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대구역 던킨 도너츠 앞에서 받았던 전화.
11년도에 별 생각 없이 등록했던 조혈모세포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였습니다.
조금 무섭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하고, 그래도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당연히해야지하며 진행했습니다.
예상외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나름 설득을 하려했지만 눈물로 반대하시는 어머니 앞에서 뭐라 말을 더 꺼내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사람을 살릴수 있는 일인데, 그저 그렇게 넘어가버리기가 힘들더군요.
타지에 나와있기에 부모님에게는 비밀로하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잘하셨다고 하십니다만, 좀 더 설득하지 못했던게 가슴 한 켠에 죄송스런 마음이 있네요.)
간단히 진행 과정을 설명드리면, 담당 코디네이터가 배정되어 기증에 관한 사항들을 알려주구요.
한 달정도 전에 병원에서 기증에 적합한지 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기증 직전 3일정도에 걸쳐서 조혈모세포가 나오게하는 주사를 맞습니다.
그리고 병원(무려 1인실입니다)에 하루 입원해서 팔에 바늘 꼽고 기다리면 기증이 완료됩니다.
당시는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퍼져있던 상태였고 병원은 그야말로 비상... 더구나 대구에서
스스로 이겨내려했던 놀라운 분이 나오면서 패닉상태에 빠져있던 상황이였죠.
뭐 친구부르기도 민망한 상황에서 1인실은 병원 와이파이도 안터지고 멍하니 TV보며 뒹굴거려야했습니다.
헌혈 기계랑 비슷하게 생긴 기계에 연결하고 3시간이였나 멍때리고있으니 완료가 되더군요ㅎㅎ
약간 복잡하고 오래걸리는 헌혈 정도의 느낌이였습니다.
퇴원하고 약간의 검사랑 사후에 감사패 같은거 받습니다. 중간중간 뭐 공연 문자온거 같은데
다 서울쪽이라 딱히 가보진 못했네요. 더 두고봐야하지만 기증받은분 상태가 좋다고하더군요.
뭐 거창하게 '사람의 목숨을 살렸어!!'같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냥 좋은일 했네~ 이런 기분?
이후에 제가 주변에서 받은 몇가지 질문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1. 그거 허리에 주사바늘 꼽는거 아님? 작살나게 아프다던데. 잘못되면 어캄.
: 정말 부득이하고 급한 경우, 약 5%를 제외하고는 위에서 서술한 방법을 씁니다.
과정 중에 맞는 주사가 약간 따끔하긴한데 이빨 신경치료가 3배는 더 아픕니다.
약간 뻐근하고 팔에 멍든게 부작용의 전부였네요.
2. 그거 어디서 등록하냐?
: 여러가지 기관이 있습니다만, 전국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기증의사를 말하면 등록이 진행됩니다.
3000명 가량의 기증 대기자들이 국내에 있다고 합니다. 당신의 등록으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3. 왜 함?
: .....넌 왜 삼 ?
1년이 지났다고 협회에서 편지가 와서, 생각난 김에 글 써봅니다.
저도해봐야겠네요^^
정말 멋지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