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라켓으로 인한 만남이 3건일 듯. 그리고 발송 건 하나.
- 어렵게 구한 중고 라켓 이쁘게 다듬어놓으신 싸부님 만나 점심과 커피 타임
- 충남 아산에서 잠실까지 구매하러 오시는 분. 근처 식당이라도 가서 대접해드려야 할 듯
- 한 건은 미정인데, 근 거리 계신 분이 라켓 내놓으셔서 만나뵙자고 메시지 드린 것
- 저녁에 라켓 발송
"이 좋은 명품 라켓들을 모두 소장하고 계시니 정말 부럽습니다!"
부럽다구요? 87년 2월 첫 회사. 10년 간 근무 후 이직. 그리고 지금까지 한 회사. 38년의 이력서 치곤 깔~~끔하죠? 우리 회사 입사 희망자 대부분은 서른 중반에 이미 4~5개의 회사를 다닌 경험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능력을 못 가진 터라... 제 나이 환갑 넘은 지 오래인데 부러워하시면 안됩니다. 세월 지나 제 나이 되면 훨씬 더 여유롭게 빛나셔야죠. 저 라켓 따위쯤이야!!! 그래야 하구요. 그래야 좀 덜 서글프지 않을까요?
장터에서 손해 보지 않는 법은 단 하나. 안달하지 않으면 됩니다. 책정한 예산을 넘으면 패스. 내 라켓 아닌 겁니다. 기회는 옵니다. 라켓은 돌고 도니까요. 물론, 극히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저의 경우는 탁구 도서 집필을 위한 라켓 사진 DB 작성, 그리고 호기심에 한 두 번 시타해보는 게 전부이니 더 그러하겠죠. 라켓에 대한 애정도 딱 그만큼. 제발 욕심 좀 생겼으면 합니다. 그런데 전 탁구인이 아니라서...
장터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재력은 있어야 합니다. 코인도 그러하지만 제발 영끌하지 마시고! 뭐 "재력"이라 표현하니 제가 잠시 돈깨나 있는 사람인 줄 착각하실지도. 4천만원 넘게 재고를 가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천 만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큰 돈인가요? 38년 동안 일하고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아 정기적으로(^^) 돈 쓸 일 없고, 해외여행 다녀온 지 스무 해는 지난 듯한데 그 정도는 지를 수 있어야 인생 슬프지 않은 거죠. 거기에 건강까지 무탈하다면야.
40년 넘은 대학 동기 8명을 두 달에 한번은 만납니다. 고기가 최고인, 회식은 고기라는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저의 협박에 그 좋아하는 횟집도 못 가고 늘 고기 회식만 당하는 안쓰런 녀석들이지만. 적당히 가성비 좋은 곳에서 만나 1, 2차 포함 30~40만원 정도를 지출하지요. 뭐 이 정도면 적당한 거 아닌가요? 아니 아주 알뜰한 겁니다.
- 귀여운 허세 가득했었지만 지금은 최수종 넘어서는 가족 사랑으로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은 타고 난,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극좌파! 금수저,
- 공부라고는 담쌓고 응원단장을 할 만큼 춤에 미쳤었지만 MBA 과정 수료 후 뒤늦게 철들어 이제는 가장 모범적으로(?) 지 앞가림은 하는 친구,
- KBS 성우로 폼~나게 화류계 시절 보내다가 지금은 프리로 인생 멋 여유로이 즐기며 사는 친구,
- 너무도 사랑스런 대학 동기 아내와 여행 다니며 노후를 보내는, '화'라는 걸 못내고 늘 술 좋지만 그보다 사람 더 좋은 아마 우리들중 가장 정상적인(^^) 친구,
- 이름만 대면 알만한 원효로 복집의 아들로 원 펀치 쓰리 강냉이의 주먹을 소유한, 그럼에도 다분히 눈물 감성 그득한 뚱땡이 친구,
- 인생만사 늘 편히 지내며 취미가 달리기인(어! 이거 <나의 아저씨> 아이유 이력서에 적은 특기입니다. 그래서 이선균이 뽑았죠.) 용인 사는 마음 착한 친구,
- 부모님 시중으로 한 40년 백수로 지냈지만 우리 중 누구보다 마음 편한, 여지껏 모태 솔로인 느긋느긋 무덤덤한 친구,
- 그리고... 이들 중 돈은 제일 없지만 행복지수 넘사벽인, 하루 일상이 탁구와 배드민턴, 주말엔 핫플레이스, 맛집 탐방으로 빈둥빈둥 노닥거리는 단언컨대 눈 감을 날까지 철 안들 저라는 철딱서니 없는 종자 하나.
만나면 뭐 할 말 그리 없고 까불고 놀지만 그게 어딥니까? 40년 넘게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 거기에 이 녀석 모두 하나같이 좌빨입니다. 저처럼^^ 친구는 옛친구가 맞지만 그럼에도... 정치적 성향이 비슷해야 자주 보게 됩니다. 어쩔 수 없죠.
행복하냐구요? 당연하죠. 인생 최고의 가치가 행복은 아닐테지만.
그러면 꿈이 뭐냐고요? 늘 경계합니다.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 뭔 개나발 같은 소리인지... 꿈 없는 삶은 불행한가요? 꿈 없습니다. 있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온 길 돌이켜 후회 그닥 없고 그나마 꿈이 없어서 덜 불행하고 오늘, 지금 행복합니다.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제가 싫어하는 말 중 또 하나. "30대에 해야 할 50가지." 개풀 뜯어먹는 소리, 놀고 자빠졌네. 그거 안해도 됩니다. 그 말 한 사람도 그리 안 살았을 겁니다. 타고난 대로 사는 겁니다.
자기만 알지 말고, 남들 해하지 말고, 약자 보호해주고, 강자에게 비굴하지 말고. 그게 정의,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입니다.
두 달 전쯤 일. 8만3천원에 구매한 중고 라켓을 멀리 아는 분께 맡겨 돈을 들여 정비도 하고 러버도 붙여 12만원에 내놓았습니다. 구매 문의로 37분의 통화 1건, 21분의 통화 1건을 주셨고 이것저것 문의하셔서 아는대로 말씀도 드렸죠. 하루 장고 끝에 송금하셔서 포장을 끝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장터를 뒤져보니 8만 3천원에 구매한 라켓을 너무 비싸게 받으시는 거 아니냐고. 바로 환불해드렸습니다. 이럴 땐 그냥 웃습니다. 기분 1도 나쁘지 않죠. 다행이죠. 애지중지 다듬은 제 라켓이 좋은 주인을 만나야지요. 그 라켓? 바로 판매되었고 지금도 자알~ 사용하고 계십니다. 다음 게시글처럼. 어떤가요? 가격 사악한가요? 전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급수는 3부시라는데 제발 타인에 대한 배려도 가지셨으면... 슬픈 현실이지만 생활 체육 중 탁구는 배드민턴과 함께 가장 하급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제발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게 즐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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