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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 2024. 11.10.(일) ♣ 날 씨 : 맑음, 최저 0℃ / 최고 9℃, 바람 0km/h
♣ 장 소 : 강원 인제군 북면, 양양군 서면,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 일원
♣ 코 스 : 한계령(10:40')→한계령삼거리(12:40')→끝청봉(16:20)→중청봉→소청갈림길→중청대피소(폐, 17:00'))→
대청봉(17:20')→중청→소청갈림길→소청봉→봉정암갈림길(17:50)→희운각대피소(18:50' 숙박, 318호실)
【약 11km, 약 8:30' 소요, 2.1만보】
뉴밀레니엄이니 뭐니 요란하게 떠들 던 2000년(51세 때) 동료직원의 부추김에 별 장거리 산행의 경험 없이 첫 공룡능선
종주길에 올랐다. 내 승용차로 후배이긴 하나 많지 않은 나이 차이의 후배 직원 3명과 함께 나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무박산행으로 왔었다. 코스는 소공원에 주차하고 ‘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비선대’의 원점회귀 코스였다.
10월 하순 첫 야간산행이기도 한 칠흑의 밤에 급경사로 마등령에 오르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 것고 같았다.
일출이고 뭐고 더 이상 산행이 불가할 것 같고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마등령 너덜길 옆에 홀로
침낭속에서 별빛 아래 비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10월 말 경
비박은 추위도 상당했을 텐데 참 대단한 사람도 다 있다!
그날은 새벽 3시경부터 14시간을 걸었다. 아픈 다리 질질 끌면서...!
리딩을 하던 동료는 열심히 외설악이 어떻고 내설악이 어떻고 1275봉, 칼바위 등등 많은 말을 쏟아 내었지만 귀에 들어오는
말 하나 없고, 좋은 경치도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지친 다리로 당장 눈앞에 깔린 돌을 골라짚기 정신없고
당시는 정비가 덜 되어 줄줄 미끄러지는 마사토길이 많은데 무슨 경치를...?
다시는 공룡능선을 밟을 일이 없을 거라는 맹세를 했다. 그 맹세는 13년간 유효했다. 정말로 2013년까지는 밟지 않았는데,
그동안 서울의 인터넷 산악회에 들어서 장거리 산행도 여러번 경험하고 암벽등반도 배우면서 남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설악산과 공룡능선이 자주 회자되었다. 우리나라 산행 중 최고의 경관은 설악산이고 설악산 중에서도 최고의 경관 3곳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1.천화대 - 왕관봉, 희야봉, 범봉이 있으며 장비를 제대로 갖춘 암벽등반 능력이 필요하다.
2.용아장성 - 수렴동대피소 뒤 옥녀봉에서 출발하여 봉정암 사리탑 있는 곳에서 끝나며 좌로 가야동계곡, 우로 수렴동, 구곡담
계곡 사이 능선을 자일을 소지하고 화이버를 착용한 릿지등반을 해야 한다.
3.공룡능선 - 희운각대피소 근처 신선대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의 5.1km 구간이며 체력만 있으면 일반 등산객도 종주 가능하다.
고로 '일반 등산객의 산행 탑티어(Top Tier) = 공룡능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 공룡능선종주 산행 때는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었으나, 시나브로 이젠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솔솔 들었다.
특히 희운각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고 간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도 같았다. 그래서 등산 좋아하는 친구 중 공룡능선을 가 보고
싶어하는 고교 동창생 친구와 둘이 시도를 해 봤다.
그때는 2013년 6월이었는데, 산뜻한 신록도 좋았고 특히 한계령삼거리에 올라서니 사방에서 라일락 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 향기는 공룡능선에서도 계속되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라일락은 공원 같은데서는 구경하기 어렵고 정원 딸린 넓은 집에 사는
부잣집에서나 가꾸는 고급 식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처음 보는 고산 야생화, 잎이 내 얼굴보다도 더 넓은 박새라는 풀,
등등 완전 환상적인 세상이었다.(나도 잘은 모르지만 설악산에서 만나는 라일락은 새줄기에서 꽃이 피는 '꽃개회나무'와 묵은
가지에서 피는 '정향나무'가 있다는데, 나는 그냥 통들어 '산라일락'이라고 부른다.)
저녁엔 희운각에서 기분좋게 식사 때 소주한잔 곁들였다. Up되는 기분에 오지 않는 잠을 내일을 위하여 억지로 잤다. 새벽에
공룡능선에 들어서 신선대에 오르니 마침 동해에서 해돋이가 시작 되었는데 감격스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매년
1회 이상은 공룡능선을 찾겠다. 내 나이 80이 될 때까지...! 그 결심이 꼭 지켜지지는 않아서 2020년, 2022년 2번을 빼고는 실천이
되었다. 대신 일년에 두 번 간적도 있어서 이번이 12번 째가 되었다. 무박은 2번밖에 안되고 10번이 희운각대피소에서 일박을
하고 출발을 했다.
