가서 잠을 청했답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빈대가 물어서 깨었답니다.
그래서 머리를 써서 양재기에 물을 담아 밥상 네다리 밑에 놓았더니 빈대가 올라오다가 물에 빠져 버리더랍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또 빈대가 물기에 불을 켜고 자세히 살펴보니 위 천장에서 빈대가 한마리씩 밥상으로 떨어지더랍니다.
여기에서 정회장은 빈대도 먹고 살기 위해 저렇게 머리를 쓰는데, 인간이 안된다는 탓만하고 불평해서야 되겠는가 대오각성을 했답니다.
정주영 회장님 같은 분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신 것이 천운인 모양입니다. 賞月 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