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너무도 지루하고 길기만하다. 불 빛 한점 없이 어둡기만 한 방안엔
초점 없는 내 두 눈만이 깜박일 뿐이다.
지독한 불면증, 그녀가 사고로 죽은 이후부터 시작된 불면은 근 3년간 지속되었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은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 속에 나의 몸과 마음은 나날이 빛을 잃어, 습기 하나 없는 장작처럼
건조해져서 작은 불씨 하나에도 활활 타올라 버릴 듯 한 기세다. 사랑했던 한 여
인의 죽음을 아파할 겨룰 없이 시작된 이 지루한 밤과의 사투, 병원과 약국을 오
가며 처방받은 약들은 잠을 이루고자 하는 나의 의지완 상관없이 몸속에서 소화
되어 화장실 변기통속에 절망과 함께 버려져야했다.
회사를 그만 둔지도 2년이 지났다. 나날이 쇠약해지는 자식을 보다 못한 어머니
의 성화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로서도 더 이상 사회생활을 지속 할 수 없다는 판
단을 내린 터였다. 그 후 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그저 잠잘 수 있는 있는 일
에만 매달리며 의학서적과 인터넷을 돌며 스스로 불면증 치료에 나서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 둔 후부터 미친 듯이 잠자는 일에 매달렸다. 수면전문가를 만나보
기도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방법들을 모아 시행해 보기를 수차, 하지만 그런 일들
이 나에게 도움이 되긴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태권도, 복싱, 유도, 가급적이면 몸을 많이 혹사 시킬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육체는 단단해지기 시작했으나 정신적으론 여전히 참을 수
없는 피곤함과 숙면을 갈망하는 짜증스런 욕구만이 더해만 갔다. 요사인 운동
말고 다른 일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의사의 충고대로 편안한 마음을 유지
하기 위해 다른 신경 쓰이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을 머리
에서 지우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했다.
인간의 한계를 느껴 본적 있는가? 더 이상 삶이 아름답지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무엇 때문에 삶의 한 순간을 위해 숨을 쉬는지도.. 삶의 가치를 잃은
인간, 난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져버렸다. 몸은 극도로 쇠약해졌고 그나마 남
아있던 삶의 의지도 어둠 속에 유영하는 불쾌한 침묵 속에 처박아 버려야했다.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헤매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내린 결론은 죽음
이였다. 영원한 잠,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난 무척이나 잠이 고프다. 그
것이 죽는 일이라 해도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이다. 잠을 잘 수만 있다면.....잠들어 버릴 수만 있다면...
드디어 찾았다. 정말 그럴 듯했다. 글을 본 순간 ‘아 이거다’라는 탄식이 나도 모
르는 사이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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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선착순 열명의 회원을 모집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나 가급적이면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분, 죽음을 즐기시고 싶은 분, 홀로 죽는 게 억울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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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평화로운 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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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 운영자인 저 또한 이 대회에 참가 할 열명 중에 한명입니다. 자살이 아닌
죽음과의 게임에 참가 하실 나머지 9분의 회원을 모십니다.
운영자(사악한죽음)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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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샌가 내 머릿속엔 오로지 죽음이란
단어만으로 가득해있었다. -죽음, 평화로운 잠- 이 글기는 정말 맘에 들었다.
경기도 포천 근교 야산에 목조로 된 커다란 건물이 지어져있었다. 2틀 전 메일로
전해진 참가자 명단에 올려진 내 이름을 확인하고부터 지금까지 묘한 흥분에 사로
잡혀있다. 저 건물 안에서 일어날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는 잘 모르나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분명히 얻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약속장소에 30분 일직 도
착한 나의 뒤를 이어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몇 대의 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사업실패, 혼전 동거로 인한 낙태, 취업 대란에 떠밀려 백수 생활한지 10년이
넘었다는 핏기 없는 30대 중반의 사내, 우울증,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각색
이였지만 한곳을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은 같았다. 죽음- 그것도 색다른 죽음에선
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색다른 죽음.........
불면으로 시작한 나의 행보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목조 건물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나무로 짜여진 미로가 그 안을 흉물스럽게
차지하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사방은 어두웠다. 거친 숨소리만이 내 귓가를 돌았다.
한손에 들려진 단도는 이젠 내가 아닌 타인을 사냥해야하는 사냥 도구가 되었다.