앞으로도 무박으로는 할 생각이 없다. 우선 체력감당에 자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요소요소 찾아볼 바위, 야생화들도 만나보고
만만한 바위봉우리 올라서 사방팔방 살펴보고 하려면 도저히 힘에 부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안 된다. 다음번에는 소공원으로
들어가서 비선대로 마등령을 올라봐야겠다. 공룡을 역으로 타고 내려가 희운각에서 숙박 후 천불동으로 하산을 해 볼 생각이다.
공룡능선종주를 숙박으로 하다보니 거의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출발을 하게되고 천불동을 잘 가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천불동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인데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 풍광을 자랑한다.
설악산 단풍을 얘기들 하지만 단풍만 생각하면 설악산이 아니라 설악산 천불동계곡이 맞는 것 같다!
대피소 숙박 산행을 할 때 불편한 점은 많지만 제일 불편한 점만 말하라면 3가지 있다.
첫째, 씻지 못하는 것. 몸은 물론이요, 세수, 세족, 양치질, 세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편법으로 페트병, 물수건을 이용)
둘째, 생산된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산 시까지 운반해야 되는 것.
셋째, 동절기 8시(하절기 9시) 소등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코고는 소리가 지축을 흔들어 잠들기 어려운 것.
술을 마시고 얼른 잠들면 좋은데 지금은 음주도 금지되어 있으니...!
취사장 옆에 잔반통(음식물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가보니 국공 직원 2분이 잔반통을 치우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거 또 손을 넣어야 겠네."
"그냥 돌리면 안돼?"
"안돼, 지난 번에는 못보고 돌렸다가 기계 사이에 끼어서 큰 고생을 했어."
"냄새가 밸텐데...?"
무슨 소린가 하고 들여다 보았더니 잔반통에 누가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통속에 넣은 것이다. 산악인들은
대부분 쓰레기 처리는 잘들하고 있는데 안 그런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못된 사람 같으니...! 아파트 음식물쓰레기통도
마찬가지다. 버리려고 뚜껑을 열어보면 봉지째 버린 것을 거의 매번 발견하게 된다. 복숭아씨, 고기뼈 같은 단단한 것도 넣으면
안된다. 철저히 추적하여 버린 사람 손으로 꺼내어 분리수거 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 오늘의 대표사진. 해가 지고 달빛을 받으며 중청대피소에서 소청삼거리로 내려 가면서
▲ 서울에서 07:00시경 출발 인제 용대리 백담주차장 지나 '황태사랑' 식당 겸 매장에 주차하고 아침 식사(09:50' 경)
▲ 황태사랑 식당 메뉴
▲ 황태구이정식 상차림. 맛은 주변 다른 황태요리 식당과 별 차이 없다. 단,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 백담사 들어가는 다리 앞 백담계곡
▲ 계곡의 맑은 물. 용대리 식당에서 한계령으로 택시 편 이동(아침 이른 시간에는 지나다니는 택시가 없어 출발
이삼십분 전에 호출해야 한다 함)
▲ 한계령 전망대. 앞 남설악 칠형제봉
▲ 한계령 출발점. 지금 웃고는 있지만(칼노, 꽃비, 녹슨칼)...(10:40' 경)
▲ 설악루를 지나 위령비. 1971년 수많은 군인들이 거의 맨손으로 고갯길을 뚫었다고 한다. 한계령 공사로 숨져간
장병을 기리는 위령비가 정상 고갯마루에 서 있다.
▲ 처녀치마? 내가 많이 보아온 처녀치마와는 좀 다르다. 뿌리쪽의 잎이 좀 넓어보이고 색깔이 너무 연하며 무엇보다
가운데 촉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비슷한데 처녀치마의 다른 종인가?
▲ 새로 생긴 전망데크
▲ 90도로 세번 꺾여 자라는 나무
▲ 길 옆에서 처음 만난 작은 바위 봉우리
▲ 우리가 걸어야 할 서북능선
▲ 서서히 거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이다
▲ 멋들어지게 크고 있는 나무
▲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8.3km로 보통 6시간을 잡는다. 나는 어림없다!
▲ 좌측 가리산과 중앙 뾰족한 주억봉
▲ 귀때기청봉. 설악산 서북능선의 주봉으로 너덜길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 한계령 고갯길에 유일한 다리
▲ 비박터라 함
▲ 우측 끝 삼각형이 인상적인 '김삿갓바위'! 김삿갓이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산을 오르는 뒷모습.
