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고 사라지다


한겨레문고의 후문
6월에 한겨레 문고를 지나다 문이 닫혀 있길래, 내부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7월에 보니 정문에 있던 간판이 없어졌다.

한겨레문고 정문

왼쪽에 있는 문으로 출입했다. 오른쪽 모래 쌓인 곳은 계산대가 있던 곳
한겨례 문고는 1990년 부평에 생긴 대형서점이다.
부평문화의 거리(롯데백화점 입구 사거리)에서 계양구 방향으로 가는 두번째 골목에 있었다.
그전에 부평역 (삼화고속)부근에 <한 권의 책>이라는 서점이 있기는 했는데, 몇 년후에 문을 닫았다. 10년 이상 대형서점으로 터를 잡고 있던 서점으로는 한겨레 문고가 처음이다.
1990년도 당시 부평에는 대형극장이 3개나 있었지만, 변변한 서점은 없었다.
1980년대에는 (지금의 문화의 거리에 있는) 롯데리아 맞은편에 그나마 장서를 갖춘 서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서점도 1980년대를 넘어서며 문을 닫고 말았다(그 서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과 엘러리 퀸, 그리고 여러 추리작가들의 추리물을 신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반서적의 절반값이었다).
현재 부평구 인구는 60만 가까이 되는데, 1990년에도 인구는 상당했지만 문화적 공간은 빈약했다(그때도 술집만은 난립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청소년이 돈없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는데, 한겨레문고는 가장 최고의 문화공간이었다.
당시에 책을 사려면 동인천의 5층건물인 대한서림에 가거나 아니면 종로의 종로서적까지 가야 했다. 그곳은 전철 1호선으로 연결된 곳이다.
그러다가 부평문고가 생기고, 씽크빅이 생기고, 푸른솔 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이 차츰 부평역 쪽으로 다가가며 생겨나자 차츰 사람들의 발길이 끊여지기 시작했다. (그외의 여러가지 경영상의 문제가 있었겠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여하튼 한겨레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나의 10대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곳인데, 폐업한다니 아쉽기 짝이 없다.
그곳에서 일신서적과 범우사에서 나온 고전선들을 모두 사서 봤는데... 제임스 조이스 전집도 한겨레문고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이제 간판집으로 바뀐다고 한다. (사진 찍을 때 옆에 있는 분들이 알려줬다)
한겨레문고가 사라지다니... 아, 슬프다!
정말 슬프다!
진로 소주가 망할 때보다 더 슬프다! 흐흐흐... 엉엉...
출처: 배꼽주인 www.masternavel.com
첫댓글 부끄럽고 슬픈일이요. 하긴 지성인들이 모인다는 대학가에도 책방을 찾기가 힘들지요.책방이 문 닫으면 그 자리에 무엇이 생겨야 옳을까?
하긴... 저도 고교시절 시인의 꿈을 키우며 시집들을 읽던 서점이 없어진걸 뒤늦게 알고 나니 가슴 한쪽이 허전해 지더군요. 한동안 잊고 지내던 꿈을 다시 생각하고 그 서점을 찾아갔을때 서점은 없어지고 노래방이 생겼더군요. 그냥 오기 뭐해서 같이간 친구와 노래 한소절 부르고 왔답니다.
저렇게 옛날 것들 이 하나씩 사라질때마다 그 기분이란...
"진로 소주가 망할 때보다 더 슬프다!"<-강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