갑자기 죽은 그녀가 생각났다. 내 손에 의해 갈기갈기 사지가 찢겨 황망한 눈으로 나
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다시금 떠올랐다.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 사
랑을 변질시킨 그녀의 결별 선언은 나로 하여금 살의를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녀의 의문사는 아직까지도 미궁에 빠져있다. 유력한 용의자이던 난 사전 치밀한
계획과 알리바이로 인해 용의선상에서 벗어 날 수 있었지만 밤마다 찾아오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은 어찌 할 수없었다.
옆 벽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악’ 외마디 비명
이 벽을 타고 들렸다. 부도를 맞아 실의에 빠진 50대 뚱뚱한 남자의 걸은 목소리였다.
사악한 죽음이란 아이디를 가진 운영자는 모인 아홉 명에게 하나씩 단도를 전달했다.
그리곤 게임을 제안했다. 보잘것없는 자살이 아닌 흥미로운 사냥 게임을 말이다.
단도를 쥔 오른 손에 힘이 들어갔다. 벌써 한명이 죽었다. 처음처럼 여기저기 바스락
거리던 발자국 소리는 한명의 죽음과 함께 잠잠해졌다. 모두들 절실히 죽음을 느낀
모양이다. 나처럼.. 점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흥분과 묘한 스릴은 나
의 맥박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사방은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아 눈앞도 분간한기 힘
들었다. 오로지 귀에다 온 신경을 써야했다. ‘바스락’ 전방 몇 미터 안에 들린 소리에
난 온 몸을 정지 시키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귀를 기울였다. ‘바스락’ 내 쪽으로 천
천히 다가오는 걸음을 느꼈다. 온 몸이 팽팽한 김장감으로 터질 것 같았다. 숨소리 조
차 크게 들리는 듯해서 잠시 숨을 참았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숨죽인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앞가슴 뼈가 단도에 걸린 느낌을 받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힘 조절에 실패
한 모양이다. 단도를 힘껏 이리저리 돌려 가까스로 그녀의 가슴께에서 단도를 꺼내었다.
따스한 선혈이 얼굴 여기저기를 간지럽게 한다. 이제 나까지 8명이다. 이 건물 안에
살아남은 8명이 다가올 죽음 앞에 몸을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꿈틀거리던 심장이
멋는 게 느껴진다. 그와 반대로 내 심장은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그녀 이후 1번째 살
인이다. 완벽했다. 이런 기분이란....
얼굴 여기 저기 묻은 그녀의 혈흔이 마르는 걸 느낀다. 난 젠 걸음으로 그녀의 시신
근처를 벗어났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곤 다신 없을 것 같은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그때 멀찍이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7곱.... 이제 7명이 남았다.
내 몸은 그동안 살인을 원하고 있던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살인으로 인해 죄책감이
사라져서인가? 몸이 편안해진다. 잠이 오기 시작한다. 안돼.... 이대로 잠이 들면 난
여기서 영원히 잠들게 된 다. 이젠 죽을 이유가 사라졌다. 살아 남아야한다. 이대로
잠둘 순 없다, 난 감겨오는 눈을 신경질 적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나를 노리는 게 느껴진다. 난 잽싸게 몸을 돌려 본능처럼 몸을
날렸다. 취업길이 막혀 30이 넘도록 남 밑에서 일한 번 변변히 못해본 남자의 심장
이 어느덧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난 나도 모르는 충동에 못 이겨 그의 가슴을 개복하
고 그의 펄떡거리는 심장을 도려냈다. 손안가득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기분이 더
좋아지고 편해진다. 이런.. 느낌이란.....
눈꺼풀이 자꾸 내려간다. 몸이 무거워진다. 마음은 다시없이 가벼운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왼손에 들려진,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는 심장을 천천히 입으로
입으로 가져가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물컹거리며 씹혀 나가는 심장 조각들을 혀로
느끼며, 잘근 잘근 씹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잠들어 버릴 것 같다. 내 스스로
끔직한 짓을 해서라도 밀려오는 잠에서 벗어나야했다. 입 안 가득 진득한 핏물이 고
여있다. 손에 들려있던 심장이 목구멍으로 다 들어가 흔적을 감추었다. 진득한 혈은
의 냄새와 맛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저... 비리다........
