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
샤먼의 탄식이 말갛게 사그라든
늦은 계절 이르고서 홀가분한 물줄기들
여기서 얼마를 더 지나 영혼은 만날까
그때가 꼭 아니면 소용없는 그 생 어디
짓무르던 자줏빛 바다가 일제히 이네
뭉개져 넘쳐버리는 천둥 먹은 하늘이 있네
이상하지, 탈색된 자유로운 이 기억이
빈 물병 주둥이에 미늘로 돋아나네
비늘을 번갈아 헹군 물소리가 가고 있네
새비재의 밤
뇌속에 처박히는 별을 보고 싶었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우리는
두려워, 별자리에 툭 미끄러질 미래가
적로笛露 혹은 적로赤露
소리가 가고 나면 목숨이 겨워 운다
바람 보낸 댓잎들이 남겨둔 달의 한쪽
두꺼운 골죽 마디에 착근이듯 생기 돈다
근원을 묻기에는 너무나 아득하여
무딘 입술 언저리로 취구를 당겨 대면
지공은 상류로 가는 징검돌을 놓는다
적요를 가르며 풀어내는 청淸의 지배
켜 넘은 갈의 소리도 흔들리다 끝내 눕고
가려진 갈퀴들마저 내보이는 새벽 강
더해가는 음들이 당도한 하늘 끝에
문턱을 나서는 지아비의 쉰 목청이
푹 패인 등골을 타고 흠씬 젖어 내린다
남해 금산
금산에는 있을 것 같은 날실의 낡은 품속
좀약 내, 오래 찌든 헐렁한 양복이며
깊이도 묻어두었던 남해대교 관광수건
빨아도 그저 그런 배내옷에 묻어 있을
바싹하게 잘 익은 그날의 화전 몇 장
해 길어 다 잡지 못한 그림자를 따라간다
- 시집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가히,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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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우 시인 시집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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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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