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몇 안되는 동료들과 함께 시작, 이제 서른 명 남짓, IT업계에서는 구멍가게를 살짝 벗어난 규모이다 보니 늘 위기감이 듭니다. 새로 시작한 두 개의 프로젝트로 정신없는 와중에 개인적인 구매 문의가 많아 글을 올리니 양해 바랍니다.
초속 5cm.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지요? "찰나 같아 찬란한" 벚꽃의 계절을 늘 그리워합니다. 곧 4월. 시린 봄, 오욕의 봄, 여전히 廢墟인 이곳이 기다리고 있는지... 따뜻한 봄을 기다립니다. 진심으로. 아니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야겠지요.
갑자기 드는 생각.
새벽 6시. 차를 몰아 50km의 거리를 달려가 30만원짜리 중고 라켓을 구해왔습니다. 손을 좀 보면 이뻐질 것 같아 30km의 거리에 계신 고수님을 만나 차 한잔 대접해드리고 다듬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이틀 후 다시 30km를 달려가 고마움의 댓가로 한돈돼지갈비 정식, 그리고 카페맛집까지 풀코스로 접대해드리고 왔습니다.
그럼... 단순 계산으로 이 라켓의 구매가는 얼마일까요?
30만원(라켓)+5만원(주유비)+6만원(식대) = 41만원
계산 맞지요? 제가 수학은 약해도 산수는 좀 합니다. 그럼 제가 이 라켓을 얼마에 분양해야 하나요? 본전인 41만원에 팔면 사악한 금액일거고. 그럼 흔히들 얘기하는 착한 가격은? 라켓 구매를 하기 위해 소비한 시간의 기회 가치는? 명목가치와 실질가치의 차이. 시중가와 희망가의 괴리. 제게 좋은 라켓을 시장 가격에 주신 어떤 분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 많겠지요?
반면, 최소 40만원의 가치를 지닌 상태 좋은 파란렌즈를 20만원에 구매한 적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라켓을 저가에 구입, 최고가로 분양한 적도 있습니다. 얻어 걸린 케이스. 고가에 구매한 어떤 라켓은 그냥 무덤덤해져서 저렴히 드리기도 했고, 별 생각없이 저렴히 구매한 어떤 개체는 3배가 넘는 가격이 되었고...
자칭 고수, 전문가라 스스로 칭하는 이들의 말은 많이 잡아 딱 30%만 믿습니다. 많이 안다고 하는 이들과 대화를 깊게 나눠 보면 음... 여기까지! 제게 오는 문자도 대부분 "고수님~ 문의 드릴 게 있는데요~" 진심 고수 아닙니다. 그냥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 누구나 자신이 아는 것만 알기 때문이죠. 모르는 건 모르는 겁니다. 알면 알수록 자신이 모른다는 걸 알게 됩니다.
구매는 이젠 글과 사진을 보면 대충은 알 수 있으니 그닥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양은 어렵습니다. 분양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두려움이 커집니다. 가격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지만 구매해가신 분의 만족도, 거래 후의 관계 그 외 글로 설명드릴 수 없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분양이 더욱 어렵고 혼란스럽고 주저됩니다.
리스트는 올립니다. 파란색으로 표기된 라켓은 실사용 또는 소장용이거나, 판매해주신 분과의 약속으로 지금 당장은 분양하기 어려우니 일단 소개만 드리는 걸로. 信義는 소중한 가치이니까요. 그럼에도 파란색 표기된 라켓에 대해 문의하시면 저도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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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3.13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