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62) - 8월에 살피는 나라꽃, 무궁화
기후위기와 공동체 균열로 힘들었던 8월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한 달 남짓 엄청난 폭염과 홍수가 전국을 엄습하였고 개막부터 숱한 문제점을 드러낸 새만금 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곳곳에서 멀쩡한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난동이 속출하고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교육현장의 파행과 안전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철근 빠진 아파트문제 등 사회 제영역이 분출하는 이슈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맹렬하게 번지는 하와이와 캐나다 산불 등 지구촌 전체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난데없는 러시아의 비행기 추락과 용병 수장 프레고진 사망 등 국제 이슈도 복잡하네.(외신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이 죽은 그 시각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에서 군인들의 조국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며 그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참기가 어려웠다고 묘사했다.) 이에 아랑곳없는 여야의 파열음으로 더욱 짜증나는 일상인데 길섶의 무궁화는 소리 없이 피고 지고 들판의 벼이삭은 꼿꼿하게 고개를 편다. 폭우 지나간 후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들판 산책길에 자주 접하는 무궁화를 떠올리며 아침식탁에서 이를 연상하는 찬송가를 불렀다. 제목은 사론의 꽃 예수, ‘사론의 꽃 예수 나의 맘에 거룩하고 아름답게 피소서 내 생명이 참사랑의 향기로 간데 마다 풍겨나게 하소서’ 20여 년 전 그리스를 여행하며 길가에 탐스럽게 핀 무궁화를 발견하고 크게 반긴 적이 있다. 그때 동행한 선교사가 찬송가에 나오는 사론의 꽃이 바로 무궁화를 지칭한 것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서 살핀 무궁화에 대한 설명,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無窮花)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옛 기록을 보면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고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신라는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 나라)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예로부터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라고 칭송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무궁화는 조선 말 개화기를 거치면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노랫말이 애국가에 삽입된 이후 더욱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궁화에 대한 우리 민족의 한결같은 사랑은 일제 강점기에도 계속되었고, 광복 후에 무궁화를 자연스럽게 나라꽃[國花]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우리 민족과 함께 영광과 수난을 같이해 온 나라꽃 무궁화를 더욱 사랑하고 잘 가꾸어 고귀한 정신을 길이 선양해야 할 것이다.’ 산책길의 무궁화가 소담하다
지난 광복절에 kbs에서 특집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방송하여서 흥미롭게 시청하였는데 엊그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신문 칼럼을 접하며 무심하게 여긴 무궁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하여 8월 8일이 무궁화의 날인 것, 나라꽃에 대한 선호도가 5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것, 외국에도 무궁화를 알뜰히 가꾸는 애호가가 있는 것 등을 살피기도. 도움을 주는 신문 칼럼,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덧붙인다.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정부 공식 기념일은 아니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에서 2007년에 제정하였다. 숫자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모양이 되기에 시공간이 끝이 없다는 뜻의 무궁(無窮)과 연결하여 이날을 무궁화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는 뜻의 근역(槿域) 또는 근화향(槿花鄕)으로 지칭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에 이미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무궁화가 등장하니 그 연원이 깊다. 서양의 신식 음악인 창가가 유입되던 1890년대에 무궁화 관련 창가도 등장한다. 독립신문 1897년 8월 17일 자에는 조선 개국 505년 기원절 기념식에서 배재학당 학생들이 노래한 무궁화 노래의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우리 임군 황천이 도우사 임군과 백성이 한 가지로 만만세를 길게 하여 태평 독립하여 보세”의 노랫말은 윤치호가 지은 것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현행 애국가의 후렴은 1910년대 창가에서 종종 보인다. 1910년 손봉호 편찬 창가집의 애국가, 같은 해 발간한 것으로 추정하는 손승용의 창가집 수록 ‘무궁화가1′과 ‘무궁화가2′에 이 후렴이 나타난다. 또한 1914년 만주 광성학교에서 발행한 최신창가집이나 1916년 호놀룰루의 애국창가에도 같은 후렴을 사용한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1910년대부터 무궁화는 애국과 독립의 표상으로 노랫말에 쓰였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한 무궁화는 이후에도 거듭 노래에서 활용되었다. “꽃 중의 꽃 무궁화꽃 삼천만의 가슴에”로 시작하는 꽃 중의 꽃은 1957년 당시 공보실에서 기획한 새 노래 보급 운동을 통해 널리 알려진 노래다. 산림청의 2022 무궁화 국민인식도 조사에 의하면 무궁화는 꽃나무 선호도 8위에 그칠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작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가로수 중 벚꽃 종류가 14.9%나 차지한 것과 달리 무궁화는 겨우 4.7%에 머물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무궁화가 많아 그 옛날 무궁화 나라로 불리던 곳에 이 꽃이 자꾸 줄어드니 안타깝다. 그런데도 묵묵히 제 일 하듯 여기저기 무궁화가 한창이니 애틋하다.’(조선일보 2023. 8. 24 장유정의 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서) * 지난 주말(8월 19일, 토), 천안의 천사걷기가 주관하는 제143회 월례걷기행사에 다녀왔다. 참가자는 23명,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날씨에도 천안은 물론 서울 등지에서 모여든 동호인들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여 뜻깊다. 광복절주간에 즈음하여 정한 독립기념관 단풍숲길 걷기가 시의 적절하였고.
단풍숲길이 아름다운 독립기념관 전경
오전 10시 20분, 천안역 서부광장을 출발한 대절버스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천의 순대음식골목으로 향하였다. 단골음식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이른 점심을 맛있게 들고 다시 버스에 올라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리4길에 있는 독립지사 이동녕 선생(1869~1940)의 생가 터에 있는 기념관으로 향하였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한 이동녕기념관에 도착하니 낮 12시, 냉방시설이 잘 갖추어진 기념관내부를 둘러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기념관을 돌아본 후 일행들에게 지난번 글(인생은 아름다워 1061 ~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주인공)의 내용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 역사의 주역인 것을 새겼다.) 12시 반, 이동녕기념관에 30여분 머문 후 버스에 올라 독립기념관으로 향하였다. 당초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독립기념관 입구까지 3km가 제1차 걷기 코스였으나 뙈약볕의 한낮걷기는 무리라는 주최 측의 판단에 따라 버스이동으로 변경하였다. 10여분 달려 단풍나무가 울창한 숲길에 들어서니 7km에 이르는 단풍숲길 전 코스가 쾌적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독립기념관을 옆에 끼고 2km 남짓 오르는 완만한 언덕길이 체력운동에 적당하고 고개 마루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코스 주변에는 옛 중앙청 철거 석조물을 재배치하는 공간, 연꽃무리가 아름다운 천변 지나 태극기 물결의 광장을 거쳐 웅장하게 솟은 정문의 첨탑석조물 등 5km 남짓 거리가 명품걷기코스다. 광복절 주간이어서인지 독립기념관을 찾는 탐방객들의 발걸음도 분주하여라. 정문근처의 카페에 들러 휴식 후 다시 2km쯤 걸어서 버스가 대기 중인 광복휴게소에 이르니 오후 3시, 버스에 올라 해산지점인 천안역으로 향하였다. 천안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 폭염 탓에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일정을 마친 셈이다. 즐거운 여정 마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각기 집으로, 한여름의 알찬 스케줄을 마련한 주최 측과 보람된 일정 무사히 마친 회원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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