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에는..." 엄마는 습관처럼 이생을 탓하고, 다음생을 기대하게 했다. 벌써 여섯번째 찢어진 바지를 꿰매주다가도, 일곱시면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첫 끼니를 먹다가도, 모르는 아이의 인형의 집 옆에 내가 만든 모래성이 무너지면 "꼭 부잣집에서 태어나" 엄마는 지금쯤 다음생에 도착했겠지 나는 앞으로 딱 이십육년만 살다갈게 "엄마가 부잣집에 있어줘"
/ 나선미, 우리 엄마 해 줘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 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 부터 머리맡에 걸어둘게 나는 엄마 되고 엄마는 나 되어서 둥실 / 하재연, 이생
숙아, 너 예뻐 정말 예뻐 늘어진 배에 패인 산호초도 가닥가닥 머리칼에 피어난 안개꽃도 눈가에 우아한 웃음 주름도 너는 끔찍이 싫다지만 그거 정말 예뻐 숙아, 너는 알까 네가 좋아하는 아카시아 향보다 포근한 게 네 존재인데 숙아, 너는 부르기도 서럽다 서러워서 목이 메어 마구 불러주고 싶은데 말이야 숙아, 우리 늘 행복하다고 속여 왔잖아, 이제 진짜 행복하자 부디 그러자 숙아.
/ 나선미, 2015. 여름. 엄마에게
당신이 스물한 살- 배가 덜 갈라졌을 때 아이엠에프가 당신의 기둥과 함께 터지기 전 머리숱은 지금과 달리 풍성하고 미간 사이가 평평했을 때 옷장 속에는 공짜로 받은 거적때기 말고 짙은 청색의 스커트와 노란 스카프가 걸려 있을 그때의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