▲ '한국민날개밑들이메뚜기'. 날개가 퇴화되어 없는 메뚜기로 이름이 특이하고 길다. 지금쯤 알 낳고 죽어 있던지
월동하러 들어갔던지 해야할 것 같은데 여러 개체가 발견 되었다
▲ '한계령삼거리' 이자 서북주릉. 드디어 급경사 길이 끝나고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 올랐어도 험난한 곳은 더러 있다
▲ 처음 만난 장쾌한 주목나무 거목
▲ 주목나무 밑에서
▲ 날카로운 암봉들. 우측 아래 원숭이 형상바위
▲ 내생각에 이 능선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인 것 같다. 불규칙한 모양의 큰돌이 비스듬한 것이 많아 미끄러지기 쉽다
▲ 만병초. 설악산에 만병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봤는데 만병초가 맞다
▲ 꽃비님, 조심 하세요!
▲ 너덜길을 무사히 벗어 났다! 기쁨의 한 컷!
▲ 그래도 늘 조심은 해야지!
▲ 한계령 고갯길이 살짝 보이는 조망처에서...
▲ 내설악을 배경으로. 서북주릉, 공룡능선을 기준 좌측이 내설악, 우측이 외설악!
▲ 땅에 'ㄷ'자로 구부러진 나무인데 더 넓게 잡으면 'w'자로 생긴 나무이다
▲ 끝청봉 도착! 이제 중청봉이 가깝다. 설악산에 '청'자가 붙은 봉우리는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귀때기청봉'
5개다!
▲ 낮에 뜬 반달. 아직 해가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 상현달이 보이네?
▲ 가운데 늘어선 암릉이 '용아장성'으로 좌 구곡담계곡, 우 가야동계곡 사이의 암릉!
▲ 중청대피소 & 대청봉. 대피소는 구건물 헐어내고 신축중이다. 전에 앞으로는 등산객 숙박은 안할 것이라 했는데
어떻게 될지? 그렇게 되면 대청봉 일출보기가 한결 어려워진다. 아침에 중청에서 20분 만 올라가면 되었던 것을 소청에서는
50분 정도는 올라가야 한다
▲ 대청봉이 저녁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이 돈다. 빨리 올라가야 되겠다
▲ 뒤 돌아본 중청봉과 공사중인 중청대피소. 중청봉, 대청봉의 그늘 쪽에는 군데군데 3주 전쯤 내린 폭설이 아직도
적은 양이긴 하지만 남아는 있었다!
▲ 도저히 해 떨어지기 전 정상에 도착을 못할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만!
▲ 해가 벌써 봉우리에 걸렸다. 몇분 안에 해는 떨어진다.
▲ 제대로 된 해넘이...
▲ 해가 지고 나니 붉은 기운이 사라졌다
▲ 중청삼거리. 좌-끝청봉, 한계령 방향 우-소청봉 희운각대피소 방향
▲ 좌-봉정암에서 5층 석가사리탑 가는 길 점등. 우-소청대피소
▲ 동해와 불 밝힌 속초시내
▲ 소청봉 정상
▲ 소청삼거리 이정표
▲ 좌-소청대피소, 봉정암, 백담사 방향 우-희운각대피소, 천불동, 공룡능선 방향
▲ 더 어두워진 속초시내. 헤드랜턴을 밝히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 가까워진 희운각대피소
▲ 드디어 다 왔다! 안에 들어가 숙소 배정받고 햇반 사서 저녁식사. 취사장과 숙소 소등이 8시(하절기 9시)라 한다.
늦으면 매점, 취사장 이용이 안 된다.
▲ 우리의 숙소는 2층이다. 각 층은 상단, 하단으로 침상이 만들어져 있다. 1층은 1인용 독립실, 2층은 2명 1실, 단체
예약은 2층으로 배정
▲ 2층 2인실 구조. 상단 층이 계단 때문에 좀더 좁으나 프라이버시 면에서는 조금 더 낫다!(하단 3XX호, 상단 4XX호)
▲ 1층 독립실 구조(하단 1XX호, 상단 2XX호)
★ '희운각(喜雲閣)대피소'의 명칭 유래 ★
희운각(喜雲閣)대피소의 명칭은 희운(喜雲) 최태묵 선생의 호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1969년 2월 14일 한국산악회 소속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설악산 죽음의 계곡(옛 지명 '반내피')에서 등반훈련 중 눈사태를 당해 전원 10명이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이 자리에 산장이 있었다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희운 선생은 그해 10월
사재를 들여 이 곳에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2023년에 확장 신축 되었다. 아직도 주변 정리는 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