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상식여행(3)
♣ 1번없는 TV채널
TV채널에는 왜 1번이 없을까. TV채널은 정부가 배정한다. 전파끼리의 무분별한 섞임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사용 가능한 TV채널은 VHF(초단파) 2∼13번, UHF(극초단파)
14∼83번까지 모두 82개다. VHF채널이 쓰는 주파수는 54∼216MHz(메가헤르츠), UHF채
널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470∼890MHz다. 각 채널에 할당되는 주파수 대역은 6MHz 씩이
다. 예를 들어 채널2는 54∼60MHz, 채널9(KBS 1TV)는 186∼192MHz 의 주파수로 전파를
발사한다.
이같은 채널 배정방식은 미국식이다. 미국은 1941년부터 연방차원 에서 채널 배정을 시
작했는데, 처음엔 채널1번이 있었다. 1번채널의 사 용주파수는 48∼54MHz였다. 그러다가
1948년 이 주파수를 이동통신, 아마추어무선, 무선전화, 실험방송국 등에 양보했다.
이 대역은 잡음이 많이 섞여 영상 전파신호를 송신하는 데는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대역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61년 TV방송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
에, 처음부터 아예 1번채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식은 미국식과 채널별 주파수대역도
좀 다르고, 1번채널도 있다.
참고로, 채널을 배정할 때는 바로 인접한 채널은 전파 간섭 염려가 있어 가급적 피한다.
그래서 7, 9, 11번 식으로 나간다. 그럼 SBS는 왜 7번(KBS2)과 이웃한 6번을 택했을까?
6번과 7번은 번호는 하나 차이지만 실은 무척멀리 떨어져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6번채
널의 주파수대 역은 78∼84MHz인데,7번은 다른 채널이 15개쯤 들어갈 만큼의 구간을 훌
쩍 건너뛰어 174MHz부터 시작된다. 그 사이의 주파수,즉 84∼174MHz 대역은 FM방송과
항공기교신 등에 사용된다.
♣ TV채널 지역차이
'1번 없는 TV채널'을 읽고 많은 독자들이 또 다른 궁금증들을 물어왔다.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이 '같은 방송국의 채널이 왜 지역마다 다르냐' 는 것이었다.KBS 1TV가 서울에서는
9번인데 서울만 벗어나면 번호가 바뀌고, 자동차 여행을 하다보면 라디오 채널이
뒤죽박죽이 돼 무슨 방송을 듣는지 알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TV가 사용하는 전파는 초단파(VHF) 또는 극초단파(UHF)다. 이처럼 파장이 짧은 전파는
직진성이 강하다. 높은 산이나 커다란 빌딩을 만나 면 구부러져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 튀어나온다.
방송국은 이런 장애물 때문에 생기는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중계소를 설치한다.중계소
는 앞 전파를 받아 장애물 뒤로 넘기는데, 이때 채널을 바꾸어준다.동일한 채널로 중계하
면 앞전파와 새로 가다듬은 뒷전파가 섞여 품질이 나빠지기 때문이다.두사람이 양쪽에서
같은 소리를 한꺼번에 내면 듣 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이렇게 해서 남산송신소를 9번으로 떠난 KBS1 채널은 관악산을 지날 때는 25번으로,용문
산을 넘을 때는 32번이 된다. 이런 중계소가 전국 에 4백개쯤 있으므로, 채널도 그만큼의
빈도로 바뀐다.
라디오 역시 FM의 경우는 TV와 같은 범위의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채널이
바뀐다.하지만 파장이 비교적 긴 중파를 사용하는 AM방송은 전파가 웬만한장애물을 구부
러져 넘어가는 성질(회절성) 을 갖고 있기 때문에 FM만큼 많은 중계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케이블TV와 공중파TV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많았다. 케이블TV도 공중파TV와 비슷하게
54∼750MHz(메가헤르츠) 범위의 전파를 채널당 6MHz 씩 잘라 쓴다.현재 사용가능한 채
널은 110개다. 케이블TV 방송사는 수십개채널을 하나의 전기신호로 묶어 유선을 통해 가
입자 가정에 보내고, 가입자의 TV수상기는 이를 다시 분리해 원하는 채널을 골라 영상을
재현한다. 따라서 전파의 섞임을 막기 위해 인접채널 사용을 가급적 피하 는 공중파와 달
리, 케이블TV는 다닥다닥 붙은 채널 분배가 가능한 것이다.
