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회원님들, 좋은 아침입니다.
정기적으로 산책봉사하는 우리 팅커벨 회원중에서 최연소 회원은 올해 중학교 1학년생인 박소율 학생입니다. 작년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엄마와 함께 봉사를 시작해서 매월 꾸준히 팅커벨 중대형견 아이들의 산책봉사를 하고 있지요. 중대형견 아이들중에서 소율이의 단짝은 '오공이'입니다.
소율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학생들의 큰 글짓기 행사인 '제9회 여성과총 독후감 공모전'에 응시하여 중학교 1학년생으로 중2, 중3 오빠, 언니들도 하기 힘든 '장려상'으로 입상했습니다. 소율이가 지난주 일요일에 브링미홈 정기산책봉사를 와서 제게 독후감 공모전에 낸 글을 보여줬는데 그걸 읽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註 여성과총 =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놀란 이유는 "요즘 중학교 1학년생들의 작문 실력이 대체로 이렇게나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중에서 소율이가 특출나게 뛰어난 것인지. " 때문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문장의 구성, 어휘의 사용, 마음에 와닿는 비유와 매끄러운 기승전결까지. 정말 잘썼습니다.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상금 5만원을 팅커벨에 후원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네요. 소율이는 지난번에도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 20만원을 팅커벨에 후원하더니 이번에도 귀한 상금을 후원하네요.
오늘 아침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소율이가 쓴 '마운틴 고릴라' 독후감을 회원님들도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마 어른인 회원님들 마음에도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자가 쓴 마운틴고릴라와 소율이가 1년 넘게 꾸준히 봉사하면서 단짝이 된 '오공이'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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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마운틴 고릴라 (에이미 베더 저)
. 독후감 제목 : 너는 나의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과학기술, 특히 인공지능, 챗 GPT 등이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점차 잊혀지는 것, 그렇기에 보다 강조되는 것이 있다면 ‘소통과 공감’일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와도 종종 갈등이 생기는 것만 봐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간 관계도 이럴진대 하물며 동물과 교감하는 것, 동물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도 대단한 노력과 열정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교감’이라는 것은 서로를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생생물학자 에이미 베더의 삶을 담은 <마운틴 고릴라>를 읽으며, “에이미 베더와 나 사이에 어떤 평행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물론, 그녀는 이제 나의 완벽한 롤 모델이 되었으며 평행이론을 언급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죄송한 일이자 나에겐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만).
에이미 베더에게 마운틴 고릴라는 김춘수 시인의 ‘꽃’ 그 자체였다. 그녀가 있었기에, 또 서로가 있었기에 그들은 더 빛나고 특별하며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동물의 종에 따라 교감하기 쉽고 어려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야생생물학자 에이미 베더처럼 야생의 마운틴 고릴라와 교감하며 고릴라 무리에 깊이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생을 바친 열정 덕분이었다. 에이미가 야생생물학자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오직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싶었던 마음 단 하나 뿐이었다.
“어린 고릴라 지즈가 굴러와서 그녀를 쳐다본 후 자기 손을 그녀 팔에 올려놓으며 데이지 화환 대형에 끼워주었다.”
어린 고릴라 지즈가 에이미 베더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간 그날, 아마도 에이미 베더는 자신의 노력을 보답받는 느낌과 함께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녀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에이미 베더에게 마운틴 고릴라가 ‘이름을 불러준 후 특별해진 꽃’이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떠올리면 매일 보고싶은 ‘꽃’ 같은 존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내가 기억할 수 있는 첫 순간) 나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아이였고 이런 나를 위해 부모님은 동물원을 자주 데리고 다녀 주셨다(물론 지금은 동물원이라는 곳이 동물을 위한 곳인지 인간을 위한 곳인지에 대해 끊이지 않는 딜레마에 빠졌지만).
내가 처음 사랑했던 동물은 악어, 뱀 등의 파충류였으며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네 발 달린 포유류로 관심이 옮겨졌다. 그리고 내가 한결같이 사랑해 온 ‘강아지’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중대형견을 좋아했기 때문에 ‘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5개월 전, 나는 우연한 기회에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유기동물 보호센터인 ‘팅커벨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곡동 센터에서는 15마리 정도의 유기된 소형견과 10여 마리의 유기묘들을 보호하고 있었고, 12마리 정도의 중대형견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리버하우스라는 곳에서 위탁 보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 한, 단 하나의 소식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양주의 리버하우스에서 중대형견들의 산책 봉사를 할 수 있는 봉사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리버하우스에 봉사하러 간 날, 나의 ‘꽃’이 된 오공이를 만났다. 유기견들을 처음 보는 데다가 유기견 보호소라는 곳도 처음 가 보았기에 설레는 반면, 긴장되고 두려움도 있었는데, 오공이를 마주하는 순간 내 긴장은 무장 해제되었다. 갈색 털에 초롱초롱 빛나는 갈색 눈동자, 걸을 때마다 퐁실퐁실거리는 탐스러운 꼬리, 그리고 얼굴 크기에 비해 작고 접힌 귀, 손오공의 이마를 닮아 붙여진 오공이라는 이름까지...
큰 덩치와 달리 순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꼬리만 살랑거리는 16kg의 믹스견 오공이는 내 마음을 울리게 했다. 산책 리드줄을 채울 줄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나를 마치 기다려준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고 있던 그 예쁜 눈망울은 아직도 나를 웃음짓게 만든다. 서로가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오공이는 나를 잘 따라줬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한 내가 오공이와 함께 할 때면 그의 보호자가 된 것처럼 살피고 보살피게 된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봉사 활동을 하며 삶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많이 변화하였다. 그 전의 나는 삶의 ‘가치’라는 것을 생각할 때 ‘물질적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의 소유자였다.
