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사형수 브래드 키스 시그먼(67)이 다음달 사형 집행을 앞두고 스스로 총살형을 선택해 교도소 측이 준비에 들어갔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야만적인 사형 방법을 사형수가 직접 선택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총살형이 실행되면 현대 들어 이 주에서 처음이 될 것이며, 미국 역사를 통틀어도 네 번째 밖에 안 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시그먼은 2001년 전 여자친구의 부모들인 데이비드와 글래디스 라르크 부부를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 언도를 받고 복역해 왔는데 다음달 7일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 라르크 부부는 다섯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는 사형수가 직접 독극물 주사, 총살, 전기 의자 세 방법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전기 의자 처형을 집행한다.
그의 변호인 제랄드 보 킹은 의뢰인이 "고문스럽게 죽는 방법을 최소화하려고" 이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에서 근래 실행된 독극물 주사가 "괴기스러웠으며 고대의 전기 의자는 산 채로 그를 불태워 조리하는 꼴"이라고 했다. 킹은 성명을 통해 "이곳에 정의란 없다"면서 "이렇게 야만적이며, 선택부터 방법 자체까지 주에서 금지된 잔인함에 대한 모든 것이 참담할 정도로 잔인하다. 우리는 그냥 겁에 질려선 안되며, 분노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검찰은 이날 신문의 코멘트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주 교정국은 이날 신문에 전한 성명을 통해 총살 집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브로드 리버 교정연구소가 총살 형 집행을 혁신하고 그 방법을 규정한 프로토콜을 문서로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생각보다 꼼꼼하게 총살형 집행 방법을 전했는데 옮기지 않겠다. 다만 방아쇠를 당기는 세 사람을 자원자로 모은다고 했다. 물론 자원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킹 변호인은 시그먼이 독극물 주사를 택했다면 "지난해 9월 이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처형된 세 사형수처럼 20분 이상 산 채로 끔찍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세 사형수는 시그먼이 모두 알던 이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인 리처드 버나드 무어(당시 50)는 1999년 편의점 점원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언도됐는데 처음에는 총살형을 선택했다가 나중에 주 정부가 독극물 주사 방법을 개선했다는 말을 믿고 지난해 11월 처형됐다. 킹은 무어가 시그먼에게 "부끄러운" 딜레마를 남겼다고 했다.
현대 미국의 총살형 전례
지금까지 미국에서 총살로 세상을 등진 마지막 사형수는 2010년 유타주의 로니 리 가드너였다. 강도 행각 중 한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처형됐다. 유타주에서는 그 전에 두 차례 총살형이 집행됐다. 1977년 게리 마크 길모어와 1996년 존 앨버트 테일러였다.
가드너가 총알 세례를 받을 때 목격자 중 한 명은 AP 통신 기자에게 상세한 목격담을 전했는데 역시 너무 잔인해 옮기지 않겠다. 다만 교도소 직원 중 다섯 명이 자원했는데 라이플 가운데 하나는 실탄을 장전하지 않아 누구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모르게 만들었다고 AP는 전했다.
독극물 주사 약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사형제를 채택한 미국 주들은 총살과 질산 가스같은 처형 방법을 늘리는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질산 주입 방법은 지난해 1월 앨라배마주에서 케네스 유진 스미스(당시 58)를 처형한 것이 미국에서는 첫 사례였다. 주에서는 "합헌이며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처형 현장을 목격한 영적 조언자는 "고문"이었다고 술회했다.
2021년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포함한 8개 주는 전기 의자 처형을,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미시시피, 유타, 오클라호마 4개 주는 총살형도 유효한 집행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그먼은 어떤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나?
2001년 4월 27일 시그먼은 전날 밤 코카인을 흡입해 해꼬지를 하려고 전 여자친구 부모 집에 나타났다. 그는 부모들의 손발을 묶고 전 여친을 납치했다. 부모들 뺨을 때리더니 야구 방망이로 그들을 죽도록 구타했다. 경찰과 부검의는 부모가 각각 아홉 차례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고 밝혔다. 전 여친을 자신의 자동차에 태워 끌고 갔는데 전 여친이 뛰어내려 달아나자 총을 한 방 쐈다. 총알이 떨어져 한 방에 그쳤을 뿐 더 있었으면 총격이 이어졌을 것이다.
시그먼은 내내 유죄를 인정했으며, 이듬해 법정의 배심원들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놓았다고 그린빌 뉴스는 전했다. "마땅히 죽어야 하느냐고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난 죽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우리 엄마, 우리 형제들, 우리 누이들을 죽이게 될 거에요.... 난 그냥 우리 가족을 살리고 싶어요.”
그는 배심원들에게 전 여친이 딴 남자를 만나기 시작해 자신과 멀어지기 시작해 "꼭지가 돌았어요"라면서 “난 그녀에게 집착했답니다. 그녀를 사랑했냐고요? 이 세상 어떤 것보다요....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곤 지금 결혼한 그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뿐이었거든요. 난 그게 싫어요. 내가 한 일도 싫고요."
시그먼의 변호인들 주장
시그먼의 변호인들은 법원 문서를 통해 의뢰인이 정신적으로 심하게 아픈 상태였으며 범행 도중 "심리적으로 무너져" 마땅히 응징돼야 하지만, 그에게 유죄를 평결한 배심원들은 이런 정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그먼의 배심원단과 이 재판부는 그의 심각하고 내면화된 정신 질환, 범행과 재판 과정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약물 남용이 그를 사이코패스로 만든 점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다. 때문에 브래드 시그먼을 처형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일이 될 것이다."
변호인들은 주 정부가 의지하고 있는 독극물 주사도 주가 표방하는 고문 없는 방법이 못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