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술제 기간동안 우리학교에 초대되었던 한미순님을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또 그 귀한 분을 우리에게 부탁한 교장선생님의 뜻이 고마웠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반에 교장선생님 댁으로 가서 한미순님을 모시고 학교 예배실로 예배를 보러 갔습니다. 3층이나 되는 예배실에 휠체어를 몰고 올라가는데, 여러 선생님들이 같이 손을 모았습니다. 귀한분이니 모시는 기분이 컸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건물들이 장애인이 다닐 수 없는 건물이란 것이 속도 상했지요.
예배를 보고 바로 학교 식당으로 가서 국수를 한 그릇 후딱 해치웠습니다. 우리학교 일요일 점심에 나오는 국수 맛이 또 일품입니다. 따뜻한 물 국수에 온갖 지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거창말로는 끼미라고 합니다. 일본말인가?) 국수를 맛있게 한 그릇하고는 대구로 냅다 달렸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3시 반 비행기라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거창에서 대구 공항까지 2시간을 잡고, 또 1시간의 수속 여유가 있어야하고.. 그래서 3시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2시 반에 거창에서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3시 반 비행기니까 꼭 3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이 대구로 달렸습니다. 대구에 도착을 하니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습니다. 다행이 차가 전혀 안 밀려서 대구 공항까지 1시간 40분 만에 도착을 했습니다. 1시간 20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대구로 가면서 한미순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목 아래로는 전혀 못쓰는 분임에도, 참으로 불편한 삶을 살아오신 분임에도 우찌 그리 고운 마음을 가지고 계신지?
숭고한 영혼을 가지고 곱게 곱게 사시는 분 같았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뎌내기 힘든 고통일 텐데도 인생을 달관한 분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분은 세계 구족화가 회원으로서 화가입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글도 씁니다.
그분의 자서전도 나와 있습니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왜 이움을?"이란 책입니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책 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
강연도 다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일급지체의 장애인이지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자기의 수고한 댓가로 생활을 해내는 분입니다.
어떤 장애를 입어도 이렇게 노력하면 못살아 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구 공항에서는 악수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한미순님 : “장애인이라고 악수도 안 해줘요?”
철효 그리고 나 : “아이고 죄송합니다.”
한미순님 : “내가 5년만 젊었어도 이런 부탁은 안 하는건데..!”하면서 화사하게 웃었습니다.
아름다운 분입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 악수를 했습니다. 고운 손이었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한미순님의 손이지만 한미순님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악수를 했습니다. 그 손이 어찌나 따스한 온기가 있던지..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제 하루 대구를 갔다 오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인생에 대해서 저절로 숙연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메일 주소를 알아 놨습니다.
편지를 쓸 수도 있고, 제가 찍은 야생화도 보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