♣ 술의 돗수
"나 어젯밤에 80도짜리 양주 마셨어"하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십중팔구 뭘 모
르는 사람이다. 그 양주는 80도가 아니라 80 PROOF였을 것이다.술이 독한 정도를 나타
내는 단위에는 도, %, PROOF가 있다. 이 가운데 '도'와 %는 같은 의미다.25 도 짜리 소주
는 알콜농도 25% 짜리 소주를 말한다. 이 소주의 용량이 100㎖라면 그중 25㎖가 알콜,
75㎖는 물이다.
PROOF는 부피나 질량을 정확히 잴 도구가 없었던 19세기 이전 영국에서 나온 단위다.
영국인들은 물과 알콜 혼합액에 화약을 터뜨릴 때, 알콜농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야만
불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불길이 일어나면 '알콜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는 뜻으로
"Proof!"라고 외쳤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는 농도 57.1%의 알콜이 100 PROOF로 규정됐다. 이것이 미국으
로 건너가서는 좀 달라졌다. 미국인들은 복잡한 숫자 대신, 단순히 퍼센트 농도의 2배를
PROOF로 정해 버렸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50% 알콜이 100 PROOF가 됐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이런 헷갈리는 PROOF를 아예 무시하고 자기네 와인에 막바로 %농
도를 표기함으로써 이를 세계에 확산시켰으나, 아직도 버본을 비롯한 독주 메이커들 상
당수는 여전히 PROOF 표기를 고집하고 있다.그러므로 누군가 영국산 80 PROOF 위스키
를 마셨다면 그는 우리 식으로 46도 짜리 위스키를, 미국산 80 PROOF 라면 40도 짜리
위스키를 마신 것이다.
♣ `밤새 마시는'맥주
젊은 시절 한번쯤은 '입 떼지 않고 맥주 1000㏄ 마시기' 같은 호기를 부려본 기억들이 있
을 것이다. 밤새도록 수십 병의 맥주를 먹었다는 주당들도 적지 않다.그러나 아무리 주량
이 센 사람 이라고 해도 맥주 만큼 물을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맥주와 물은 몸에서 흡수되는 소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 다. 식도를 지나 위에 이르
는 단계까지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그러나 이후 물은 위벽에서 거의 흡수가 되지 않는
다. 그냥 고여있으면서, 조금씩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과 대장을 따라 내려간다.그 과정에
서 장벽을 통해서만 흡수가 이루어진다. 마시면 마실수록 배가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콜은 위에서부터 즉각 흡수가 시작된다.
이때 알콜과 더불어 얼마간의 물도 함께 흡수된다. 또 맥주에 포함돼 있는 이산화탄소는
위벽을 자극해 위액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소화작용 을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맥주의 주원료인 홉 성분은 침과 위액,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며, 아울러 이뇨
기능 까지 발휘한다. 정신만 말짱하게 견딜 수 있다면,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면서 그야말
로 밤새 마실 수도 있는 것이다.
♣ 테니스 스코어
테니스 경기에서는 스코어를 매길 때 1, 2, 3, 4라고 하지 않고 15, 30, 40, 게임(game)
이라고 한다. 0도 '제로(zero)'가 아니라 '러브 (love)'라고 부른다. 왜 이런 괴상한 방식을
쓰는 것일까?. 현대 테니스는 125년 전 북웨일스의 윙필드소령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
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와 유사한 경기는 중세 유럽에서부터 있었다.코트테니스 또는
리얼테니스라 불린 옛 테니스 게임이 채택한 스코어링 시스템은 '15, 30, 45,게임' 방식이
었다. 이 때는 세번째 포인트가 40이 아니라 15의 배수인 45였다.
한 포인트를 왜 15점 단위로 매겼는지는 명확지 않으나, 유럽인들의 천문학 선호에서 비
롯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천체를 관측할 때 쓰던 기구에 다리가 60도까지 벌어지는 콤파스(육분의)가 있었는
데, 유럽인들은 이 6분의1 원의 개념을 테니스 경기에 적용했다.
한 경기를 6세트로 정함으로써, '60도 짜리 조각 6개를 맞추어 온전한 360도 원을 만드는
사람이 곧 승리자' 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각 세트는 다시 4게임으로 구성돼 있었으므로, 60 도 짜리 한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15 도 짜리 조각 4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후 언제부터인가 세번째 포인트인 45가 40으로 바뀌었는데,이는 순전히 발음상의 편의
때문이었다. 심판이 스코어를 소리쳐 선언할 때 "45(fortyfive)"는 아무래도 불편하고 다른
숫자와 헷갈릴 우려도 있었다."45 대 30 (fortyfive-thirty)"와 "40 대 30(forty-thirty)"를 소
리내 발음해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0을 "러브"라고 부르는 것은'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 l'oeuf(뢰프) 에서 온 것으로 추측된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