사람들 마다 각자의 인생을 보람차게,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 이득이나 이익이 없는 일이지만 매달, 또는 매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봉사활동을 오시는 봉사자분들을 보면 마냥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오공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나는 오공이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기쁜 마음 한 켠에 그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는 보람찬 마음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지난 6월과 7월, 오공이를 만나러 간 날은 유난히 무덥고 습해, 오공이를 비롯한 중대형견 아이들이 산책하기에 무리가 될 수 있어 봉사자들은 선물같은 하루를 그들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바로 늘 목줄에만 이끌려 다녔던 그들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애견 놀이터로 소풍을 가기로 한 것이다. 처음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와 리버하우스에 입소할 때만 차를 타봤던 오공이의 긴장도는 배가 되었다.
잔뜩 움츠린 채 이동봉사자인 내 품에 안긴 오공이를 보자 너무 귀엽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사실 오공이는 순한 성품과 달리 유난스럽게 제 발을 만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어서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는 오공이의 발을 만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오공이는 크고 통통한 앞발을 공손히 X자로 내 다리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세상을 살면서 그 순간만큼 감격스러웠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만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매일 견사에만 머무는 것이 일상이던 유기견들에게 자유의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던 우리들의 마음이었지만, 정작 팅커벨의 중대형견 아이들은 목줄을 풀어준 상황에서도 자유를 만끽하지 못했고, 강아지 장난감들을 갖고 놀 줄도 몰랐다. 몇몇 아이들은 마련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나의 ‘꽃’ 오공이는 수영도 거부하고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여 마음을 아프게 했다.
“버려진 유기견 한 마리를 구한다고 세상이 달라질 수는 없지만, 그 개의 세상만큼은 온전히 바꿔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개 한 마리를 구하고 치료한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큰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암울했던 유기견의 삶만큼은 180도 변할 수 있다.
나는 동물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며 동물이란 이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미래는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이다.
에이미 베더가 마운틴 고릴라를 연구했던 궁극적인 이유도 마운틴 고릴라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의 행복을 원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순수한 본능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에이미 베더를 닮았고, 닯고 싶은 나 역시 모든 살아있는 생물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의 나는 생명공학, 그 가운데에서도 다양한 생명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난치병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동물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싶다.
인간에 의해 많은 유기 동물이 생기고, 인간에 의해 자연 환경이 훼손되지만, 결국은 인간만이 새로운 세상,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생명공학’의 발전일 것이다.
나 역시 에이미 베더처럼 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여성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순간에도 지구 저편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준 에이미 베더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녀의 ‘꽃’ 마운틴 고릴라도, 나의 ‘꽃’ 오공이도 우리가 함께 있어 행복하길 마음 깊이 바란다.
첫댓글 회원님들 읽는데 조금 편하시라고 제가 줄간 띄어쓰기했습니다.
글이 참 감동적이네요
에이미 배더와 고릴라 지즈처럼
소율이와 오공이도 교감을 하는 특별한 존재 꽃이 되었네요
가끔은 우리가 아이들을 돌보는것 같지만
아이들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것 같네요
오공이는 소율누나를 만나게 되서 너무 행복하겠다
소율이는 분명 좋은 생명공학자가 될것 같네요
중학교 1학년이라고 했는데, 진짜 엄청 잘썼네요~(저보다 백배나아요ㅎㅎ)
글의 내용이 완전 감동입니다~
에이미 베더의 꽃이 마운틴고릴라 인것처럼, 우리 막내 소율이의 꽃이 오공이♡
오공이와 소율이의 우정이 영원하길바래요~
오공아~ 소율누나 엄청 멋진누나지? 앞으로 더 잘 지내보자~ㅎㅎ
문장력도 탁월하지만 소율양의 진심이 마음을 울리는 글이네요.
행복한 아침 눈물 핑~~~감사합니다.
소율양 지금과 같은 맘으로 이쁘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소율양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감동적인 글이네요~울 오공이가 소율양을 만나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소중한 존재가 되엇지요~흐뭇~소율양 글솜씨도 칭찬합니다🥰
앞으로도 팅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수있도록 잘키워보겠습니다^^
멋지게 잘 클것같아요!!!
만약 오공이도 소율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아했을 것 같아요:) 소율이 마음이 담겨 있는 좋은 글이네요^^
소율양이 쓴 글에 같이 공감하신 분들이 많을것 같아요...
오공이와 서로 교감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 그대로 예쁘게 성장하는 소율양의 앞날이 더 기대됩니다~
대단하네요 글을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끝까지 읽을수 밖에 없는 몰입감과 흡입력이 있어요
중1학생의 글 솜씨라기엔 너무 놀라워요
중1 친구의 글이 이렇게 탁월할 수가 있군요.
오공이에 대한 사랑과 팅커벨에 대한 진심이 이런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힘이었겠지요.
소율이의 꿈을 응원합니다.
소율이 만나고 싶네요^^
글 내용에 감동이 되어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어른보다 멋진 , 오히려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중학생 소율양 같습니다
그 마음에 가득한 사랑이 언제까지나 계속 되길
그 사랑이 오공이와 함께 이길... 응원하고 축복 합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울컥! 감동의 눈물이 주르르…
우리 모두를 꽃으로 만들어주는 글이에요.
소율 학생이 나이는 어려도 좋은 귀감이 되어주네요.
아름다운 글 함께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진짜 크게 될 친구네요
총명함을 넘어 비범함이 느껴지는 소율이~~
오공이와 함께 소율이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