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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 미분양 주택 중 전용면적 60㎡ 초과는 10년간 임대하다 분양하는 분양 전환형으로, 전용면적 60㎡ 이하는 공공임대로 활용해 왔다. 분양 전환형 5941채 중 551채(9.3%)는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현재 비어 있다. 2008년 LH가 매입한 60채 규모의 경북 영천시 A 단지는 2018년 분양 전환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2채만 분양에 성공했고 나머지 58채는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여전히 비어 있다. 공공임대는 1117채 중 67채(6%)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 상태다.
공실 리스크는 매입 당시부터 예상됐던 문제였다. LH가 값싼 매물 위주로 사들이면서 입지가 안 좋은 매물들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서는 LH는 매입 가격을 분양가 70% 이내로 정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은 가격이 높거나 입지가 안 좋기 때문인데, 입지가 안 좋은 물건을 사면 공실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실 위험 큰데도… LH, ‘악성 중 악성 미분양’ 떠안아
15년전 매입 10채중 1채 아직 공실
“시골에 아파트 덩그러니, 누가 사나”… 전체 단지의 59% 빈집으로 남기도
3000채 추가 매입땐 공실 늘어날듯… “LH 매입보다는 민간투자 유도해야”
200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충남 아산시에 있는 480채 규모의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단지를 통째로 매입했다. LH는 이 단지를 10년간 공공임대로 활용하다가 2020년부터 분양주택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전국적으로 분양 열기가 뜨거운 시기였다. 그런데도 88채(18.3%)는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아파트만 덩그러니 혼자 있는 완전 시골”이라며 “임대로 살던 입주자들도 생활하기가 불편하다며 분양을 거부하고 시내로 이사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동구 B단지 사정은 더 심각하다. LH는 2010년 B단지에서 128채를 매입했다. 2020년 분양 전환이 이뤄졌는데 75채(58.5%)가 지금도 팔리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B단지는 대구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라며 “학군도 좋지 않고, 주변에 고속도로가 있어 소음도 심하다”고 말했다.
● 분양 전환했는데도 또 미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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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10년 LH가 매입한 지방 악성 미분양 7058채 중 619채(8.8%)가 공실로 드러났다. 공실 단지들은 지방에서도 입지가 열악한 곳에 있었다. 도시 지역보다는 읍면 지역에서 공실 문제가 두드러졌다. 공실 비율 상위 10개 단지 중 5곳이 읍면 지역에 있었다. LH가 한정된 재원으로 많은 물량을 사들이다 보니 입지가 열악해 공실 위험이 큰 단지까지 모두 매입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당시 민간에서도 분양이 힘들었던 아파트였기 때문에 지금도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LH가 떠안아야 할 미분양 공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LH가 지방의 악성 미분양 3000채를 사들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미분양 대책을 내놓았다. 2010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LH 매입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1480채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로 늘어나자 내놓은 긴급 처방이다.
매입 물량은 6년간 전세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분양 전환형(든든한 전세)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매입 가격은 분양가 70% 이내에서 정할 방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감정가와 건설 원가 중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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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 방식은 달라졌지만, 건설업계에선 이번에도 값싼 매물만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알짜 매물’을 가진 건설사는 LH에 헐값에 팔기보단 건설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LH가 악성 미분양 중에서도 정말 악성만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민간 투자 수요 유인책 필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지방 인구가 줄어든 것도 공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앞으로 지방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건설경기가 회복돼도 매매나 임대 수요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H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분양가 70% 이내 매입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수요가 확실히 나올 만한 물량을 선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H 매입 방식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매입 재원은 LH의 기존 매입임대 관련 예산 3000억 원과 입주자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건설사의 잘못된 판단이 초래한 미분양 폭탄을 막기 위해 공적 자금과 서민들의 목돈까지 끌어다 쓰는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LH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라 LH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 투자자들을 지방 미분양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 미분양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나 취득세 등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경제를 활성화해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쏠린 주택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 처방 없이 경기가 안 좋을 때 일시적인 대응만으로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메가시티를 조성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주택 수요를 발굴하는 게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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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