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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계산할 때 자녀가 있으면 한 명당 5억 원씩 빼준다.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저한도도 만들기로 했다. 상속재산 10억 원까지는 상속세가 0원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자산 가격이 급등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 부담이 크다. 이를 막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낸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1950년부터 이어진 유산세 체계가 대전환을 맞게 된다. 정부는 준비 기간이 필요해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로 과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산취득세 개편은 부자 감세”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법 통과는 미지수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지난 2년간 90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마당에 큰 폭의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재정 운용”이라고 했다.
배우자 10억-두 자녀 5억씩 상속때, 세금 ‘1억3200만원→0원’
[상속세 개편안]
정부, 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 추진
기본공제 배우자 10억-자녀 5억으로↑… 받은 만큼 과세, 자녀 많을수록 혜택
인적공제 최저한도 10억으로 설정… 자녀 혼자 10억 상속해도 세금 ‘0원’
정부가 유산취득세로의 대전환에 나선 건 현재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유산세에서는 망자(亡者)가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긴다. 유족이 실제로 나눠 가진 재산 각각에 세금을 매길 때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상속세 인적공제도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상속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자녀 많을수록 세 부담 감소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는 부모가 남긴 재산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커진다. 만약 부모가 남기고 간 5억 원을 자녀 혼자 받으면 상속세를 안 내도 된다. 하지만 15억 원을 자녀 셋이 5억 원씩 물려받으면 세금은 2억4000만 원이 된다. 자녀 입장에서는 똑같이 5억 원을 받는데도 세 부담이 달라지는 것이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이 같은 불합리함이 사라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망자가 얼마를 남겼든, 유족이 물려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로 세금을 부과하면 15억 원을 자녀 셋이 5억 원씩 상속받으면 세금은 0원이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상속세 공제 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우선 자녀공제는 1인당 5억 원으로 확대한다. 자녀가 둘이면 10억 원, 셋이면 15억 원을 상속재산에서 빼고 세금을 계산한다는 것이다. 자녀 1∼6명까지는 총액에서 5억 원을 빼주는 지금 제도와 달리 다자녀 가구일수록 혜택을 볼 수 있다.
배우자의 경우에는 10억 원까지는 상속을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도록 고친다. 물려받은 재산이 10억 원을 넘으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대해서는 30억 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만약 배우자가 15억 원을 물려받을 경우 법정상속분이 10억 원이면 나머지 5억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법정상속분이 똑같이 15억 원이면 세금은 0원이다.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자녀보다 50% 많은데, 배우자와 자녀가 1명뿐이면 법정상속분은 1.5 대 1이 된다.
상속재산 10억 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게끔 인적공제 최저한도도 정했다. 자녀가 혼자 10억 원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자녀공제만 적용하면 5억 원만 공제된다. 인적공제 최저한도를 적용하면 10억 원이 고스란히 빠져 내야 하는 세금은 0원이 된다. 인적공제 최저한도가 적용되면 유산취득세 개편 이후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 배우자-두 자녀에게 30억 원, 상속세 59%↓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망자가 남긴 20억 원을 배우자가 10억 원, 두 자녀가 5억 원씩 물려받을 때 상속세는 0원이 된다. 현행 유산세에서는 1억3200만 원의 세금을 셋이 나눠 내야 한다. 상속재산 전체(20억 원)에서 배우자 몫의 공제(8억6000만 원·배우자 법정상속분)와 자녀 몫의 공제(5억 원·일괄공제)를 뺀 뒤, 남은 6억400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구조다. 상속세 세율은 1억 원 이하는 1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는 2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30% 등을 적용한다.
그런데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개별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된다. 10억 원을 물려받은 배우자는 배우자 기본공제 10억 원을 적용받아 세금이 0원이 되고, 5억 원씩 받은 자녀들도 자녀 공제 5억 원을 빼 0원이 된다.
서울 강남에 집을 한 채 가진 집도 상속세 부담이 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속재산 30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10억 원씩 물려받을 때 현재는 총 4억4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세금은 59% 줄어 1억8000만 원이 된다. 올 초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28억5000만 원, 강남구는 27억1000만 원이었다.
상속세는 1950년 상속세법이 만들어진 이후 쭉 유산세 방식을 이어왔다. 정부는 개정안의 올해 국회 통과를 전제로 2028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28년 1월 1일 사망한 사례부터 유산취득세가 적용된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