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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된 290개 파생 제품도 관세 부과 품목에 들어갔는데, 이 중에는 범퍼, 서스펜션 등의 자동차 부품이 포함됐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 업계의 경우 대미 아웃리치(대외협력) 등 자체 대응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이 포진한 완성차 업계와 달리 자동차 부품 업계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떠받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완성차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중소 협력업체가 충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만큼 고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수출 3위 車부품, 美관세 타격 초읽기… 中企 많아 속수무책
[트럼프發 통상전쟁]
美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범퍼 등 금속류 車부품 대거 포함… 영세업체 절반 넘어 직격탄 불가피
28만명 종사… 내수에도 영향 우려
“정부 지원책 마련 서둘러야” 지적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2일 미국으로 들여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서면 한국의 자동차 부품은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국내 첫 타자가 된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콕 집은 철강·알루미늄 제품 목록에 범퍼 등 금속류 자동차 부품이 줄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은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3위 품목이었다.
그러나 영세 기업이 대다수인 업계에서는 예상되는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처럼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를 늘려 대응하기도 어려운데, 정부 지원은 완성차 업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동차 부품 수출액 82억 달러… 대미 수출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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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방침을 구체화하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할 290개 품목을 공식 발표했다. 해당 품목에는 범퍼, 압연기,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도 포함됐다. 당시 미국 측은 290개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도 추후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액이다. 2021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69억1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미국으로의 완성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부품 수출도 덩달아 늘었다.
자동차 부품 교역에서 한국이 얻는 이익도 커지는 추세다. 2021년만 해도 한국은 전체 자동차 부품(65개) 가운데 34%(22개)에서 적자를 봤다. 이 비중은 지난해 18%(12개)로 반 토막이 났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커 흑자를 보는 품목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65개 부품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년 새 19.3% 급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부품 업계가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영세 업체가 절반이 넘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동차 부품 기업은 1만5239개였는데 이 중 5인 미만 사업체가 50.3%였다.
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 금형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대표는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공장 투자 등은 우리 같은 중소 업체들에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2년 전부터 해외에서 부품의 직접 조달 물량을 늘리면서 이미 국내 부품 업체에 대한 주문 물량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측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실태 조사나 대응 방안은 아직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28만 근로자까지 줄줄이 ‘관세 폭탄’ 사정권
4월로 예고된 완성차 관세까지 매겨지면 부품사의 추가 타격은 불가피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면 현지에서 부품 조달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이 부품 업체에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의 납품 가격을 낮춰 관세 부과로 인한 완성차 가격 상승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완성차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7일 자동차 업계와 만나 미국 관세 부과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시작된 이후인 다음 달 중에야 자동차 업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 내수에 미칠 타격이 큰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3년 기준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2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내수 부진 탓에 금융권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품사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의 관세 영향까지 겹쳐 부품사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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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관세 폭탄#미국발(發) 관세 전쟁#대미 수출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