심장 때문일까? 어느 정도의 졸림은 사라졌다. 입안 가득 퍼져있는 비릿한 냄새가
나의 잠을 막아선 느낌이다. 순간 또 한 명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이제 남은 사람
은 5명이다. 몇 명 남지 않았다. 난 온 몸에 끈적이는 혈흔을 바닥에 깔려있는
지푸라기로 대충 닦고서 다시금 귀에 의지하여 미로 같은 길을 더듬어 본다.
이제 집에 가서 잠을 자야겠단 의지 말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가 기억 하는 건 이제 나 말고는 단 1명만이 기 건물에 살아남은 사람의 전부다.
그 한명만 제거하고 나면 이제 정말 원하던 편한 잠을 잘 수 있겠단 생각뿐이다.
눈꺼풀이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그때 갑자기 건물 안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주변이 환해지자 난 무의식 적으로
2층 난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곳에선 한눈에 미로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
문이다. 불이 어떻게 켜진 건진 상관없다. 일단 남은 한명만 내 손으로 죽이면 그뿐
이다. 그리고 자고 싶다.
2층 계단을 정신없이 올라 남은 한명을 찾기 위해 내 시선은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참담하게 죽어있는 9명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1명이 살아있어야 했다.
이상한 일이였다. 어둠 속에서의 들리는 건 오로진 간헐적인 비명 소리뿐이었는데
그래서 그 수를 세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어이 김 상혁.. 자네.. 날 못 알아보더군... ”
사악한 죽음이란 운영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건물 가득 울려 퍼졌다.
“경찰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지... 미선을 죽인 범인이 누구라는 걸 말이야”
귓가를 파고드는 그의 조롱 섞인 목소리..... 이제 생각난다. 미선 이를 가로체간
의사양반...
“미선의 복수를 위해 내가 몇 년을 벼루고 벼른 일인지 자넨 모르지?
하.. 아무튼 좋아.. 자낸 이제 9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살인마로 인생을 마감해야
할꺼야.... 예전 그때처럼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곧 경찰이 자내가 저질러 놓은 끔찍한
살인 현장을 목격 하게 될 꺼야... 자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고 자내는 자내도 모르는 사이트에 운영진이 되어있다네... 하하하 재미있지 않나...“
자고 싶단 생각이 싹 가신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그의 목소리가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고맙게도 자내가 3년간 들렀던 병원 기억나나? 그 병원 원장이 날세.. 하하
내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자네 약 처방은 특별히 신경 썼지....“
다시금 잠이 밀려온다. 모든 게 귀찮다. 그저 자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하는 아픔, 그리고 그 범인을 알면서도 어찌 못하는 죄의식..
난 그렇게 3년을 지옥처럼 살았네.. 자내의 복수의 일념만으로.... 오늘을 기다리며..
자내는 사형도 못 받을 껄 세.. 네 친구가 정신과에 있거든 이미 손을 써놨지...
자넨... 정신 질환 판정을 받을 거고.. 정신병원에서 죽을 때까지 불면증에 시달려야
할 거야... 하하.... “
그의 말을 어디까지 들었는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에 빠져든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중간부분은 배틀로얄이랑 비슷하네요~ 물론 전체적인 느낌은 다르지만요!!
재밌네요~ 건필하세요~!! ^^*
와 재미잇네요// 근데 오타가2개정도잇었는데 생각이 안나네요--;
초반에 겨룰도없이-> 겨를도없이, 글기->글귀 또 모르겠네요 재미있군요 ^^
어 ^- ^ㅎ 야밤에 심심했는데 아쥬 잘읽어써요ㅎ 다음에 또 써주기 암튼 건필하세요 ㅎ
네 친구가 정신과에 있거든-> 내 친구가 ........일거 같네요..
>ㅁ< 중간 중간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꽉 조여오는지... ... 건필입니다~^-^
모든 글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모든 글귀, 자낸 이제 9명의 무고한 시민을=>자넨 오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욤^^*
꿈틀거리는 심장이 멋는 게 느껴진다. -> 꿈틀거리는 심장이 멎는 게 느껴진다.
자내는 자내도 → 자네는 자네도 아닌가요-_-??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써주시길....^^
풍부한 표현력이 멋져요 정말 소설이구나 싶어요.. 저도 불면증으로 6개월정도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저 한없이 짜증이 밀려왔더랬죠.. 그 느낌이 리얼하게 그려졌네요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