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4198994306808434&id=100000937190805
남이 읽어주십사 하는 글은 그리 자주 쓰진 않지만 오늘은 좀 써볼까 합니다.
저는 일산 지역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 합니다. 일산은 물론 김포와 파주 그리고 문산에 사는 분들도 오시는 종합병원으로 이 지역에선 나름 119이송도 가장 많고 응급실 환자도 제일 많지요.
불행하게도 최근 며칠 이 지역 내 COVID19 확진자가 급증했고 저희 병원 응급실을 다녀간 분도 몇 분 확진을 받았습니다. .
덕분에(?) 지난 주 내내 근무를 마치고도 제 시간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집에 있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
환자 한 분이 COVID19 감염자로 확진받는다는 것은 그냥 환자 한 사람이 더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환자가 있었던 진료 구역이나 응급실 전체를 닫고 방역을 해야합니다. 또한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한 의료진이나 환자를 찾아 격리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일정기간동안 응급실 기능이 마비되고 말지요.
휴가와 파견이 겹쳐 안그래도 인력 운용이 어려웠던 상황인데, 이번 일로 전공의 인턴을 포함해 의사 간호사 수 명이 예방적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다행이 아직 원내 2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향후 어찌 될 지 알수는 없습니다. 격리대상이 더 늘어날지 모르죠.
......
이제껏 이런 걸 대비하지 않고 뭐 했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죽도록 대응을 해서 간신히 이정도로 막았습니다.
.......
호흡기/발열환자 구역을 따로 설정하고, 환자 보호자 출입 통제하며 마스크 씌우고 진료를 합니다. 하지만 응급실로 오는 환자수는 이미 따로 호흡기 발열 환자를 위해 마련한 구역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를 훨씬 넘습니다.
그렇다고 열나서 힘들어하는 환자를 안 받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안 받는 곳도 있는거 압니다) 공간이 없으면 그나마 안전해보이는 구역을 찾아 환자를 받아서 진료를 하고 있다보니 감염 관리가 100% 완벽하지 않은 경우도 생깁니다.
보호장구는 어쨌냐고요?
다들 코가 귀가 헐도록 착용들 하고 있지요. 그런데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더라도 환자 가까이에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능동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
지금 저희 응급실은 격리로 인한 인력 부족상태로 연휴라 훨씬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받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어서 119에 이송 자제까지 요청해둔 상태입니다. 고생하고 계실 지역 내 타 병원 의료진과 119대원들에게 죄송해 죽겠습니다.
이렇게 응급실 기능이 축소가 되면 평소 안전히 치료받을 수 있던 사람들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생깁니다. 한 기관이 이러면 주변 다른 기관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위험은 한 기관 근처의 주민 뿐 아니라 그 지역 전체가 떠안아야 합니다. 즉, 그저 확진 환자 한 사람 생기는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 지역 전체 주민이 정말 아플 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지요.
........
그러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 이건 제 지역, 저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연휴는 외출을 삼가하고 집에 머무르며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주세요. 이번 연휴에 환자가 더 생기면 정말 응급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지 모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서울의 대단한 병원들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지역에서 맡아서 하는 역할이 나름 있습니다. 그걸 못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저도 걱정입니다.
2. 병원을 오실 때는 누군가에게 병을 옮길 수도, 옮을 수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오십시오. 노약자와 아이들은 불필요하게 병원에 오지 않도록 해주시고, 필요한 보호자만 오세요.
3. 간단한 외상과 증상은 제발 상비약을 구비하시고 집에서 좀 지켜보시길 부탁드립니다.
4. 병원 이용이 무척 불편합니다. 오셔서 저희가 잘 못 한게 있으면 항의하고 꾸짖을 수 있는 권한도 있으신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제발 소리지르거나 위협하진 말아주십시오. 다들 너무 지쳐 있습니다.
5. COVID19 감염은 '심한 호흡기 감염 질환'일 뿐 아니라 응급의료체계와 중환자 진료 체계 전체를 흔드는 보건 위기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합니다. 제발.
특히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는 분들은 제발 좀...제발 좀. 제발!!!!
PS.
1) 이 판이 벌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응급실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 주 내내 했습니다. 앞에서 너덜너덜하게 변하고 있는 동료 의료진들을 보며 그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집니다.
2) 8/17일 휴일을 만든 분들은 이 휴일이 의료진을 위하네 어쩌고 저쩌고 말은 하지 마십시요. 그날 편히 쉴 수 있는 의료진 아무도 없습니다.
전에 부산에서 대동맥박리로 초응급인데 코로나때문에 응급실 폐쇄되서 병원 못 간 사람도 있었지
첫댓글 ps 젤 마지막 내용 너무 맘아프다 진짜 이와중에 택배남들 쉬게해주는 클라쓰
난 여기에 감기증상있어서 선벌진료소에서 봐여한다하면 제발 그 말 따라달라고 추가로 허고싶다 어제도 다른 샘 ㅈ같은년이라고 욕먹으면서 손가락으로 어깨 쿡쿡찔렸고 나도 환자랑 보호자들한테 응급실 왜 못들어가게하냐고 욕먹는거 질려서^^
ㅈㄴ공감 이것 땜에 사람 미쳐버림 진짜 아무리 설명해도 왜 안받주냐고 악지르는것만 반복,,,너무 지쳐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